▲친일파 이응준, 임충식, 신태영 등이 잠든 장군제2묘역에서 내려다 본 임시정부 요인 묘역
김경준
영화 <파묘>의 해피엔딩을 보고 나와서도 가슴이 답답했던 건 바로 이러한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영화도 마냥 해피엔딩은 아니었습니다. 주인공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난 뒤에도 뭔가 찝찝한 표정을 짓고 있더군요.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이들의 표정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제 표정이 딱 그랬습니다. 어쩌면 '항일과 친일이 공존하는 기괴한 명당' 현충원의 현실을 바로 잡지 못한 데 대한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파묘>라는 제목 역시 현충원의 친일파 묘역을 파묘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22대 총선 출마 후보들에게 바란다
김백일·신응균·신태영·이응준·이종찬·백낙준·김홍준·신현준·김석범·송석하·백홍석·백선엽.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한 이들은 현재 모두 국립현충원에 잠들어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현실을 두고 봐야 할까요?
2020년 4월 21대 총선 당시 광복회에서 국회의원 후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역구 당선자 253명 중 185명인 73.1%가 '현충원 내 친일파 묘 이장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85.3%에 해당하는 140명이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총선이 끝나고 나니 180석을 가진 '거대 여당'은 친일파 파묘법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친일파 파묘법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는 광복회 등의 요구에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내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많다"며 거부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결국 '파묘'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제 다시 22대 총선이 다가왔습니다. 지난 총선 당시 보여준 정치인들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태도에 크게 실망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언제까지 현충원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친일파의 군홧발 아래 신음하는 꼴을 봐야 하는 겁니까. 나라를 위해 헌신한 선열들이 죽어서까지 고통 받는 이 현실이 과연 온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부디 이번 총선에서는 현충원에서 친일파들을 파묘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정치인들의 출현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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