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향후 5년간 재정운영방향으로 긴축재정으로 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정부가 정책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재량지출뿐 아니라 법적으로 지출이 명시된 의무지출까지, 줄일 수 있는 건 모두 줄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런 긴축재정을 통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향후 5년간 50% 중반 정도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긴축재정의 선언 이후 부처의 예산 절감 방안도 속속 발표되었다. 우려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 12일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정부운영인력 운영 방안만 해도 그렇다. 매년 공무원 정원 1%씩 감축하고, 신규 채용보다는 인력 재배치를 우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 인력과 교원 수급도 재배치나 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2∼3만 명선, 문재인 정부에서 13만 명 늘어났던 공무원 신규 채용은 아예 없어지거나 극히 적어질 수밖에 없다. 경찰이나 교사의 신규 임용도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다.
공무원 경찰 교사 임용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들은 생각지도 않는 악재를 만난 셈이다. 당장 노량진 고시촌이 혼란스럽다. 공무원 시험 정보를 공유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학원 광고를 흉내 내 "♪공무원시험 합격은 권성동"이라며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과 공무원 신규 채용 축소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철밥통 공무원 군살빼기라는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새로운 인력이 필요한 부서에 폐지와 축소로 남는 인력을 재배치하겠다는 건 신규인력을 아예 뽑지 않겠다는 소리와 다름없다. 그들만의 철밥통 지키기며 취업준비생들이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다.
청년들에게 일자리 문제 해결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이다. 정부가 앞장서 신규 임용을 축소하고 기업에 임금인상을 자제하라는 요구하는 마당에 청년들은 아직 그 공약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코로나19 격리 생활지원금 지급 대상이 축소됐다. 소득과 상관없이 1인가구 10만 원, 2인가구 15만 원 지급하던 격리 생활지원금이 중위소득 100% 이하에만 지급하는 걸로 변경됐다. 재택 치료나 외래·비대면 진료 시 진료비와 약값도 본인 부담으로 전환되었다. 격리·입원 환자가 발생한 기업에 주던 유급 휴가비는 종업원 30인 미만 기업으로 축소됐다.
코로나19 재유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현실에서 지원 제도의 축소가 검사와 격리의 회피로 이어져 방역 체계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온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모범국이라고 불릴 수 있었던 건 국민의 헌신적 희생과 정부의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 격리 지원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 방역을 한다고 하지만 정부에 대한 믿음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 같다.
긴축재정의 또 다른 우려는 경기 악화를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돈줄을 조이고 기업이 임금을 동결이나 삭감하면 가계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비 위축과 실업 증가, 내수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래서 세계적 위기 앞에서 정부가 먼저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이겠다며 긴축재정을 천명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결단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제대로 세금을 걷어 재정 건정성을 유지하고 일자리와 복지, 경제 회복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금 시기에 필요한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 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