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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나무를 베지 말라' 시민들의 목소리 전주천 남천교와 서신동 아파트변 삼천 등지에 시민들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더이상 나무를 베지 말라' 시민들의 목소리전주천 남천교와 서신동 아파트변 삼천 등지에 시민들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김길중
 

최근, 전주시가 '홍수 피해 예방'을 명목으로 전주천과 삼천에 있는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벌목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우범기 전주시장에게 조언을 드리고 싶어 글을 씁니다. 

글을 쓰기에 앞서 저를 소개합니다. 저는 지난 선거에서 시장님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시장님께서 제시한 비전이 저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직 시장님의 깊은 속내와 알지 못하는 여러 생각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전주가 가야 할 길에 관해 시장님께서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힌 것과 제가 생각하는 길은 많이 다릅니다. 그러나 방향이 다르다 하여 저는 시장님의 생각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존중하려 합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식이라면 매우 곤란합니다. 단순히 시장님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쪽으로 가서 그런 건 아닙니다. 

시민들이 지도자에게 위임한 권력의 본질

도시는 공동체입니다. 다양한 생각과 견해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동체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집합이 아닙니다.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운명이 달려 있기 때문에 공동체인 것입니다.

길을 넓게 낼지 좁게 낼지, 이쪽으로 낼지 저쪽으로 낼지에 따라 누군가는 좀 더 이익을 보며 누군가는 상대적인 손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공동체는 늘 갈등하기 마련입니다.

모두의 운명이 달린 미래를 슬기롭게 만들어가는 방법에 관해,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왔습니다. 공정하고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뤄지는 것들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정리해 온 것입니다.

이는 현대 사회가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시민이 주인이 된다는 것을 골격으로 작동합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모여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하기에 지도자를 선출하고 위임합니다.

많은 지도자들이 이 의미를 혼동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거에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밝히고 당선되었고 나에게는 이런 일들에 관하여 처리하고 집행할 권한이 있다'는 생각에 함몰되는 경우입니다. 선출된 공직자의 권한에 관한 형식적 이해에 머물러 독단적으로 행할 경우 매우 커다란 반발에 부딪치게 됩니다.
 
'버드나무를 지켜내자'라는 문구를 담은 전주시민들 전주시는 3월 중순경 치수를 강조하며 갑자기 전주천과 삼천의 자생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벌목하였고 많은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20여 일 째, 시청 앞에서는 이를 항의하는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위 사진은 4월 12일에 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진행된 '버드나무 문화제'의 사진이다.
'버드나무를 지켜내자'라는 문구를 담은 전주시민들전주시는 3월 중순경 치수를 강조하며 갑자기 전주천과 삼천의 자생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벌목하였고 많은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20여 일 째, 시청 앞에서는 이를 항의하는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위 사진은 4월 12일에 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진행된 '버드나무 문화제'의 사진이다. ⓒ 김길중
 
파리에는 이달고 시장이 있습니다. 이달고의 비전과 그에 따른 파리의 혁신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혁신의 과감성과 치밀한 전개, 그리고 시민의 생각과 합일을 이룬 동의 과정의 순조로움 때문입니다.

이달고 시장이 주도하는 파리의 변화를 살펴볼 때 리더십보다 중요하게 눈여겨봐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엄청난 변화에 파리 시민들은 어떻게 동의하고 함께 하게 되었을까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파리시에는 36명의 부시장이 세분화된 영역들을 맡아 책임지고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숫자의 부시장들은 모두 이달고 시장과 A~Z까지 생각을 맞추고 역할 분담을 한 것일까요? 그런 것은 가능하지 않겠지요.

파리의 놀라운 변화를 살펴보는 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작금의 변화가 일순간 이뤄진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도시계획의 일관성과 합의된 방향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관해 좀 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전략을 치밀하게 제시한 뒤 시민들의 동의를 구한 과정이 존재했습니다.

혁신이나 변화가 일어나는 도시들에는 이런 공통점이 있습니다. 도시의 변화란 시민들과 함께 이뤄 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공동체의 힘입니다.

나무를 벤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전주시의 자연형 하천은 일순간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의논하고 결정해 왔습니다. 전임시장의 작품도 아닙니다. 이 시기에 3명의 시장이 거쳐갔습니다. 

설사 하천 정책에 관하여 바꿀 필요가 생겼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충분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의논하며 차분하게 토의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생각이 옳다 하더라도 그 책임과 후과는 공동체가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거스르면 '나의 권한'이라 생각했던 일이 크나큰 오산이었다는 후회가 반드시 따르게 됩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스스로가 행한 계획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또 되짚어가는 게 시민들이 지도자에게 위임한 권력의 본질입니다.

시장님, 이 당연한 명제를 잊지 마십시오 
 
잘려나간 전주천의 버드나무 한옥마을 인근의 남천교부근 전주천이다. 전주시민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명소였다. 이 버드나무가 총 260여 그루 베어지면서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잘려나간 전주천의 버드나무한옥마을 인근의 남천교부근 전주천이다. 전주시민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명소였다. 이 버드나무가 총 260여 그루 베어지면서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 김길중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가라앉게 만들기도 한다지 않습니까? 시민들에게 그간의 과정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설명하세요. 그리고 쿨하게 사과하시면 됩니다. 지금처럼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건 위험합니다. 

부디 시장님께서 가진 비전과 포부를 시민과 함께 성공시키기를 바랍니다. 다만,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매우 당연한 명제만은 잊어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범기 전주시장#전주천 버드나무 벌목#도시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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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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