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한 DB하이텍은 200mm 반도체의 고도화와 300mm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DB하이텍 2023년 2분기 실적보고서 중 한 페이지)
DB하이텍
DB하이텍의 주력 제품은 BCD 공정입니다. BCD란 Bipolar(아날로그 신호제어), CMOS(디지털 신호제어), DMOS(고전압 관리)의 앞 글자를 딴 약자인데 이 3가지 구조를 하나의 프로세스에 집적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DB하이텍은 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DB하이텍은 현재 200mm 팹 두 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를 이용한 200mm 공정 고도화와 2025년 이후 300mm 팹 사업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습니다.
DB하이텍의 계획대로 진행이 된다면 파운드리 업계에서 순위가 더 올라갈 수 있을 테고, 3%에 불과한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끌어 올릴 수 있을 겁니다. 대통령님이 공언한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에 DB하이텍이 들어가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잘 나가던 DB하이텍의 실적 하락
2022년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던 DB하이텍이 얼마 전 2023년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줄어든 1조1578억 원, 영업이익은 65% 감소한 2448억 원입니다. 2022년 46%였던 영업이익율은 2023년 21%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작년 한 해 전반적으로 파운드리 시장이 안 좋기는 했지만 DB하이텍은 다른 나라 회사들과 비교하더라도 더 안 좋아졌습니다. 2023년 실적을 발표한 파운드리 회사를 보면 TSMC는 매출이 4.5% 줄었고, UMC는 20%, SMIC는 13.1%, 화홍 반도체는 6.7% 줄었습니다. 이에 반해 DB하이텍은 매출이 30% 줄었고, 2023년 2분기부터는 세계 10대 파운드리 회사 순위에서도 이름이 사라졌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 역시 32% 줄어 우리나라 회사 둘이 나란히 30%대 매출 하락이 발생했습니다.
DB하이텍은 2023년 1분기에만 해도 "300mm 사업은 회사 가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진출을 선언했는데, 지난 9월 기관투자자 대상 투자설명회에서는 "300mm 파운드리 시장에 무리하게 진출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연간 7600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계속 이룰 수 있었다면 최소 1조 원에서 최대 2조5000억 원 정도를 투자해 300mm 팹을 짓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을 텐데, 2023년에 영업이익이 65%나 줄었으니 이제는 "무리"라고 느껴지는 겁니다.
삼성전자가 초미세공정을 위한 팹을 하나 만드는데 필요한 돈은 약 30조 원 수준입니다. 하지만 DB하이텍이 레거시 공정의 팹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 예상한 금액은 최대 2조 5000억 원 정도입니다. 금액은 열 배 이상 차이나지만 실제 거기서 일하는 인원은 1000명 남짓으로 비슷합니다. 양질의 일자리 차원에서만 생각하면 DB하이텍의 팹 10개가 생기는 것이 삼성전자의 팹 1개가 생기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2023년 들어 매출이 줄어든 DB하이텍이 300mm 팹을 포기 혹은 연기한 것이 아쉬운 이유입니다.
DB하이텍의 고객이 한국,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여러나라에 있기는 하지만 2024년 4분기 기준으로 매출의 57%는 중국에서 나옵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어 들어 전체 매출이 줄어든 겁니다.
우리 반도체 수출의 핵심은 아직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