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밍크고래 먹방을 하는 유튜버.
밍크고래 먹방을 하는 유튜버. ⓒ 유튜브 갈무리
 
지난달 한 유튜버가 밍크고래를 먹는 콘텐츠를 공개했다가 온라인 상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14.2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얌야미는 1월 '두 달 기다린 밍크고래'라는 제목으로 막걸리를 옆에 두고 밍크고래 고기를 먹는 8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 영상은 곧 유튜버의 사과와 함께 삭제됐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이 '우리나라에서 포획이 금지된 밍크고래 고기를 먹방하는 영상이 자칫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다른 나라 혼획량은 연간 20마리인데, 우리나라는 혼획량이 약 80마리다. 근데 유통량은 200마리가 넘는다. 영상을 보고 불법 포획될 고래가 더 많아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개인이 아닌 14.2만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로서의 영향력을 생각해주셨으면 어떨까 한다"고 지적했다.  

얌야미는 곧 누리꾼들의 의견을 수렴해 "좋은 의견 감사드린다.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좀 더 많은 정보를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밍크고래) 약 120여 마리 정도가 불법 포획이 이뤄지고 있는 것인데, 이번 기회에 저 포함 많은 분들이 고래 포획과 고래고기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영상을 내렸다.

한편 일부 누리꾼은 "혼획된 밍크고래를 유통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 아닌데 혼획 밍크고래를 소비한 유튜버를 비난하거나 먹방 콘텐츠를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라며 맞서기도 했다. 

불법 행위가 아니라면 왜 고래 고기 먹방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일까. 왜 많은 누리꾼이 우려를 표했으며 유튜버는 영상을 내린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포경 금지 국가라는 사실과 국제적으로 포경이 금지된 이유를 알아야 한다. 

고래고기 소비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유

우선 대한민국은 국제포경위원회(IWC)에 가입국으로 1986년부터 상업 포경을 금지한 나라다. 국제포경위원회는 고래에 관한 자원연구조사 및 보호조치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1946년 12월 2일 정부간 국제기구로 출범했다. 현재 88개국이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은 본 기구에 1978년 12월 29일 가입했다.

19세기까지 전 세계 바다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진 고래 남획으로 대왕고래, 북극고래, 보리고래, 쇠고래, 향유고래 등 수많은 고래 종이 멸종위기에 처하자 1970년대부터 국제포경위원회 조직 내에서 포경업을 중단하자는 의견이 우세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86년에는 5년 동안 상업적 포경을 전면 유기하기로 선언했다. 현재까지도 이 규정은 대부분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상업 포경 금지 조항은 멸종위기종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북극 해변 원주민들의 '생존 포경'을 제외하고는 모든 고래류의 상업적 포획을 중단하자는 것이 포경 금지 조항의 기본 골자다. 고래는 해양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고래는 일생 동안 체내에 평균 33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죽은 후에는 흡수한 탄소를 품고 해저로 가라앉는다. 나무 한 그루가 매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22kg 정도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나무 수천 그루를 심는 것만큼 고래 한 마리를 보호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9년 12월 국제통화기금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고래의 개체 수는 전 세계적으로 합쳐 약 130만 마리로 추산되는데, 상업포경 이전 개체 수로 추산되는 약 400만~500만 마리가 현재에도 있다고 전제하면 연간 약 17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더 포집할 수 있다.

또한 고래의 배설물은 지구 산소의 절반을 생산하고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의 시작이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돕는다. 뿐만 아니라 포유류인 고래는 숨을 쉬기 위해 바다 위로 올라오는 수직운동을 하게 되는데, 수천 미터를 잠수했다가 수면으로 올라오는 일명 '고래 펌프' 작용으로 바다의 영양분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고래 펌프 작용은 해저의 미네랄을 바다 표현으로 다량으로 이동시키고 이 역시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위기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오늘날 고래를 보호하는 것은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국이 2017년 '해양포유류보호법'을 개정해 해양포유류를 보호하지 않는 방법으로 잡은 수산물의 수입을 제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우리나라가 지난 2021년 5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고래 고시)' 개정안을 발표해 기존에 유통이 가능했던 좌초·표류된 고래들의 위탁판매를 금지하고 불법 포획된 고래사체를 공매해 수익금을 국고로 귀속시켜온 관행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게 된 것도 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인 흐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바다는 모두 이어져 있다. 일부 해역이나 일부 나라에서의 노력만으로는 해양생태계를 지키기 어렵다. 여전히 포경이 이뤄지고 있는 일본이나 노르웨이가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는 이유다. 그런데 포경 금지국인 우리나라에서 버젓이 고래 고기가 유통되고 있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포경 금지국에서 고래 고기는 어떻게 유통되나
 
 국내 연간 고래 혼획 수 그래프.
국내 연간 고래 혼획 수 그래프. ⓒ 시셰퍼드코리아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20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000~2000마리 고래가 혼획됐다. 이 수치는 다른 나라의 고래류 혼획 수를 크게 웃돈다. 심지어 고래 학살로 악명높은 일본 타이지에서 2020~2021년에 죽은 돌고래는 687마리인데 한국에서 혼획으로 죽어가는 고래류가 '학살'의 규모를 뛰어넘는 것이다.

혼획은 의도하지 않은 포획을 가리키는 말로 목표어종이 아닌 종이 '우연히' 포획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 고래고시는 혼획으로 잡힌 고래의 위탁판매는 허용하고 있다. '우연'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작살 흔적 같은 인위적인 상처 유무다. 고래는 폐호흡을 하는 포유류이기 때문에 그물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하면 질식사하고, 이 경우에는 혼획으로 인정돼 유통증명서를 발급한다. 

정말로 '우연히' 그물에 걸리고 만 경우도 있지만 세계 고래류 혼획 통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4년 국제포경위원회에 보고된 국가별 고래 혼획량에 관한 통계 결과에 따르면 호주, 브라질, 덴마크, 한국, 네덜란드, 뉴질랜드, 페루, 스페인, 영국, 미국 등 10개 국가에서 2014년 한 해 동안 그물에 혼획된 고래는 총 2008마리였는데 그중 1835마리가 한국에서 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전 세계 혼획량의 무려 91.8%를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수치를 두고 해양환경단체들은 "결코 완전한 우연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밍크고래처럼 시장에서 금전적 가치가 높은 고래는 어민이 그물에 걸린 것을 인지해도 익사할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적법한 어업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그물에 걸려 죽은 것'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의 평균 수치를 크게 상회하는 우리나라의 고래 혼획이 비의도적으로 일어나는지 확인하려면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당수의 고래가 혼획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자망, 정치망 등의 경우는 고래 사체에 작살 자국이 생기지 않으므로 작살 자국 같은 인위적인 상처만을 기준으로 의도적 혼획인지를 구별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의도적 혼획을 전혀 막을 수 없다.

국내에는 울산과 포항을 비롯해 전국에 약 116개의 고래고기 식당이 있다. 고래를 식품으로 소비하는 수요가 있고 유통이 가능하다면 불법 포획은 어떤 경로로든 일어날 수밖에 없다. 116개나 되는 식당이 우연한 공급에만 기대어 사업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영향력이 강한 유튜버가 고래를 식품으로 소비하는 수요를 증가시킨다면 고래 불법 포획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던 것이다.

고래 보호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개정안 필요

의도적인 고래의 혼획을 막는 방법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기로 주로 유통되는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해 식품으로 유통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그러나 당장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혼획한 고래를 판매해 얻은 판매금으로 먼저 어구 손상에 대한 실비 보상을 해주고, 나머지 금액으로 고래 보호 기금을 조성하거나 국고에 귀속하는 방식으로 고시를 개정하면 된다.

그러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없으므로 어민이 의도적으로 고래를 포획하는 일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고, 고래 고기 식당들이 일시에 폐업해 생계를 잃는 일도 없을 것이다. 또한 고래 고기를 취급하는 시장과 식당에 정기·부정기 단속을 시행해 유통의 적법 여부를 철저히 관리하고, 고래가 혼획된 즉시 신고하고 구조하는 어민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해 죽은 고래가 아닌 산 고래로 금전적 이익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더 적극적인 고래 고시로 바뀌어 나가야 포경 금지국으로서 실질적으로 고래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밍크고래의 보호종 지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해오고 있는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 대표 정선씨는 "의도적인 혼획을 줄이려면 고래로 발생하는 경제적인 이득을 얻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나아가서는 진짜 '우연한' 혼획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정부는 혼획저감장치 사용을 의무화하고 개인은 고래를 식품으로 소비하는 문화를 지양하여 공급이 차단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밍크고래#시셰퍼드 코리아#시셰퍼드 #혼획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