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02 19:35최종 업데이트 24.03.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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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자취를 감추게 될 한강 겨울 풍경. 나뭇가지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연.성낙선

올겨울은 날씨를 종잡을 수가 없다. 최근에는 추웠다가 더웠다가 하면서 겨울인지 봄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 바람에 한겨울에도 제철에 앞서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유난히 많았다. 봄인 줄 알고 서둘러 꽃을 피웠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난데없이 된서리를 맞는 식물들도 있었다. 그 와중에 필 꽃은 또 계속 핀다.

올해 매화꽃이 피는 시기가 평년에 비해 10일에서 40일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쪽 어딘가에서는 지난 1월에 이미 매화꽃이 피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매화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꽃들도 마찬가지다. 꽃들이 일찍 피어서 반갑기는 한데, 그게 급변하는 기후 때문에 식물들이 채 적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하니 입맛이 씁쓸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지자체마다 봄꽃 축제를 앞당겨 개최한다는 소식이다. 지자체로서는 매년 꽃이 피는 시기를 가늠해 축제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참 골칫거리일 것 같다. 여차하면 판이 어그러질 수 있다. 이런 소란 속에서도 마침내 봄이 오고 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올해 한강에서 맞이하는 봄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모양새다.
 
한강 강변 언덕에 핀 봄까치꽃, 일찌감치 봄소식을 알려주는 꽃 중에 하나다. 꽃 크기가 0.5cm에 불과해 가까이 다가가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성낙선
 
이촌한강공원 자연학습장에 드문드문 피어 있는 야생팬지.성낙선

한강에서 봄을 즐기는 시민들

올해 들어, 처음 한강에서 자전거를 탄다. 올겨울은 아침저녁으로 기온의 변화가 심하고,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일이 잦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날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언제 또다시 좋은 날씨가 찾아올지 알 수 없으니 기회가 있을 때 자전거를 타야 한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이날 낮 최고 기온이 영상 9도까지 오른다. 자전거 타기에 좋을 날씨다.

아직은 피부에 와닿는 공기가 쌀쌀한 편이다. 그래도 이런 날이 오히려 땀이 잘 나지 않아 자전거를 타는 데 적합하다. 그리고 자전거 페달을 밟다 보면 추위는 금방 잊히기 마련이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봄이 당도하는 곳 중 하나가 한강이다.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겨울이 그 명을 다해 가는 지금 한강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봄빛이 역력한 이촌한강공원, 강변 자전거도로가 지나가는 길가에 새로 돋아나는 싱싱한 풀들.성낙선
 
한강에는 봄이 오고 있지만, 강 건너 멀리 바라다보이는 관악산에는 아직도 희끗희끗 눈이 덮여 있다.성낙선
 
한강은 확실히 봄빛이 완연하다. 얼마 전까지 폭설이 내렸던 터라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직접 와서 보는 한강은 예상 밖이다. 이제 막 얼음이 녹아 푸석푸석한 땅 위로 파릇한 풀들이 무더기로 돋아나는 게 보인다. 그 풋풋한 풀들 사이로 봄까치꽃 같은 야생화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다. 봄까치꽃은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 중에 하나다.

버드나무 가지에서 푸른 빛이 감돈다. 그 풍경이 강 건너 멀리 여전히 눈이 덮여 있는 관악산과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한강에 이렇듯 봄꽃들이 피어 있는 걸 봤으니, 이제 서울에 봄이 왔다고 말해도 하나 틀릴 게 없다. 날이 포근해서 그런지, 한강 수면 위에 떠 있는 물새들도 한결 평안한 모습이다.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다가 자맥질하며 먹이를 찾고 있다.
 
한강 강가에 줄지어 서서 한가롭게 깃털을 다듬고 있는 물새들.성낙선
 
여의도한강공원, 강변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성낙선
 
강가에서는 한 떼의 물새들이 몸단장하느라 여념이 없다. 부리에 물을 묻혀 깃털을 다듬고 있다. 그 물새들 사이에 바닷가에 있어야 할 갈매기들이 뒤섞여 있는 게 보인다. 먹이를 찾아 한강을 거슬러 올라온 갈매기들이다. 그 수가 적지 않다. 한강이 끼룩끼룩 갈매기 울음소리로 시끌시끌하다. 이것도 이른 봄에 한강에서 보는 풍경 중 하나다.

봄나들이에 사람들이 빠질 수 없다. 물새들이 강가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강변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정답게 봄볕을 쬐고 있다. 아직은 강변에 그늘막을 설치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 그나마 사람들이 적은 편이다. 그늘막 설치가 가능한 4월이 되면, 다시 강변이 사람들로 뒤덮이는 날이 올 것이다.
 
이촌한강공원, 산책로 자리에 새로 만들어진 자전거도로. 산책로에 있던 장애물을 피해 가느라 길이 심하게 구불구불하다.성낙선

사라져 버린 '미루나무 산책로'

한동안 한강에 나와 보지 못한 사이에 또 이런저런 변화가 눈에 띈다.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 공사들이 한강에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공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모양이다. 한강이 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한강을 자주 나가보는 사람들은 알 수 있는데, 요즘 한강이 꽤 어수선하다. 있었던 것이 없어지고 없었던 것이 계속 새로 생겨나고 있다.


살다 보면, 사실 그런 일이 일상다반사다. 딱히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한강에서까지 쉼 없이 '공사'를 겪어야 하는 게 영 마음이 편치 않다. 그 공사들이 기후변화를 겪는 것만큼이나 적응이 쉽지 않다. 이촌한강공원 강가에, 전에 보지 못했던 자전거도로가 새로 깔렸다. 원래는 강변 산책로가 있었던 곳인데, 그 길 위에 아스콘을 덮고 자전거도로 표시를 그려 넣었다.

보행로는 자전거도로 옆으로 겨우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폭이 지나치게 좁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겐 그다지 나쁠 게 없는 변화이긴 한데, 평소 이 길로 산책을 다니던 사람들에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수도 있다. 이 길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완전히 분리한다'는 기존 정책과도 맞지 않다.
 
이촌한강공원, '미루나무 산책로'가 있던 곳. 열수송관을 매설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성낙선
 
이촌한강공원, 예전에 우리가 보던 '미루나무 산책로' 풍경(2022년 11월).성낙선

한때 언론에도 보도가 돼서 관심을 끌었던 '미루나무 산책로'마저 뜻밖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이 산책로는 한강공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산책로 중의 하나였다. 자전거를 타다가도 이 길을 보면, 걸어서 지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보게 되는 광경은 예전에 양버들이 산책로 양옆으로 도열하듯 높게 서 있던 그 풍경이 아니다.

여기도 공사 중이다. 열수송관 공사를 위해 나무들을 모두 한쪽으로 옮겨 심었다. 이 산책로가 이렇게 바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당황스럽다. 올해는 한강에서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열수송관 공사는 그나마 기간이 정해져 있다. 요즘은 한강에 수상버스를 띄운다고 야단이다. 김포 골드라인에서 생긴 출퇴근 문제를 수상버스로 해결하려는 속셈이다.

이 사업에는 수상버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한강에 선착장 7곳을 조성하고, 거기서 가까운 곳에 버스정류장을 신설하는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 오세훈 시장이 이 일을 너무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다. 이전에 수상택시에서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숙고가 필요하다. 한강에서 접하는 봄소식이 반갑기는 한데, 오래간만에 찾은 한강이 이런저런 일로 참 어수선해 보여 마음이 심란하다.
 
강물 위를 유유히 떠가는 한강 유람선.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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