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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이거 먹어봐, 먹을 수 있나 없나."

대학생인 내가 패밀리 레스토랑 알바를 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들었던 말이다. 나는 서빙을 하는 직무가 아니라 음료를 제조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내가 일하는 레스토랑은 음료를 만드는 곳이 홀에 있어서 손님과 마주칠 일이 잦았다. 그래서 음료를 만드는 일임에도, 손님들이 필요한 것을 가져다 드리기도 했다. 

위 말을 내뱉은 손님은 나랑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 살짝 웃으며 와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손님에게 다가가 '필요한 것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처음 불렀을 때 웃고 있던 인상과는 다르게, 내가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말투와 얼굴이 싹 변하며 반말을 하기 시작하셨다. 

"내가 이 고구마를 시켰는데 너무 딱딱해. (포크로 고구마를 푹푹 찌르며) 이거 보여 이거? 너가 먹어봐, 먹을 수 있는지."

충격이었다. 알바 교육을 받으면서 컴플레인(항의 제기)이 있을 때 매니저님께 바로 말씀드려야 한다는 것은 배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인생 처음으로 '지킬 앤 하이드'처럼 웃다가 갑자기 화를 내는 손님을 마주 하니 당황스러웠다. 매뉴얼대로 했어야 하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처음엔 '죄송합니다'만 연신 읊었다. 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으로 차리고 '매니저님께 말씀드려서 요리 바꿔드리겠습니다'가 나왔다.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러 손님을 만나게 된다. 그 뒤론 식당에 갔을 때의 나의 행동도 달라졌다.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러 손님을 만나게 된다. 그 뒤론 식당에 갔을 때의 나의 행동도 달라졌다. ⓒ 픽사베이
 
이 말을 전해들은 매니저님은 먼저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착한 손님이 있는데 저런 손님도 있다고. 자신도 처음 일 할때에는 저런 분들 때문에 상처 많이 받았다고 말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저 손님에게 여러가지 서비스로 음식이 추가로 나갈 줄 알았다. 컴플레인에 대한 사과와 보상은 추가 음식으로 하는 것이 내가 일하느 레스토랑의 암묵적인 룰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웬걸, 서비스 음식은 커녕 문제가 되는 요리만 바꿔주고 다른 것들은 그대로 였다. 의문이 들었지만 그 땐 다들 너무 바빴기에 그랬나 보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알바를 같이 하던 선배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도 사람이고, 매니저님도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어. 컴플레인이 될 만한 행동을 했다면 우리가 잘못한 게 맞지만 그렇게 매니저님께도 반말하고 막 대하는 사람들은 매니저님도 제대로 대우 안해줘."

생각해보니 그랬다. 문제가 발생해도 정중하게 말씀하시는 손님은 서비스 음식도 드리고 필요하신건 없는지, 계속해서 챙겨드렸다. 하지만 이 손님처럼 직원에게 막말과 화를 내는 손님은 매니저님들도 철저하게 문제만 해결했다.

어떤 이들 중엔 포크를 지휘봉처럼 사용하는 손님도 있었다. 말로 말해도 충분히 알아들을 텐데, 음료를 포크로 가리키며 '저거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고, 나에게 포크를 겨누면서 손가락질 하듯이 포크를 연신 흔들어 대기도 했다. 그런 행동에 처음에는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요새는 그냥 그런 사람인가보다 하고 넘기게 된다.

마음은 강해지는 게 아니라 무뎌지는 것 같다. 매일같이 이런 손님들을 적어도 한두번은 보다보니 마음이 무뎌져 이제는 별 생각도 잘 들지 않는다. 그러다 그런 게 쌓여 가끔 우울해지면 '난 뭘까, 왜 여기서 일을 하고 있지?' 생각하기도 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서비스 받기

물론 이런 손님들만 있는 건 아니다. 아이를 데려오셔서 환하게 웃으며 '감사합니다 해야지' 하고 친절하고 환한 미소로 기분을 좋게 해주시는 손님들도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라 아이들을 데려오시는 부모님들이 많다. 일을 하다가 힘들더라도 이런 손님들을 보고, 아이의 환한 미소와 저 한마디가 일 할 힘을 나게 한다.

이런 손님들은 직원 매니저 구별없이 모두가 잘해드리려고 노력한다. 음료 리필 필요하신지, 고기 굽기는 괜찮은지, 피클이나 냅킨은 필요하지 않은지. 요청하기도 전에 먼저 여쭤본다. 

나는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가장 잘 실현되는 곳이 식당이라고 느꼈다. 직원도 사람이기에 직원들에게 예의 있게 잘해주고 친절한 사람에게는 잘해주게 되고, 무례한 손님에게는 그만큼 정성을 덜 쏟게 된다.

식당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나도 반성을 하게 됐다. 내가 식당에서 생각없이 하던 행동들이 혹시 무례했던 것은 아닐까 싶어서다.

요즘에는 어디에 가도 최대한 친절히 대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엔 접시를 가지런하게 정리를 해놓기도 하고, 음식을 준비해주시거나 계산하는 분들에게 나갈 때 꼭 까먹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직원에게 짓는 작은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지친 직원을 힘나게 한다는 것을 나 또한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무례한 손님에게 가하는 일침도 아니고 교육도 아니다. 힘들어하는 알바생들, 직원들에 대한 위로의 글이다. 동시에 서로 존중하는 사회를 바라는 한 청년의 글이다. 모든 사람이 직원에게 친절한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직원 또한 나와 같은 한 명의 사람으로 대하고 존중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 분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오늘도 일하는 모든 분들께 존경과 응원의 메세지를 보낸다. 

#레스토랑#알바#존중#무례#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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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여러 활동에 관심이 많음. 대외활동, 동아리활동, 취업등에 관한 글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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