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은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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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디지털 마약'에 강력히 대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은 지난 14일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스냅챗 등이 수익 확대를 위해 의도적으로 중독성 강한 알고리즘을 사용해 청소년의 정신건강 위기를 초래했다며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이들 회사를 제소했습니다[1].
뉴욕 시장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의회에서 소셜미디어(SNS)의 폐해를 여러 번 다뤘습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31일 미 상원 법사위 '빅 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 착취 위기' 청문회에서 SNS 회사의 수장들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틱톡의 쇼우 지 츄, X(옛 트위터)의 린다 야카리노, 스냅챗의 에반 스피겔을 향해 "소셜 미디어가 삶을 파괴하고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여러분은 그럴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여러분 손에 피가 묻어 있다"고 질타했습니다[2].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프랑스 하원은 2018년 3∼15살 학생들의 학교 안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디톡스' 법을 통과시켰고 중국도 18살 미만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하루 최대 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을 추진 중입니다[3]. 유엔은 지난해 7월 전 세계 모든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대만은 2015년 2살 이하 영아의 디지털 사용을 금하고 18살 이하 청소년은 합리적이지 않은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습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아동·청소년을 디지털 중독·폐해에서 구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성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디톡스(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해 디지털 독을 뺀다는 뜻)를 시행하는 도시도 나왔습니다.
프랑스의 작은 도시 센포르(seine port)에서 거리, 공원, 상점 등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 이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헌장이 현지 시각으로 지난 3일 주민투표를 통과했습니다. 이 헌장은 강제성은 없으나 공공장소를 운영하는 사람은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해야 하고 길을 잃었을 때도 스마트폰 대신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를 권장한다고 합니다[4].
'디지털 선도 국가'라는 한국은...
이렇듯 여러 나라가 디지털 중독·폐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정부나 국회는 잠잠하기만 합니다.
매년 3월 정부가 공개하는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2023년 3월 발표)에 따르면 만 3~69세 스마트폰 이용자의 23.6%가 과의존 위험군으로 집계됐습니다[5]. 10대 스마트폰 보유율은 98.0%로[6] 그중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022년 기준 40.1%에 달합니다(아래 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