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거제 둔덕포도축제에 다녀오다가 우연히 활짝 핀 백일홍 꽃밭을 만났다. 남지에도 지금쯤 백일홍이 활짝 피었으리라. 서둘러 남지로 향했다. 체육공원에 차를 세우고 꽃밭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봄에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들었던 낙동강변 넓은 들판에는 백일홍과 코스모스가 가득했다. 색색의 예쁜 백일홍은 이름 그대로 앞으로 석달 동안은 시들지 않을 것처럼 보였고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는 가을이 곁에 와 있음을 알려주는 듯했다.
낙동강을 곁에 두고 꽃길을 여유롭게 걸었다. 꽃을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기쁘고 즐겁다. 남지에서 나와 지난 봄 능수벚꽃이 피었을 때 들렀던 만년교를 찾았다. 창녕군 영산면 동리, 호국공원 내에 있는 만년교는 길이 13.5m, 너비 3m의 무지개다리(홍예교, 虹霓橋)이다.
만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는 뜻으로 정조 4년에 처음 만들었고 고종 29년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특히 봄에 벚꽃이 필 때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물에 비친 다리의 모습도 아름답다.
만년교 곁에 있는 연지못으로 가서 데크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옛날 화재를 예방하고 농사에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못 주위를 빙 돌아 늘어선 벚나무가 꽃을 피울 때면, 물에 비친 반영과 육각정자 향미정을 품은 못의 풍경이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떠올리며 귀로에 올랐다. 무덥고 길었던 여름의 끝자락에 가을이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