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일 오후 창원노동복지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잔인하지 않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다”라는 제목의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마당’.
1일 오후 창원노동복지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잔인하지 않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다”라는 제목의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마당’. ⓒ 윤성효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따른 '발전소 폐쇄'에 고용불안을 강하게 느끼며, 이로 인해 정신건강에도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안국장은 1일 오후 창원노동복지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잔인하지 않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다"라는 제목의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마당'에 참석해 이같은 현황을 전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하동화력발전소 관련한 발전HPS, 일진파워, 한전산업개발 소속 비정규직 1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불안과 정신건강 보고'라는 이름으로 이날 발표했다.

김병훈 국장은 "응답자들은 직업 불안정성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직업을 잃게 될 것'이라든지 '나의 직업이 유지되지 않을 것', '현재 직원의 미래에 대해 불안함'이 비율이 높았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직업 불안정성에 대해 경남지역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대상(총 2000명)으로 실시한 연구와 비교한 결과,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업 불안정 점수는 14.9점으로 코로나19 연구 당시 정규직 10.2점, 비정규직 11.3점, 자영업자 11.8점보다 점수가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직을 희망하지 않는 발전소 노동자 비율도 높게 나왔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와 경전철 노동자와 이직 의도를 비교한 결과,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7.5점, 경전철 정규직 6.5점, 비정규직 노동자 10.4점으로 경전철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직 의도보다는 점수가 낮았다.

김 국장은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직 의도가 다른 집단보다 낮다는 것은 발전소에서 계속 근무하기를 바라는 것과 동시에 다른 곳에 취업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 판단된다"고 풀이했다.

발전소 비정규직의 일자리 준비 정도에 대해, 응답자의 3.2%만이 '바로 재취업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시간이 지나면 재취업 가능'은 24.6%로, 약 27.8%만이 발전소 운영이 중단되더라도 자력으로 취업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재취업이 불가능하다'는 32.5%, '별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17.5%, '잘 모르겠다' 22.2%로 나타났다.

재취업이 어려운 1순위는 '나이가 많다'는 것이었고, 2순위는 '지역을 옮기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또 응답자들은 "발전소 폐쇄에 대한 일상적 불안감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김 국장은 설명했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대책이 고용을 유지하는 데 지원을 해야 한다"(86.6%)고 응답했다. 또 김 국장은 "재취업을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수료 시 취업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과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는 기간에는 취업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발전소 폐쇄 정책에 대해서는 '고용이 보장되면 찬성' 70.4%, '고용이 보장돼도 반대한다' 23.2%였다. 고용 보장 방법에 대해서는 58.7%가 '발전 공기업 정규직 전환', 34.1%는 'LNG와 신재생분야에 전환배치'를 꼽았다.

한편 기후 위기에 관해서는 응답자의 32.6%가 '매우 심각', 29.5%는 '심각', 26.4%는 '약간 심각', 11.6%는 '심각하지 않다'고 답했다. 

김병훈 국장은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후위기 인식은 발전소 폐쇄 불안감으로 인한 고용 불안감을 느끼게 했고, 이 불안감은 발전소 폐쇄와 관련한 일상적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어 우울증 등 정신 건강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김병훈 국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전소 폐쇄 정책에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할 것 ▲발전소 폐쇄에 따른 해당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위해서 경상남도와 지자체가 나설 것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할 것 ▲경남도지사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공동 논의를 할 것을 제시했다.

"무조건 내몰지 말고 구체적인 대안 가져야"
  
 1일 오후 창원노동복지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잔인하지 않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다”라는 제목의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마당’
1일 오후 창원노동복지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잔인하지 않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다”라는 제목의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마당’ ⓒ 윤성효
 
이어 안혜린 공공운수노조 노안국장의 사회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경력 10년의 정원식 국장은 "지금은 기후위기다.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국지성 폭우나 가뭄이 심각하다"며 "기후위기라는 것에 동의하고 석탄발전 폐쇄에도 동의하지만, 발전소가 폐쇄되면 앞으로 무엇을 하며 먹고살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경력 15년의 박규석 지부장은 "가족한테 발전소 폐쇄 이야기를 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렇게 되면 외벌이 가정에서 집사람도 힘들 것 같다. 대충 말해도 걱정을 살짝 하는데, 그래도 가장인 저를 믿으니까 더 부담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의 석탄발전 폐쇄 정책으로 경남 물론이고 전국 노동자들이 일자리 잃게 되고 심각한 고용위기가 찾아올 것이다"라며 "현장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은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 정부 대책도 없다. 하청 노동자는 더 가슴 아프다"고 했다.

경력 19년의 정도영 부장은 "부모, 자식을 부양하기 위한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고 하니 더 걱정이다. 고용이 보장된다면 정부의 탈석소 정책과 석탄발전소 폐쇄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우리는 지금 불확실한 미래, 정신적 고용불안 속에 살고 있다. 무조건 내몰지 말고 구체적인 대안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정도영 부장은 "40대, 50대는 이직도 쉽지 않다. 20대, 30대는 고용불안의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격증 공부하는 동료도 있다"며 "정부는 산업전환에 대한 논의에서 당사자인 노동자를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날 이야기마당에서는 마이크를 잡고 말하던 한 참석자가 '울컥'하기도 했다.

전동진 사무국장은 "어느 날 집사람이 발전소 폐쇄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학원도 줄이고 있다. 가족들까지 스트레스가 쌓이는 상황이다"라고 털어놨다.

경력 5년의 김영구 지회장은 "정부는 석탄발전소 폐쇄 계획만 내놓았지,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은 없다. 그래서 더 가슴 아프다"며 "정부 정책에 의해 폐쇄 계획 수립인 만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소#비정규직#기후위기#민주노총 경남본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