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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책 너머의 세상을 봅니다. 서평 쓰는 사람들의 모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북클럽' 3기입니다.[편집자말]
친구들과 수다 떨며 노는 걸 낙으로 삼는 딸은 고등학교를 시작하며 급격히 우울해했다. 과중한 입시 스트레스에 숨도 못 쉴 만큼 버거운데, 코로나까지 터져 어찌나 외로워하든지. 마음 나눌 친구가 없어 울면서 하교하거나 제 방에서 혼자 우는 일이 잦았다. 매번 달래고 다독이며 딸을 위로했지만, 때로는 나도 지쳐 그만 좀 징징거리라고 화를 내놓고는 뒤돌아 자책하기도 했다. 

외로운 딸에게 즉각적 위안은 스마트폰이었다. 드라마와 각종 유튜브 콘텐츠들, 동경하는 유명 인사의 SNS를 엿보는 것으로 우울감을 애써 잊어보려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눈 돌리면 차가운 현실에 더 공허해하곤 했다. 다행히 코로나는 끝났고 대학 생활이 시작되며 우울의 빈도는 차츰 낮아졌지만, 습관이 되었는지 여전히 각종 영상 콘텐츠들과 소셜 미디어를 탐닉하곤 한다.
 
    외로운 딸에게 즉각적 위안은 스마트 폰이었다.
외로운 딸에게 즉각적 위안은 스마트 폰이었다. ⓒ Unsplash
 
그런데 뉴스를 보니 우리 애만 우울했던 게 아니었나 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21년 사이 우울증 환자가 34% 증가했는데, 이 중 2030 환자수는 약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의 영향이 컸겠거니 짐작하면서도 도대체 젊은 청년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구체적 요인들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관련 기사와 책들을 살펴보니 험난한 취업문제, 어린 시절에 겪은 힘든 일, 유전인자와 신경적 요인까지 다양한 원인들이 언급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현대사회의 기술에 대한 집착과 소셜 미디어 집착을 주요 원인으로 다룬 책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8월에 출간된 니컬러스 카다라스의 <손안에 갇힌 사람들>이다. 

왜 SNS에 중독될까

미국 최고의 중독 전문가이자 임상 심리학자로 알려진 저자는 20대에 중독 문제를 겪다가 혼수상태에서 살아난 이력이 있다. 이후 그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중독자들의 회복을 돕는 일을 하며 각종 언론 매체에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은 만성화된 소셜미디어 사용이 젊은 성인에게 끼치는 영향은 물론, 사용자들의 중독현상을 의도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비윤리성까지 파헤친다는 점에서 특히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 중 하나는 소셜 미디어의 과한 사용이 가져오는 자제력 약화에 대한 부분이다. 책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를 통한 화면 경험은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분비시킨다고 한다.

문제는 이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동안 충동제어와 관련된 전두엽의 회백질이 감소하게 되어 자제력을 점차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볼수록 더 집착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게다가 디지털 플랫폼에 과도하게 자극받고 취한 사람에게 일상은 필연적으로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도파민을 솟게 하는 화면 경험과 관련되지 않은 일들, 책을 읽거나 공원산책 등 일상의 경험은 도파민 추락, 즉 기쁨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해져서 우울증, 따분함, 공허함, 쾌감 상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상이 부쩍 지루하고 공허하게 느껴진다면 자신의 소셜 미디어 의존을 점검해 볼 메시지로 읽히는 부분이다. 

이 책이 인상적인 또 다른 지점은 소셜 미디어 사용이 사용자의 뇌 구조와 정보처리 방식을 바꾼다는 주장에 있다. '좋아요'와 '싫어요'의 이분법적 선택으로 시작한 페이스북과 그 외의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이분화된, 자체적으로 강화되는 정렬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고 한다.

즉, 인식된 선호도를 바탕으로 하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왼쪽으로 기울면 왼쪽으로 기울어진 콘텐츠를 더 많이 보내고, 오른쪽으로 기울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콘텐츠를 더 많이 보낸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은 점점 폭이 좁고 복잡성이 결여된 흑백 논리의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해지고, 이는 뇌 구조 또한 이진법 방식으로 단순화되게 만든다고 한다. 정신건강에 극도로 유해한 이분법적 사고는 안타깝게도 경계선 성격장애를 포함한 여러 성격 장애의 진단적 특징이라고 한다. 저자는 또한 거시적 차원에서 우리 사회도 같은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중독되라고 개발
 
    <손 안에 갇힌 사람들> 책 표지
<손 안에 갇힌 사람들> 책 표지 ⓒ 흐름출판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의 비윤리적 행태를 다룬 부분이다. 페이스북의 전 직원 프랜시스 하우건은 2021년 9월 내부 이메일과 문서를 근거로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페이스북의 위험성을 폭로했다.

그가 의회에서 증언한 바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내부 연구를 통해 인스타그램의 유해 알고리즘이 수백만 명의 어린 사용자에게 자기혐오와 자살 경향을 높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수익성을 염려해 알고리즘을 수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소셜 미디어와 그 플랫폼이 수익을 위해 중독성이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도파민을 급증시키고 구독자 수 전쟁을 유발하는 콘텐츠 등 모든 현상이 실제로 개발자들에 의해 이미 의도되고 계획되었다고 한다.

페이스북 초대 대표 숀 파커는 자신과 마크 저커버그, 인스타그램의 케빈 시스트롬 모두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어쨌든 진행했다고 하니 그들의 비윤리성에 기겁할 정도이다. 

중독되라고 개발했다는데 중독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애초부터 스마트폰을 오래 본다고 아이들만 나무랄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자는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가들 즉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를 가리켜 세계를 지배한다는 의미로 '신테크노크라트'라 칭하며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이 '신테크노크라트'는 세계를 지배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는 것과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고 생각하고 투표하는지를 통제하면서 삶에 관한 데이터를 캐내고 있다. 디지털 지배자들에게 우리는 그들의 알고리즘을 위한 수많은 데이터일 뿐이며 다수 제품과 플랫폼의 소비자일 뿐이다... 그들이 수익을 내는 제품은 바로 우리 자체다. 전자 기기는 그들이 우리(그리고 우리의 데이터)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미끼에 불과하다."(44쪽)

결과적으로 이 책의 장점은 우리가 기꺼이 의존하는 각종 소셜 미디어란 결국 수익을 쫓는 거대 기술기업이 만들어내는 상품의 한 종류일 뿐임을 절절히 실감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아쉬운 점은 디지털 광기의 시대에 맞서 우리의 이성과 분별력을 회복할 해법으로 피타고라스나 플라톤 등의 고대철학을 제시하는데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법들로서는 좀 미약해 보인다. 

그럼에도 현대의 우리들이 점점 더 불안하고, 더 충동적이고, 더 외롭게 되는 이유가 거대 기술기업들의 의도와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분명히 밝힌 일은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겠다. 소셜 미디어와 우울증의 관계를 의심하는 분, 구글, 페이스북, 틱톡 등 소셜 미디어 기업의 정체가 궁금하신 분, 일상이 갑자기 극심하게 지루하게 느껴져 원인을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손 안에 갇힌 사람들 - 화면 중독의 시대,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 되찾기

니컬러스 카다라스 (지은이), 정미진 (옮긴이), 흐름출판(2023)


책을 통해 책 너머의 세상을 봅니다. 서평 쓰는 사람들의 모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북클럽' 3기입니다.
#화면 중독#우울증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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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궁금한 게 많아 책에서, 사람들에게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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