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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변 임도 바로 옆에서 자라난 왕버들도 무참히 베어져 버렸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관련사진보기 |
내성천변 주민들에게
정말 멋지고도 아름다운 곳을 삶의 터전으로 두셨네요. 문만 열면 금모래은모래강이 보이는 곳이니, 축복 그 자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혹 이곳에서 계속 사셨다면, 어렸을 적엔 저 강에서 멱도 많이 감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물고기도 잡고 다슬기와 재첩도 잡아 국도 끓여 드셨을 것이고요. 누구보다 내성천을 잘 알고 좋아하고 사랑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고향 내성천이 예전 모습이 아니지요? 그 금모래은모래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강 안으로 버드나무군락이 형성돼 시원하던 강이 답답한 강이 돼버린 모습에 많이 속상하셨을 겁니다. 그게 다 영주댐 때문인 줄은 더 길게 이야기 안 해도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댐으로 물과 모래가 줄어드니 그곳에 풀과 나무 씨앗이 날아와 발아해 자라난 것입니다. 그 영주댐 때문에 고향 강이 많이 망가졌지요? 설상가상 가시박도 기승을 부리고요. 그 가시박이 울울이 들어찬 모습 보기 싫은 것도 맞을 겁니다. 저 역시도 보기 싫습니다.
그러나 그 가시박이 아무리 밉다고 해서, 그 옆에 수십 년에서 백 년 넘게 자란 나무까지 베어버리는 것은 너무 과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나뭇가지가 임도로 통행하는 차량의 시야를 가린다거나, 강변 풍경을 안 보이게 하니 베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지나친 요구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 나무들은 그곳에 임도가 나기 전에부터 살던 나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땅의 원주인이 바로 그들입니다. 인간들은 그 뒤에 길을 내서 들어온 이방인들일 뿐입니다. 그 이방인들이 자기들이 좀 불편하다고 원주민을 내쫓은 셈과 뭐가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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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나무가 여러 갈래로 자라난 한 나무입니다. 수령이 백 년은 훨씬 넘어보입니다. 이런 나무들도 무참히 베어져버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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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갈래로 뻗은 한 나무인왕버들. 수령이 1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런 왕버들도 무참히 베어져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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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혹 시야를 가리면 가지치기를 해달라거나 일부 나무만 좀 제거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가시박이 보기 싫으면 가시박만 제거해달라고 하면 될 일입니다. 싹쓸이 벌목은 맞지 않습니다.
'왕버들 갤러리'의 아름다움을 봐주십시오
어떻게 내성천에서 싹쓸이 벌목을 단행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천변 나무의 가치나 아름다움은 생각지 못 했거나, 못 봤을 수도 있겠다 하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아름다움을 모르고 가치를 모르니, 아름드리 왕버들도 그저 시야를 가리는 물체로밖에 볼 수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꼭 이 모습들을 보여드려야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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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왕버들 갤러리. 회룡포 상류의 왕버들 갤러리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관련사진보기 |
8일 벌목지 현장조사에서 저명한 식물사회학자이신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께서 명명하신 '왕버들 갤러리'를 보여드려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 모습들은 강 밖이 아닌 강 안에서 주로 찍은 겁니다. 강 안에서 강과 함께 어우러진 왕버들의 아름답고도 조화로운 모습입니다. 특히 새순이 돋아나는 4월 내성천 연초록빛 왕버들은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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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왕버들 갤러리. 작곡리 인근 예천 내성천변의 왕버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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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될 때 내성천에 다시 한번 들어가 보십시오. 그리고 강 안에서 왕버들을 한번만 바라봐주십시오. 그러면 시야가 달라질 것이고 생각이 바뀌실 것입니다. 그때부터는 강 밖에서 저들을 바라봐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게 될 것입니다.
그들도 생명입니다. 그 자체로 존귀한 생명들일뿐더러 원앙과 같은 새나 수달과 삵과 같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처로도 기능하는, 정말 이타적 삶을 살고 있는 귀한 존재들입니다. 수령이 수십 년에서 백 년도 넘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귀한 존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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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톱과 조화를 이룬 왕버들 갤러리. 회룡포 상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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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저 아름다운 모습을 보시고, 저 아름답고 존귀한 존재들을 잘 보살펴주실 것을 부탁드려 봅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그 동네에 사시는 분들이 저들의 가치를 알고 잘 보살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왕버들은 내성천의 숨은 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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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문면 작곡리 그곳의 왕버들 갤러리. 2016년 5월 작곡리 왕버들의 모습. 이 왕버들 군락이 무참히 베어져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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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십 수년간 내성천을 오가가면서 내성천의 변화상과 그 가치를 기록하고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