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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편집자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3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보도육교에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수원 장안구는 복복선(복선을 이중으로 놓은 4개 선로)인 경부선 철도가 지나면서 도시가 동서로 갈린 지역이다. 왼쪽은 수원병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선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3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보도육교에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수원 장안구는 복복선(복선을 이중으로 놓은 4개 선로)인 경부선 철도가 지나면서 도시가 동서로 갈린 지역이다. 왼쪽은 수원병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선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연합뉴스
 
멀쩡한 철도와 고속도로를 지하에 묻겠다는 코미디 같은 시도가 또 다시 이어지고 있다. 그것도 여야 모두에서.

1월 3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철도도시' 수원을 방문해 철도 지하화에 따른 발언을 한 데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월 1일 서울 신도림역에서 철도 지하화에 대한 당 차원의 공약을 발표했다. 논지는 비슷하다. 철도를 지하화하면 지역 단절이 해결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외에도 4월 총선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철도와 고속도로를 지하에 묻고 그 위에 주택을 짓겠다, 공원을 만들겠다는 등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지하화라는 말을 쉽게 담는 이들 모두 꺼내지 않는 말이 있다. 지하화에는 큰 리스크가 따른다는 점이다.

열차 운행하며 지하화? 적어도 한국에는 없다니까요

정치권에서 '지하화'를 이야기할 때 주로 예시로 드는 곳은 경의선의 서울 가좌-용산 간 지선(용산선) 구간, 강릉 시내 철도 구간 등이다. 실제로 두 곳은 철도가 지하화되면서 공원과 특화거리, 상업시설 등이 조성됐고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명소가 되었다.

강릉시는 시내 철도를 지하로 묻은 자리에 월화거리를 조성하여 중앙시장과 강릉역을 잇는 관광 특화 거리 조성에 성공했고, 용산선 구간의 경우 '경의선숲길'이라는 형태의 공원과 홍대입구역·공덕역 일대의 상업 시설 개발에 성공했다. 이 두 사례만 보면,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지하화의 강점이 드러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구간의 지하화에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공사를 위해 철도 운영을 아예 중단했다는 점이다. 용산선의 경우 당시 화물철도로 쓰이던 것을 2000년대 중반부터 운행을 중단한 뒤 공사했고, 강릉 시내 철도도 2014년부터 3년여간 지하화를 위해 운영을 중단했고 정동진역에 임시로 시종착하게 했다. 

그렇다면 여야가 모두 이야기한 '경부선 지하화'는 어떨까. 경부선 서울 도심구간은 6개의 선로가 빈틈없이 도심을 훑고 지난다. 지나는 열차도 KTX부터 무궁화호, 그리고 2~3분에 한 번씩 오가는 광역전철까지 다양하다. 이 선로를 모두 지하화하기 위해 열차 운행을 중단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표, 철도 도심구간 지하화 공약 발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도권 지상철도 지하화 총선 공약과 관련해 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을 방문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철도 도심구간 지하화 공약 발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도권 지상철도 지하화 총선 공약과 관련해 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을 방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열차 운행을 중단하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 서울을 찾는 지방 시민들까지 모두 발이 묶이는 것이 당연하다. 비용의 문제를 떠나 '너희 꼴보기 싫다고 열차 운행을 중단하냐'는 전국적인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하다. 그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열차 운행을 유지하면서 지하화를 해야만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운행을 하면서 선로 아래를 파 지하 선로를 뚫은 사례가 없다. '철도 왕국' 일본에서는 이 공사를 한 적이 있는데, 복선 전철 1km당 한화 1~2조 원 정도의 비용이 들 정도로 높은 비용이 소모되는 어려운 공사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시내 철도 지하화 사업비로 계산한 40조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고 위험도 높다. 지하화 공사를 위해 유치선 등의 남는 공간을 공사 공간으로 전용할 것이 뻔하고, 아무리 효율적으로 지하화 공사를 한다 한들 운행 선로가 자주 변경되는 등 이미 안정된 철도 시스템이 매일 뒤흔들릴 것이다. 신호나 궤도 임시가설에서 조금만 문제가 발생해도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실제로 2007년 용산선 지하화 공사 과정에서 지반 침하로 인해 선로 인근의 토사가 무너져 경의선이 불통되는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당시 사고 불과 3분 전에 통근열차가 지나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까지 했다. 이런 사고 위험을 승객들에게 안기면서까지 전구간에 걸쳐 무리한 공사를 해야 할까.

지하화 할 돈은 '땅 파서' 나옵니까

지하화 문제를 이야기할 때 꼭 나와야 할 전제조건은 '예산'이다. 하지만 사회간접자본 예산(SOC)은 한정되어 있다. 올해 정부 SOC 예산은 26조 4천억 원. 2013년 서울시 용역에 따르면 철도 86.4km 구간을 지하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38조 원인데, 11년이 흐른 현재는 그 비용보다 더욱 많이 들어갈 것이 당연지사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과하다. 서울과 부산을 연결해 전국의 일일생활권을 열었다는 경부고속선을 만들 때 20조 4천억 원의 예산이 들었다. 이미 인프라가 충분한 대도시권의 철도가 단순히 불편하고, 보기 싫다고 해서 지하로 넣는 비용이 '단순 산정'만으로도 경부고속선 두 개를 더 깔 수 있는 수준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비용도 제대로 산정된 것이 아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공사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당장 예상 공사 기간과 비용에 비해 실제 공사 소요 시간과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하화 사례가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구간에서 벌어졌다.

당초 해당 사업은 3.6km 구간의 직선화와 1.2km 구간의 지하화를 위해 약 3400억 원의 비용이 투입되어 2020년까지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올해까지 막바지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감사원은 2022년 공사 준공일이 30개월 늦어지면서 사업비 518억 4천만 원이 더 소모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부고속도로 동탄동 일대 지하화 구간의 2023년 모습. 2020년에 완료될 예정이었던 이곳에서는 여전히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동탄동 일대 지하화 구간의 2023년 모습. 2020년에 완료될 예정이었던 이곳에서는 여전히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 박장식
 
이렇듯 한국에서도 지하화 사업을 위한 예산이 예상보다 더욱 소모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아무리 특별법과 민자 투자 등을 통해 예산을 줄이거나 다른 곳에서 빼온다고 하더라도 산정한 비용을 초과하는 순간은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추가 예산은 어디서 조달할까? 단정하긴 어렵지만, 결국 고속도로와 철도가 없는 다른 지역에 철도와 고속도로를 까는 예산에서 빼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시 말해 전국에 인프라가 충분하고 이미 있는 교통 시설물이 읍면 지역에서조차 '과잉'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나 지하화 이야기가 통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철도와 고속도로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다. 여전히 철도가 들어가지 않아 툭하면 주차장이 되는 도로 위에 갇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도시가 존재하고, 고속도로가 없는 것은 물론 필수적인 국도나 지방도 역시 양호하지 못해 물류 이동 등에서 손해를 보는 군 지역이 있다. 결국 '고향으로 가는 길이 편리해짐'을 깎아먹으면서 '내 집이 편하자'는 이기주의인 셈이다.

인프라의 득만 취하려는 이기주의... 지하화를 버려라

결국 지하화는 이기주의다. '보기 싫은 철도'의 인프라를 이용하면서 출근하고는 싶고, '보기 싫은 고속도로'는 타고 빨리 가고 싶지만 그 인프라가 주는 필연적인 소음을 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정말 그 철도와 고속도로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다면,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 고속도로를 폐도시키고, 철도를 폐선시키면 된다. 하지만 '폐선·폐도'라는 소음도, 불편도, 인파도, 혜택도 멈추는 확실한 대안을 선택하지 못하겠다면 그것은 이기주의다. 이를 정상적인 정책이고 공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제한적인 구간에서의 지하화는 필요하다. 분명히 지상철도로, 고속도로로 인한 혜택을 보지 못하고 문제만을 겪는 시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한정 예산을 깎아먹는 '전 구간 지하화', '시내 전부 지하화', '고속도로 40km 지하화' 같은 말도 안 되는 이기주의적 발언은 정치권에서 더 이상 꺼내선 안 된다. 

앞으로 정치권은 지하화 공약이 심각한 이기주의임을 인식하고 도시 단절에 의한 피해를 덜기 위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상부 공원화와 같은 방식이 이미 널리 퍼져 있고, 추가적인 접근도로나 보행로 개설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무대책' 지하화 말고, 더 나은 대책을 보고 싶다.

#지하화#철도#고속도로#정치권#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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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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