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에 올려놓은 고구마는 해남에서 왔다. 동수 어머니가 해남에서 연극공연을 하고 받아온 고구마였다. 목공협동조합의 조합원인 동수 어머니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배우이기도 하다.
정윤영
수업을 맡은 사람은 4.16희망목공협동조합(이하 4.16목공소)의 조합원 유해종씨,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인 고 유미지의 아버지이다. 처음엔 목공이고 뭐고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딸을 아직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미지를 기다리던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그는 잊을 수 없다. '쭈그리고 앉아서 언제 올까' 바다를 바라보던 때를, 아이들을 구한다고 헬기와 잠수정 몇백 대가 와 있다는 뉴스를 보고 배를 타고 따라 나갔지만 아무것도 없던 그 바다를, 진도체육관에 몇 남지 않은 사람들끼리 실없는 얘기를 주고받으며 가족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그곳을.
미지는 29일 만에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목공을 시작했다. 전부터 함께 하자던 가족들이 있기도 했지만 뭔가에 집중할 게 필요했다. 미지의 마지막 모습을 봤어야 했을까 싶다가도 봤으면 본대로 후회할 것 같았다. 제주도 가서 반장들끼리 대회가 있다고 늦게까지 춤 연습을 하던 미지가, 친구들에게 한 달 동안 생일 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던 미지가 계속 떠올랐다. 미지를 찾아 다행이었지만 진도체육관에 남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함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시시콜콜한 얘기할 수 있었던 유일한 장소
목공은 참사 직후 정부합동분향소 앞 천막에서 처음 시작됐다. 매주 '목요기도회'를 함께한 박인환 목사가 주도해 목수인 안홍택 목사가 합류했다. 작은 천막에서 시작한 목공은 분향소를 철수한 뒤에도 계속됐다. 4.16희망목공소라고 이름 붙이고 2015년 9월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안산시의 지원으로 지금의 공간으로 옮겼다.
나무를 깎고 펜을 만들고, 의자를 만드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게 좋았다. 목재는 안산시에 버려진 가로수를 쓴다. 수명을 다한 느티나무를 시에서 수거해 집하장에 갖다 두면, 목공소에서 나무를 가져와 목재로 만든다.
컴퓨터로 도면을 설계하고, 목재 위에 치수를 표시한다. 치수대로 목재를 자르고 장부맞춤이 필요한 곳은 목재를 파서 조립을 한다. 그런 다음 샌딩기로 목재를 매끄럽게 다듬고 구석구석 목공 오일을 발라 마감하면 끝난다. 도면대로 목재를 재단하고 깎으면 끝이라고는 하지만, 나무가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쉽지 않다. 치수에 딱 맞게 자르지 않으면 장부맞춤이 안 된다. 애써 재단하고 손질한 나무가 0.05mm만 안 맞아도 쓸 수가 없다.
"처음에 되게 힘들었어요. 때려치우려고 그랬어(웃음). 치수가 안 맞으면 못 쓰는 거야. 그러니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싶다가) 그냥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하다 보니까 이제 조금 맞는 거죠. 이거라도 안 하면 너무 힘들잖아. 맨날 우울하고 죽고 싶은 생각만 들고. 그런데 여기 목공소에 나와 나무를 잡고 있으면, 신경을 여기 쓰다 보면 그런 잡념이 없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