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 숨은 해돋이 명소인 북산면 부귀리 건봉령 승호대에서 젊은 청년들이 새해 소원을 빌며 우정을 쌓고 있다. 2023.1.1
연합뉴스
그들의 대답을 듣고 난 후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모든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든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듯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든지 공감된다. 그러나 나도 젊은 시절을 거쳐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보니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고, 전부라고 생각지만, 그럴수록 좀 더 넓고, 길게 보아야 할 것도 있는 것 같다.
우선, 지금 당장과 앞으로의 부담감 때문에 가족(1차 관계망) 없이 독자생존을 꿈꾸는 게 과연 그들 자신의 지속 가능한 합리적 선택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 이전에 본인들의 행복 관점에서 하는 말이다). 지금은 더 현실감 있고, 쿨해 보이지만, 30년쯤 지나 그들도 노년에 접어들 때 지금의 선택이 노후를 더 어둡게 만들게 되지는 않을까?
30년 후, 사회적 부양자는 많은데 정작 자신은 수입도 변변치 않고, 게다가 가족 등 1차 관계망도 부실하다면 국가와 사회가 그 빈틈을 메워줄 수 있을까? 젊고 건강할 때의 자유로움은 행복일 수 있지만, 늙고 병들어서의 자유로움은 외로움과 서러움이 될 가능성이 더 많지 않을까? 물론 그래서 지금도 혈연관계를 뛰어넘는 사회적 관계망으로 보완하려는 노력이 활발하지만, 그 범위와 정도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이 모든 것은 답을 정확히 모르는 질문으로 그들만이 아닌 우리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일 것 같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할 것도 없이, 앞의 선택들이 사실이라면 행복을 쌓는다고 보기에는 기초가 너무 불안해 보인다. 무엇보다 청년이 누리고, 바라는 자유와 행복이 기본적으로 자본(물질문명, 소비)과 기득권층에 의해 자극된 욕망일 때는 더욱 불안하다. 젊을수록 기성세대의 사회/정치/종교 제도, 문화, 분위기(결국 상부구조)에 거부감이 크다. 우리도 그랬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모든 상부구조를 지탱하고 있는 물질주의 자본 시스템에는 너무 쉽게, 깊게 동화되어 있다. 바라는 자유와 행복이 잘 먹고, 멋지게 입고, 여행에서 누리는 해방감에서 우선 취득되는 것이라면 그것이 우리 인생에서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요즘 근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땀 흘려 운동하며 근력 강화에 힘을 쏟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몸이든, 인생이든, 근력 강화의 성패는 벼락치기 운동이 아니라, 똑같은 것을 묵묵히, 지겹게 반복하는 일상(루틴, 패턴)에서 나온다. AI와 로봇의 발달로 일과 활동의 보람, 성취감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진 지금, 우리 인생은 결국 근력의 싸움이다. 좋은 인생 근력 만들기의 관건은 빠른 물질변화에 대한 일방적 추종과 길들여짐, 과도한 소비를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쓰다 보니 결국 또 아재의 잔소리처럼 된 게 송구스럽다.
그러나 내게는 이들의 삶이 그저 MZ세대라는 객관적 세대 문제이기 이전에 사랑하는 내 딸과 아들의 인생으로 다가온다. 나는 내 자녀와 다음 세대가 행복하고, 보람되고, 자기답게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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