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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정부의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 철회를 보도하는 <가디언> 갈무리.
영국 정부의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 철회를 보도하는 <가디언> 갈무리. ⓒ 가디언
 
영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려던 대규모 감세안의 핵심인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을 발표 열흘 만에 전격 철회했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3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소득세 최고세율 45%를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는 더 번영하는 경제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었으나, 논란이 일었고 우리는 경청했다"라며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은 영국이 직면한 도전에 대응하는 우리의 최우선 임무에서 방해가 된 것이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도 "이제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공 서비스에 자금을 지원하고, 임금을 인상하며, 국가적으로 기회를 창출하는 고성장 경제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50년 만의 대규모 감세 공약했다가 파운드화 폭락 

앞서 50년 만의 대규모 감세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23일 연간 15만 파운드(약 2억4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적용하는 소득세 최고세율 45%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금을 깎아주고 투자를 늘리는 '낙수 효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계획이었으나, 450억 파운드(약 72조 원)나 줄어드는 세수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영국 금융가에서는 이른바 '트러스노믹스'로 불리는 대규모 감세로 영국 정부가 과도한 부채에 시달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쏟아졌고, 파운드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트러스 총리는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추락을 염려한 집권 보수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끝내 물러섰다. 

보수당 소속의 한 전직 장관은 영국 BBC 방송에 "이번 사태는 만회할 수 없다"라며 "트러스 총리가 무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을 뿐이며, (제1야당) 노동당은 당연히 웃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러스, 취임 한 달 만에 퇴진설... "존슨 전 총리가 더 나았다"

콰텡 장관은 "우리가 내놓았던 계획이 약간의 혼란을 일으켰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라면서도 "이제는 방해 요소가 사라졌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일"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 철회는 굴욕적인 반전"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뻔뻔한 거짓말쟁이였어도 오래 집권했던 이유는 그를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는 트러스 총리의 정책이 전임 정부보다 훨씬 나쁘다는 것을 확인해줬다"라고 깎아내렸다. 

영국 정계에서는 트러스 총리가 처음으로 내놓은 핵심 정책을 불과 열흘 만에 철회하면서 취임 한 달 만에 퇴진 위기에 몰렸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부자 감세#리즈 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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