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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 대법원이 잇따른 보수적 판결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미국 연방 대법원이 잇따른 보수적 판결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미국 연방 대법원이 헌법상 여성의 낙태 권리를 파기하면서 피임, 동성혼 등 다른 판결도 뒤집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24일(현지시각) 다수 의견을 통해 "헌법은 낙태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으며, 낙태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은 국민과 그들이 선출한 대표에게 반환된다"라면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공식적으로 파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해 6대 3으로 보수 우위 구도가 된 대법원이 5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여성의 낙태권을 부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과 성소수자들은 헌법에 피임과 동성 결혼 권리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이들 권리까지 파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잘못된 판례 바로잡아야"... 전의 다지는 보수 대법관 

이번에 낙태권 파기 결정을 주도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이 판결의 어떤 것도 낙태와 관련 없는 다른 판례에 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또 다른 보수 성향의 토머스 클래런스 대법관은 보충 의견을 통해 "우리는 그리스월드, 로런스, 오버게펠 등 앞선 판례도 재검토해야 한다"라며 "대법원은 판례의 오류를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3명의 진보 성향 대법권은 "대법관 다수가 그들의 일을 끝냈다고 확신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6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낙태권 파기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965년 그리스월드 판결은 결혼한 부부의 피임약 사용을 인정했다. 2003년 로런스 판결은 동성애를 성범죄로 규정한 법을 파기했고, 2015년 오버게펠 판결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바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3일에도 찬성 6, 반대 3으로 공공장소에서 권총을 휴대할 권리를 인정한 판결을 내리며 최근 잇따른 총기 난사 사건에 격분하며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을 거슬렀다.

AP통신은 "총기와 낙태에 대한 대법원의 결정은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준다"라며 "권력을 잡은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50년간 지켜진 여성의 낙태권을 박탈하는 것에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대법원의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소수 인종 및 민족, 성소수자의 권리까지 박탈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라며 "이들은 백인과 남성에 맞서 어렵게 얻은 권리가 대법원에 의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고 걱정하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대법원 신뢰한다"는 미국인, 25% 그쳐... 흔들리는 위상 
 
 미국 연방 대법원의 신뢰도 하락 여론조사를 발표한 <갤럽>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연방 대법원의 신뢰도 하락 여론조사를 발표한 <갤럽> 홈페이지 갈무리. ⓒ 갤럽
 
여론과 역행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지혜의 아홉 기둥'으로 불리는 대법원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갤럽이 낙태권 파기 직전인 6월 2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법원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25%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36%보다 무려 11%포인트 떨어진 것이며, 2014년 30%였던 역대 최저치 기록을 새로 썼다. 

미 퀴니피악대학 여론조사에서도 대법원의 결정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1%에 그친 반면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2%에 달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찬성 52%-반대 37%였으나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대법원의 결정은 오는 11월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며, 공화당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금의 보수 우위 대법원을 만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낙태권 파기에 "한 세대에 걸쳐 가장 큰 승리"라며 추켜세웠으나, 측근들에게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라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연방 대법원#낙태 #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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