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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서울 국제 도서전 사진.
2023서울 국제 도서전 사진. ⓒ 김정희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고 서울국제도서전, 코엑스가 주관하는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2023. 6.14~6. 18일까지 코엑스 A & B1홀에서 개막했습니다.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에 잠시 눈길을 줍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우리가 눈여겨볼 일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올해도 딸과 함께 도서전에 왔습니다. 팔찌는 등록 완료 표시
올해도 딸과 함께 도서전에 왔습니다. 팔찌는 등록 완료 표시 ⓒ 김정희
 
저는 두 번째 날인 목요일, 주말을 피해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는 주말 방문이어서 그런지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으로 인해 그야말로 책의 축제가 따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평일인 어제도 역시 사람이 많더군요. 잔치에 사람이 없으면 흥이 나지 않지요.

코로나로 몇 해 열리지 않았으나 열릴 때마다 몇 년째 꼭 챙겨 가는 도서전입니다. 그곳에 제가 좋아하는 출판사가 있고 아끼는 책이 있기 때문입니다. 잔치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출판사와 자기만의 개성을 뽐내려는 독립출판사, 1인 출판사까지 책과 관련한 모든 사람이 책 장터를 펼치고 책과 한바탕 노는 장소거든요.

그래서 좋습니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부스마다 출판사와 어울리는 꾸밈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대형 출판사는 대형 출판사답게 나눠주는 굿즈도 대담하고, 푸짐합니다. 작은 출판사나 독립출판사는 특색을 발휘한 굿즈로 나누는 즐거움을 선물합니다.
  
 국제 도서전의 상징이 된 작가들의 얼굴 모습
국제 도서전의 상징이 된 작가들의 얼굴 모습 ⓒ 김정희
 
올해 도서전은 저에게 특별한 만남도 있었어요. 부산에서 올라온 딸 친구와의 만남이었는데요, 방문하고 싶은 출판사와 보고 싶은 그림책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책을 통하여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려는 젊은 친구의 모습이 대견하여 응원을 보냈답니다.

부스를 방문할 때마다 왜 이렇게 사고 싶은 책이 많은지요. 꼭 들르고 싶은 출판사 몇 군데를 염두에 두고 왔으나 가는 곳마다 발길과 눈길, 마음을 머물게 해서 쉽게 떠날 수 없는 저를 다독이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그림엽서나 도서 목록, 부채, 책갈피와 팸플릿 등 다양한 굿즈 행사가 있는데 무조건 무료라고 해서 그냥 집어 들기만 하면 안 된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한 장의 그림엽서는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그린 그림이고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책과 함께 놓여 있으니까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림에 관심이 많아 습관처럼 엽서를 보다가 무심코 집어 들었는데 출판사 관계자가 "저기 그림이 들어있는 책도 한번 들여다보실래요" 하며 말을 걸어 주셔서 아차 싶어 발을 돌려 책을 보았습니다. 웬걸 이 책이야말로 제가 사야만 할 책이었지요. 결국 저는 또 한 권의 책을 어깨에 멨습니다. 책 부스가 워낙 많다 보니 그냥 굿즈만 챙기는 일도 생기더라고요.

책이 있는 곳은 생각과 영혼이 있는 곳이라고 평소 생각합니다. 즉 마음이 머무는 안식처 역할을 하는 곳이죠. 우리 인간이 만들어 낸 유일한 정신의 장소, 위로와 치유를 담고 있는 게 책이고 책이 있는 공간입니다. 그곳만이라도 우리의 자유가 맘껏 허용되는 공간으로 남길 바랍니다.
  
 책이 진열된 벽. 설렘의 벽이다.
책이 진열된 벽. 설렘의 벽이다. ⓒ 김정희
 
캐리어 챙기지 못한 것을 잠시 후회했으나 어깨가 빠질 만큼은 아니게 책을 사 들고 돌아오는 길, 왜 그리 마음이 뿌듯하고 벅찬가요. 그 이유를 저는 알고 있습니다. 책이 주는 충만함 때문이란 것을요.

늦은 밤 짐을 풀면서 오늘 낮에 있었던 도서전을 다시 떠올립니다. 그 어느 잔치보다 훌륭한 잔치였음을 실감하였습니다. 먹을 것 하나 없는 잔치였음에도 얼마나 많은 볼거리로 우리의 정신을 배부르게 채워 주었는지 모르니까요.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을 방문할는지 생각만 해도 설렙니다. 소도시 군산에 사는 저는 이 도서전 참여를 위해 일 년을 기다립니다. 가깝다면 매일 가고 싶으나 그렇지 못해 아쉽지요. 아침 9시 고속버스를 타고 갔다가 내려오는 7시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니 밤 10시가 가깝네요. 이제 지하철 9호선은 제게 조금 익숙한 곳이 되었습니다. 그중 빠르고 간편한 노선이라고 딸이 가르쳐준 길이니까요.

제가 보는 이번 도서전의 특징은 작은 크기의 책들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아마 바쁜 현대인들의 취향에 맞춘 것이기도 했으나 손안의 핸드폰보다 손안의 책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은 아닌가 싶게 작은 책들이 알차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읽고 싶은 책 몇 권 구입했습니다.

유일하게 세 권의 책을 구입한 부스가 있습니다. 그곳은 1인 출판사였는데요, 자신이 그림을 그리고 쓴 책을 시리즈로 가지고 나온 출판사였습니다. 멋졌습니다.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그 출판사처럼 나만의 무엇인가를 모색하고 싶은 동기부여를 준 곳이었습니다. 직접 당신을 응원한다고 말하지 않았으나 출판사의 책 몇 권 구입하는 게 응원의 메시지는 아닌가 싶었습니다.

오늘 하루 제 시간을 충분히 소비하고 왔습니다. 내년을 기약하며 누군가 또 열심히 노력하고 분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그들과 연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잘 살고 싶습니다. 저도 저만의 잔치를 위해서 말이지요.
  
 저마다의 개성을 발휘해 출판사 부스를 장식했습니다. 마음산책의 멋진 부스!
저마다의 개성을 발휘해 출판사 부스를 장식했습니다. 마음산책의 멋진 부스! ⓒ 김정희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에서 한 말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 말을 화두로 삼고 도서전의 의미를 곰곰이 되짚어 봅니다.

도서전은 일요일까지 열립니다. 여건이 된다면 국제도서전에 들러 보세요. 흥겨운 잔치가 그곳에 있습니다. 곧 사람이 잔치의 주인공이 되는 곳, 흥겨운 마음의 물결이 출렁이는 곳, 2023서울 국제 도서전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브런치 스토리에 기재될 예정입니다.


#2023서울 국제도서전#책 잔치#예술#충만함#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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