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시집올 때 기억나?
이뻤지, 그러니까 결혼했지.
우리 죽지 않고 살아 있으니 이렇게 보고 얼마나 좋아.
곧 둘 다 죽겠지, 뭐.
말에도 그늘이 지는 줄 처음 알았다.
지금 살고 있는 데가 어디라고 했지?
물어 뭐해. 같이 가지도 못하는데.
그래도 알아는 놔야지. 개성이랬지, 개성?
살아서 보니 좋아, 영감 보지도 못하고 죽을 거면 내가 왜 산 거야?
그렇지, 나도 이제 원 없어.
짧은 말 몇 마디에
비 맞은 단풍 같은
설움이 내려앉았다.
차라리 안 만나는 게 좋았던 게 아닌가 싶어.
만나지 않았으면 이렇게 금방 헤어지지 않는 건데.
살아있는 거 알았으니 됐어.
이제 제사상 대신 생일날 미역국 끓여 놓을게.
내 걱정 말고 잘 사슈.
겨우 이태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졌다
이틀을 만났는데
이산가족 상봉이 10분 후면 종료된다는 방송이 이어지고
노부부는 거친 손을
오래오래 놓지 못했다.
말에도 그늘이 지는 줄 처음 알았다.
박성빈(홈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