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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남원으로 향하는 17번 국도의 오수면 대정교차로에서 농로를 500m 진행하면 직사각형 형태로 둘레가 500m 정도 되는 대정저수지에 도착한다. 저수지의 둑과 주위에 5그루의 노송이 오랜 세월을 간직한 자태를 드리웠고, 수변식물인 왕버들 나무 15그루가 신록의 그늘을 펼치고 있는데 높이 20m 밑동 둘레 4m 가까운 노거수도 있어 늠름하다.
 
 가시연꽃 잎
가시연꽃 잎 ⓒ 이완우
 
이곳 대정저수지는 300년 전의 인문 지리서인 남원의 용성지(龍城誌)에 기록된 유서 깊은 곳인데 이 지역에서는 대말 방죽이라고 부른다. 옛날에 남원에는 광한루 구경과 이곳 대말 방죽 화전놀이 두 가지가 이름난 볼거리였다고 한다.

근친(覲親: 시집간 딸이 고향에 돌아가 어버이를 뵌다는 뜻) 길은 으뜸이고 화전(花煎: 진달래·개나리·국화 등 꽃과 함께 부친 전병) 길은 버금이라고 했다. 이곳 제방과 언덕에는 근친의 반보기(길 중간에서 만나 상봉하는 것)와 화전놀이가 함께 결합해 매년 잔치 마당이 벌어졌다. 한가위 지나고 날짜를 따로 정해, 여가를 낸 시집간 딸들과 친정어머니들이 함께 모여서 애틋한 정을 나누었던 장소이다.
 
 가시연꽃 군락
가시연꽃 군락 ⓒ 이완우
 
하지 절기를 갓 지난 6월 하순의 자연의 생명력이 왕성하다. 대말 방죽 습지의 아래쪽 절반 수역은 가시연꽃 군락지가 수면을 덮었고, 위쪽 절반 수역은 마름이 세력을 이루어 확산하고 있다. 방죽 가에는 여러해살이 외떡잎식물인 부들이 무리 지어 자리를 잡아가며 잎을 곧게 세우고 무성하다.

왕버들 나무 그늘의 얕은 물가에는 민물새우가 떼로 몰려서 파닥이다가 가시연꽃 잎에 뛰어 올라오기도 한다. 우렁이가 물속을 머무른 듯 움직이며 기어 다니고 있다.
 
 대말 방죽 원경
대말 방죽 원경 ⓒ 이완우
 
대말 방죽의 소나무와 왕버들 나무는 보호수나 생태 숲으로 지정될 가치도 충분해 보이는 풍치림이다. 이곳 숲은 2011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았다. 제방 둑, 농로와 나무 데크길을 걸어서 아름다운 습지의 풍경을 둘러볼 수 있다. 습지의 사계절은 언제나 다양한 생명력으로 출렁이고 있다.

이곳 대말 방죽은 줄기와 잎에 가시가 가득한 한해살이 수초인 가시연꽃 자생지이다. 가시연꽃은 오래된 저수지나 늪지에서 물속의 미세한 입자가 퇴적된 땅에 뿌리를 두고 수면에 잎을 띄운 한해살이 식물로, 주로 7~8월에 자주색 꽃이 긴 꽃자루에 한 개씩 핀다.
 
 가시연꽃 근접 2022.08
가시연꽃 근접 2022.08 ⓒ 연다인 황옥택
 
가시연꽃은 충매화로 낮에는 꽃잎을 열고 밤에는 닫기를 3일 정도 반복하고 꽃송이가 물속으로 잠기며 씨앗을 맺는다. 가시연꽃은 때로는 꽃잎을 펼치지 않고 꽃봉오리 상태로 자화 수정하는 폐쇄화이기도 하다. 가시연꽃은 연잎이 크고 꽃이 아름다운데 가시연밥은 삶거나 떡으로 만들어 식용할 수 있고 물고기와 새들이 즐겨 먹이로 삼는다.

가시연꽃은 고여 있는 물이 약간 부영양화 된 곳에 적정한 수심 조건이 맞아야 발아와 생육을 할 수 있어 어느 해에는 수면을 가득 메운 군락지를 만날 수 있고, 어느 해에는 아예 꽃을 볼 수 없기도 하다. 서식 조건에 맞지 않는 환경이거나 습지가 아예 점차 없어지면서, 가시연꽃은 그 자생지가 줄어들고 있다.

습지 줄며 자생지도 줄어... 대말 방죽의 습지 지정 검토돼야
 
 마름
마름 ⓒ 이완우
 
지역 주민인 황옥택(임실군 오수면 대정리)씨에 의하면 작년에는 가시연꽃의 성장이 좋지 않아 몇 그루만 개화했는데, 올해는 성장이 좋아서 가시연꽃 군락의 풍성한 개화를 기대할 만하다고 한다. 작년에는 모내기 철에 저수지의 바닥이 드러날 정도였는데, 올해는 모내기 철에 비가 많아서 가시연꽃의 성장에 적정한 수위가 유지되었기 때문이란다.

습지는 다양한 생물의 원초적인 삶의 터전인 생명의 고향이다. 환경과 공존해야 우리의 삶이 생명력으로 더 풍요로워진다. 대말 방죽의 소나무와 왕버들 나무가 보호수와 생태 숲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대말 방죽의 습지 지정도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가시연꽃 2022.08
가시연꽃 2022.08 ⓒ 연다인 황옥택
 
대말 방죽은 17번 국도에 가까이 있어 접근성이 좋으며 제방, 농로와 나무 데크 길은 휴식하기 좋은 산책의 시간과 공간이 된다. 으뜸인 근친 길과 버금인 화전 길이 만나는 세시 풍속의 정겨운 장소였던 대말 방죽의 생태 습지에 가시연꽃이 피기를 기다린다.

 

주요 지리정보

#가시연꽃#임실 대말 방죽 습지#반보기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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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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