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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납북 피해자 가족 모임의 새 활동 방침을 보도하는 NHK 방송
일본 납북 피해자 가족 모임의 새 활동 방침을 보도하는 NHK 방송 ⓒ NHK
 
일본의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피해자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 피해자 일괄 귀국이 실현되면 북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독자 제재 해제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26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피해자의 가족모임과 지원단체는 전날 도쿄에서 합동회의를 열고 이 같은 새 방침을 발표했다. 

또한 피해자의 즉시 일괄 귀국을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도 유지했다. 일본은 현재 북한과의 수출입 전면 금지, 북한 국적자 입국 금지 등 독자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피해자 부모 세대 가족 2명만 생존... "빨리 해결하고 싶다"

납북 피해자의 상징적인 인물인 요코타 메구미(1977년 실종 당시 13세)씨 남동생인 요코타 다쿠야 가족모임 대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있다"라며 "한시라도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납치된 가족과의 재회를 꿈꿔 온 부모 세대의 가족들이 대부분 타계하면서 현재 부모 세대는 2명만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 세대 가족이 살아있는 동안 모든 납치 피해자가 일괄 귀국한다면 우리나라(일본)가 대북 독자 제재를 해제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라며 "이 기한 내에 일괄 귀국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독자 제재의 강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NHK는 "피해자 가족들이 조건부라고 하지만 '제재 해제'를 제안한 것은 처음"이라며 "남아 있는 부모 세대 가족들이 건재할 때 북한 측에 전면 해결을 촉구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합동모임에는 메구미씨 모친인 요코타 사키에(88)씨와 또 다른 납치 피해자인 아리모토 게이코(실종 당시 23살)씨의 부친 아리모토 아키히로(95)씨 등 피해자 가족들이 참석했다.

다쿠야씨는 "죄 없는 13세 소녀를 납치해 50년 가까이 돌려보내지 않는 상대(북한)에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화를 나누자고 말하는 것이 괴롭지만, 가족과의 재회를 위해서라면 양보할 것은 양보하겠다는 고통스러운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일 양국이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서로의 인도적 문제인 납치 피해자 귀국과 식량 문제를 해결하자"라며 "우리의 방침을 왜곡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회견에서 "가족 모임의 뜻을 엄숙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라며 "정부로서는 납치, 핵, 미사일 등 모든 대북 현안의 포괄적 해결을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일지 부단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납북자 문제는 가족의 고령화로 시간적 제약이 있어 한시도 적당히 할 수 없는 인도적 문제"라며 "앞으로도 모든 피해자의 빠른 귀국을 위해 전력으로 결단력 있게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 대북 제재 '유연함' 시사... 미 "북일대화 지지"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은 언급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보도하는 NHK 방송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은 언급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보도하는 NHK 방송 ⓒ NHK
 
최근 집권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스캔들과 기시다 내각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간 관계에 대한 의혹까지 다시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정권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로 추락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북일 대화와 납북자 문제 해결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에서는 북일 정상회담을 위해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유연함까지 보이는 분위기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예산위원회에서 현재의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라는 관점에서 항상 검토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5일 '개인적 견해'라는 전제로 담화를 내고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 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일본)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북일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한미일 협력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라는 신중한 반응도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북한을 방문할 기회라는 주장도 나온다.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도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은 언급한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신중한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지만,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은 북일 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일 대화와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북한과 외교 접촉을 지지하며, 우리도 북한이 원한다면 외교 접촉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역내가 안정되기를 바라며, 그런 대화가 역내 안정으로 이어진다면 당연히 환영할 것(certainly welcome)"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1970∼1980년대 자국민 17명이 북한으로 납치돼 12명이 북한에 남아 있다며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12명 중 8명이 사망했고 4명은 납치한 적이 없다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북일관계#납북문제#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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