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부산물 격인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투기 임박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원전사업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전남지역 노후 원전을 수명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25년 12월, 2026년 9월 각각 40년 수명 만료를 앞 둔 한빛원전 1, 2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해 이달 30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주기적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27일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확인된 것이다.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를 등에 업은 한수원이 부산 고리원전 2, 3, 4호기에 이어 설계 수명 만료를 목전에 둔 전라남도 영광군 소재 한빛 1, 2호기의 수명연장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한수원, 29일 이사회에서 안건 처리 예정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한수원은 이달 29일 경주 본사에서 개최 예정인 이사회에 한빛 1, 2호기 계속 운전(수명연장)을 위한 주기적안전성평가 및 경제성평가 안건을 상정, 처리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30일 원자력발전소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운전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은 최근 이 같은 계획을 한빛원전 인근 지자체인 전남도와 전북도, 주변 시군 의회 등에 대면 보고하는 일정을 소화하며, 노후 원전 수명연장에 따른 지역사회 반발 최소화를 위한 명분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주기적안전성평가 보고서는 원전사업자가 운영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종합평가해 원안위에 제출하는 보고서로,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을 위해선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현행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기적안정성평가 보고서는 10년 주기로 제출하되, 계속운전을 위해 제출하려는 때엔 일반적 안정성 평가에 더해 ▲계속 운전 기간을 고려한 주요 기기에 대한 수명평가 ▲운영허가 이후 변화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추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수원이 신청한 주기적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접수받은 원안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안전 심사를 토대로 원전 사업자가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해 안전성 평가를 했는지 심사하고, 현장 점검 등을 통해 계속 운전 기간 동안의 원전 안전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인허가 절차와 함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설비 개선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한빛 1, 2호기의 수명이 만료되는 2025년 12월까지 수명연장이 승인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한수원 측은 10년의 수명을 연장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인허가 심사와 설비 개선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재가동 시점은 한빛 1, 2호기 모두 2028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사회 등 반발을 뚫고 10년의 수명 연장을 신청하지만, 규제기관 승인을 얻는다고 해도 실제로 얻어지는 추가 가동 기간은 호기 당 7.5~8.5년에 불과한 셈이다.
'노후 원전' 수명 늘리기... 지역사회 반발
수명 연장을 위한 설비 개선에 소요되는 비용도 원전 1기당 3000억원을 헤아린 것으로 전해져 경제성 평가 결과를 두고 논란도 예상된다. 또한 한수원 자체 경제성 평가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이 제대로 반영됐는지도 의문이다.
한빛원전이 소재한 전남지역에서는 한빛 1, 2호기 수명연장 추진에 따른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생겨난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임박으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수명 연장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원전 사고는 한번 사고가 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며 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기류가 지역사회에선 강하다.
각각 1985년 12월, 1986년 9월 운영허가를 받고 가동에 돌입한 한빛 1, 2호기의 경우 사고, 고장을 자주 일으켰던 노후 원전으로 지역사회에선 '애물단지' 원전으로 취급받는다.
게다가 국내 상업용 원전 가동 40년이 넘도록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 처분장이 없는 상황에서 노후 원전의 수명을 늘리면서까지 핵폐기물을 추가로 발생시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수원은 지난 4월 한빛원전을 비롯한 전국 원전 부지 지상에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에 대한 지역사회 반발도 여전한 상황이다.
한수원의 노후원전 수명 연장 기류를 감지한 전남도의회는 지난 4월 '한빛원전 1,2호기 수명 연장 전면 백지화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정부와 한수원의 무책임 행정을 비난하기도 했다.
당시 건의안에서 전남도의회는 "한빛 1, 2호기는 가짜부품사건, 제어봉 낙하사고, 증기발생기 문제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했던 노후원전"이라며 " 사용후핵연료 영구저장시설 마련 등 안전대책을 먼저 세우지 않고 원전의 가동만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부와 공기업의 자세냐"고 지적한 바 있다.
한수원 한빛본부 관계자는 "29일 이사회 의결, 30일 관련 서류 원안위 제출 이후 한빛 1, 2호기 계속운전 절차가 본격화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역사회와 충분히 소통하면서 계속운전에 따른 안전성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