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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간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이 6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윤간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이 6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딱 한 단어들이 많았습니다. '살려주세요'입니다. 살려주세요."

윤간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 과장은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 조사에 응한 교사들이 주관식 답변에서 많이 한 말로 '살려주세요'를 꼽았다. 그는 "그만큼 위험에 처한 분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녹색병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8월 16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교사 6024명 참여, 3505명 답변 변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교사가 일반 성인 대비 4배 많은 38.3%가 '심한 우울'을 겪고 있으며, 16%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각을 한 적 있다고 답했다. 윤 과장은 해당 조사에서 결과 분석 업무를 맡았다(관련기사: 의사들도 깜짝 놀란 '교사 마음건강' 실태... "심한 우울, 일반성인 4배" https://omn.kr/25ie0).

지난 6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만난 윤간우 과장은 분석 작업을 하면서 교사들의 우울감이 높을 수밖에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업무 부담 요인 중 수업은 3.2%에 불과했고 학부모 상담 민원(37.5%) 및 생활지도(28.4%)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윤 과장은 "교직 생활을 하며 예상과 다른 일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스스로가 무너지고 갈수록 (스트레스가) 더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를 통해 해결되는 걸 기대하기는 너무 늦다. 우선 위험에 처한 교사들을 빨리 도와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윤 과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실태조사 반복 확인한 의사 "그럴 수밖에" 확신한 이유
 
▲ 윤간우 “교사 ‘마음 건강’ 실태조사 답변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살려주세요’”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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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 마음건강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특징이 있다면. 

"예상보다 (우울감 등 결과 수준이) 높았습니다. 결과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번 보완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높았습니다. 지난 4일 재량 휴업 당시 많은 선생님이 (집회에) 참여하고 또 (고통에) 공감하는 걸 보면서 '다 자기가 겪은 경험이고, 그 처지를 이해하기에 그렇구나, 그래서 그 결과가 설문에 반영됐구나' 싶었어요." 

- 이후에도 교사 사망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사 기간이) 방학이었잖아요. 교사들의 정신 건강이 나빠지는 건 업무 환경 때문인데, 이 환경이 중단된 시점에도 이렇게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수업이 시작되고 (문제 해결 없이) 또 위험 환경에 노출될 경우 문제가 더 커지지 않겠나 걱정이 됐습니다." 

- 5일 기자회견에서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지난 10년 전 비슷한 조사를 언급, 교사들의 마음건강 상태가 더 악화됐다고 했습니다. 

"그때도 교사의 자살 문제였습니다. (당시에도) 다른 힘든 분들이 있을 거라 보고 조사했지요. 그때도 일반 사람들보다 높은 수준이었지만 지금처럼은 높지 않았어요. 그동안 문제가 쌓이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직접 만나 들어보면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쉽게 공개를 못하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또 관심이 적다보니 감춰진 부분도 있을 것이고요. 이번에는 연이어 사건이 일어나고 (실태조사 같은) 여러 (응답) 공간이 마련되다 보니 터져나온 것 같습니다."

- 교사는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식됩니다. 그래서 교사들의 마음건강이 이렇게 악화됐다는 점을 의아하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흔히 정신 건강 문제를 이야기하면 자질을 거론하거나 이득을 바라는 과도한 표현일 것이라는 주장도 하는데, 그건 실제 그분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몰라서 하는 오해라고 봅니다. 이번 조사에선 (교사들의) 노동 환경에 대한 조사들을 했는데 '이럴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했어요." 

'우리도 심리지원 좀...' 교사들이 직접 쓴 SOS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에서 열린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정신) 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서 윤간우 녹색병원 과장이 보고서 발표를 하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에서 열린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정신) 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서 윤간우 녹색병원 과장이 보고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주관식 답변도 1700여 개가 수집됐다고 들었습니다. 교사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이 있다면. 

"딱 한 단어들이 많았습니다. '살려주세요'입니다. 살려주세요... 그만큼 위험에 처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심리 지원이나 관리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거나 '민원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 등도 많았습니다."

- '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38.3%에 달했습니다. 

"높지요. 일반인은 가벼운 우울 증상이 20% 정도고, 심한 경우가 8~9%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선 가벼운 우울이 60%이고, 심한 우울은 40% 가까이 나왔으니까요. 서비스직 노동자의 경우에도 대개 15~20% 정도입니다."

- 학부모 상담 횟수가 반복될수록 우울 증상이 높아진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힘든 점을 주관식으로 적게 했는데요, 학교 일뿐 아니라 퇴근 후에도 밤낮없이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상담과 민원이 지속된다는 답변들이 있었습니다. 집에 오면 전환을 할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으니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반복되는 상담) 과정에서 언어와 신체 폭력 피해도 접하면서 우울 증상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 근무 특성에 따라 업무 부담이나 우울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의 경우 상담 업무가 많기는 합니다. 왜 유독 초교 선생님들의 마음건강이 특히 나쁜가 하면, 이는 근로 특성과도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은 한 반에 혼자 계속 계실 때가 많습니다. 교무실을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니라서 떠나 쉴 공간도 없고, 상담을 거의 혼자 수행하기도 하고요. 주위 동료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는 상황도 적다 보니 (스트레스가 정도가) 더 크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 수업(3.2%)에 대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답변은 학부모 상담 및 민원(37.5%)과 생활지도(28.4%) 등에 비해 훨씬 적게 나왔습니다. 

"교사가 될 때 수업은 본인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학부모 상담과 민원에서 오는 언어와 신체적 폭력 등은 예상하지 못한 일들입니다.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

- 폭력을 당한 교사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 비율은 신체 폭력(51.1%), 언어폭력(42.3%) 등 높은 수치로 나왔습니다. PTSD가 방치되면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됩니까. 

"계속 같은 상황에 노출되기 때문에 우선 그 환경 자체를 겪기 싫게 되겠죠. 수업이나 학교를 가는 것조차 두려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무너지고, 스트레스를 일상에서 풀다 보면 가족과의 관계도 악화될 수 있고요." 

- 5년~25년 미만 경력의 교사들이 스트레스 고위험군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업무 숙련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력 교사들인데요. 

"몇 분을 만나 여쭤보니 자괴감이 큰 이유 같았습니다. 초반에는 교직 생활을 하며 생각했던 꿈을 의욕과 신념대로 펼치기 위한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이후에는) 교직 생활을 하며 예상과 다른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고 또 이 문제들이 반복되고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 보니 스스로 무너지고, 갈수록 (스트레스가) 더 커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 교사들이 겪는 폭력 중에선 언어폭력(66.3%)이 월등히 많았습니다.  

"상담이 전화와 방문으로 이뤄지는데, 특히 전화나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등의 과정에서 언어 폭력이 쉽게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교사는 노동자 아니라는 인식이 '감정보호' 열외... 의료·행정 조치 필요"
 
 윤간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 과장은 우울을 겪고 있는 교사들을 위해 의학적·행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간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 과장은 우울을 겪고 있는 교사들을 위해 의학적·행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유성호

- 교육부와 국회에선 제도 보완을 위한 입법 논의가 한창인데요. 실태 조사 결과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수치는 무엇입니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폭력에 대한 경험이 아주 높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빨리 필요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정신 건강의 결과들입니다. 우울, 자살에 대한 모든 수치들이 높기 때문에 이들을 방치해선 안 됩니다. 사실 제도를 통해 차차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엔 너무 늦을 것 같습니다. 위험에 처한 선생님들을 빨리 찾아 도와야 합니다." 

- 위기 학급을 전수조사 해야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조사도 필요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줄 수 있는 도움을) 많이 알려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쉽게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이 먼저입니다." 

- 우선 조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교사들을 위한 심리상담센터가 필요합니다. 전화든, 오프라인이든 익명을 보장해서. 학교 사정을 잘 아는 분들이 관여하거나, (센터에) 심리상담사나 의료진들을 배치해서 당장이라도 운영하는 것은 어떤가, 더 나쁜 상황들이 만들어지는 걸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일반산업군 대비 교사 직군에 대한 스트레스 관리가 부족한 현실도 지적됩니다. 실제 어떤 관리가 가장 부족하다고 보시나요.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일반 산업의 노동자들이 받는 법적 조치로부터 열외되어 있습니다. 교사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먼저 의학적 조치. 빨리 위험 인자를 찾아 심리 상담이나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죠. 집단의 경우 집단 프로그램을 적용하기도 하고요. 그 다음 행정 조치, 외상후 스트레스 장해를 겪는 분들이 계속 상담 업무를 겪게해선 안 됩니다. 잠시 떠나 휴식할 시간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요." 

- 국회에선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팀, 아동학대 범죄 신고 시 교육감 의견 제출 의무화 등의 입법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건 무엇일까요.

"상담 전담 인력에 관한 입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상담 과정에서 문제들이 발생하기 많이 때문에, 그 부담을 줄이는 대책이 가장 시급히 마련 돼야 한다고 봅니다." 

- 직업환경의학 의사로서 우울을 겪고 있는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새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진행하더라도 교사들을 위한 시간을 좀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동료끼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들을 학교에서 마련해 줘야하지 않을까요. 좀 쉬셔도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교사#학교#우울#치유#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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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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