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나씨가 걸은 산티아고 순례길
박보나
지난 2016년 세월호참사 희생자의 형제자매 2명과 천주교 신도 청년 4명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 순례길에 오를 수 있도록 도운 이들은 대전 어느 성당의 청년 신도들이었다. 성당 자체적으로 세월호 추모제를 준비하면서 형제자매들과 인연을 맺었다. 청년 신도들이 직접 작사, 작곡한 추모곡 녹음에 형제자매들이 참여해 영상 인터뷰를 하고, 성당 추모제에 참여해 발언도 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생각하며 걸었다면서 순례길 중간중간 십자가를 두고 찍은 사진을 갖다준 분이 있었어요. 배가 물에 빠진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서 세월호를 기억해 달라고 스페인어랑 한국어로 해 놓으신 분도 있었고요. 리본을 순례길 가는 길목에 달아 놓던 분, 가방에 리본을 달고 있는 한국인분들도 만났어요. 외국인인데도 안타까워하고 몰라도 읽어 보겠다며 따듯하게 해 주는 분들 또한 많았어요. 기억에 많이 남아요."
800km를 걸어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하기까지 몸은 힘들었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길 위에서 나눈 따뜻한 온기는 잊을 수 없다. 세월호참사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의 인사를 전하는 것만으로 꿋꿋하게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순례길이 끝나면 성당에서 향을 피우는 게 전통처럼 돼 있어요. 저희가 왔다고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미사를 봉헌해 주셨어요. 파리 총기 난사 피해자 가족분들도 함께 추모 미사 하고요. 산티아고 시장님도 만나고, 주교님이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도 얘기해줬어요. 떼제 미사에도 봉헌해 주며 청년들이랑 같이 얘기도 하고. 고통 자체만으로도 되게 슬픈 일이라며 안타깝다고 위로해 주는 모습들이 큰 힘이 됐어요."
박보나씨는 언제가 되더라도 세월호참사의 진실은 꼭 밝혀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열심히 활동하고 추모공간을 비롯한 나름의 성과를 냈지만 어느 것도 흔쾌하지 않다. 정부는 세월호참사를 진정성 있게 다루지 않았고 생명안전사회의 기틀을 마련하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 않았다.
"진실이 규명되어야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그때 서야 진짜 애도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활동의 방식이 좀 달라지더라도 세월호 이야기를 간간이 할 거예요.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 그걸 잘 전하고 싶어요. 부모님처럼 하지는 못하겠지만요."
그는 세월호와 코로나를 경험하며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들의 관계와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얼마나 인간과 사회를 파괴했는지, 여러 참사들이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박보나씨는 동생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린다. 동생이 느꼈을 고통의 크기와 자신의 힘든 상황을 비교하며 다시 일어선다. 그것이 그를 지탱해 주는 활동의 원동력이다. 느닷없이 밀려오는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힘들다가도 타인의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을 만나면, 혼자라는 외로움과 고통은 상쇄되고 참사를 기억하는 내 편이 있다는 든든함을 느낀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생명안전사회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전체를 잃게 될 것이다. 기적을 만들어 낼 공감과 연대의 힘은 우리 안에 응축되어 있다. 박보나씨가 말하는 '우리'와 '함께'의 의미를 통해 공동체의 역할을 되새겨 본다.
"안전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한 불안감도 더 커지는 것 같아요. 혼자서는 바꿀 수 없는 문제잖아요. 저도 무력감이 들 때면 좀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사람들도 같이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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