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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여야가 모두 납품단가연동제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여야가 모두 납품단가연동제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Jan-Rune Smenes Reite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큰 경우 하도급 계약 시 납품단가연동 조항을 도입하면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계약기간 축소, 일감 감소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어 납품단가연동을 의무화엔 신중해야 한다는 단서가 뒤따랐다.

이화령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공개한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이 크고, 관계특수적 투자가 중요할수록, 단가연동 조항을 포함한 장기계약으로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투자를 보호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석탄 산업과 마찬가지로 산업 특성상 시장 상황의 변동성이 크고 관계특수적 투자가 중요한 천연가스나 석유 산업 등에서도 10년을 넘어서는 장기계약이 체결되고 있으며, 단가연동 조항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관계특수적 투자란 원래의 목적 외 용도로 사용될 경우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성격의 투자를 말한다. 맞춤형 부품의 경우 다른 상품에선 활용하기 어려운데,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제조비용이 급변할 위험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특별 조항인 단가연동 조항을 계약에 포함한다는 얘기다. 

"납품단가연동, 계약 단가 낮춰 비용 절감"

납품단가연동에 따라 계약 단가가 낮아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 위험이 큰 상황에서 단가연동 조항을 통해 원 사업자가 그 위험을 부담하면, 수급 사업자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할 이유가 없어져 자연스럽게 최초 계약 단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 2005~2006년 아스팔트 시멘트 가격 급등 때 단가연동 조항이 없는 계약에선 하청기업이 위험을 고려해 현저히 높은 단가를 요구했고, 원청 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높은 비용을 감당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급 사업자가 통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거나 통제 범위를 벗어난다면, 원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급 사업자가 과도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을 막을 유인이 있다"며 "비용 부담으로 수급 사업자의 계약 이행 의지나 능력이 없어지면 결국 원 사업자의 사업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크고, 이로 인해 비용이 급변할 위험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거래 당사자들은 단가연동 조항을 통해 관계특수적 투자를 보호하고 상호 이익을 볼 수 있다"며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심한 최근에는 단가연동 조항이 좋은 선택지일 수 있다. 실제 해외에선 건설 산업을 중심으로 단가연동 조항을 계약에 반영하기 위한 법적 자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의무화 시 하청 일감 줄어들 수도...협상력 격차 완화 집중해야"

다만 경우에 따라 계약기간 축소, 일감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납품단가연동을 의무화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작거나 그 변동이 생산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할 수 있다면, 고정단가가 복잡한 계약 및 집행 등의 거래비용을 줄여 서로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단가연동 조항이 강제되면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이 왜곡돼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계약기간을 단축하거나, 다른 거래조건을 왜곡해 이익을 보전하려는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사업구조를 조정할 수도 있다. 단가연동 조항의 부담이 과도하다면 원 사업자가 기존에 수급 사업자에게 주던 일까지 직접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수직통합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수급사업자의 일감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특정 계약 형태를 강제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협상력 격차를 완화하고 남용 행위를 규율하는 것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단가연동 조항의 경우 계약에 쉽게 반영될 수 있도록 표준적인 연동계약서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것이 도움되리라 판단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원자재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hedge : 위험 분산)할 수 있는 보험이나 선물 등 금융시장을 개발하고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시장친화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납품단가연동제#하도급#원자재#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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