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순희 남도전통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미술관 기념품점에서 자신이 만든 기념품을 팔고 있다.
김순희 남도전통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미술관 기념품점에서 자신이 만든 기념품을 팔고 있다. ⓒ 이돈삼
 
"다들 좋아하십니다. 지역색이 묻어나는 소장품으로, 그것도 섬마을의 작은 미술관에서, 독특한 아트 상품을 만들었다고요. 진도 여행을 오래 기억할 수 있어서 더 좋다고 하십니다. 그런 말씀에, 저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김순희 남도전통미술관 학예연구사의 말이다. 남도전통미술관은 남종화의 본고장인 진도의 미술작품 전시 공간이다. 진도관광지를 대표하는 운림산방에 자리하고 있다.

김순희 학예사가 미술관의 소장품을 활용해 만든 아트 상품이 무려 30여 종이나 된다. 스카프, 손수건, 시계, 머그컵 등 간단한 것에서부터 티셔츠, 넥타이, 미니액자, 아트등, 자석, 병따개, 양산, 앞치마, 텀블러 등 부지기수다.
  
 김순희 남도전통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남도전통미술관에서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순희 남도전통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남도전통미술관에서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관광 기념품을 생각하면 세련되지 못하다는 선입견이 있는 게 사실. 하지만 김 학예사가 만든 기념품은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고급 울이나 실크 소재에 미술작품을 인쇄해 직접 착용해도 좋고, 작품 감상용으로 써도 좋다. 

소장품을 이용해 고급스럽게만 만든 것도 아니다. 기념품이 지역작가들을 알리는 데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존의 홍주, 미역, 김, 구기자, 막걸리 등 농수산물 위주의 진도 기념품 시장도 더욱 다양하게 만들었다.

방문객들의 반응도 좋다. 코로나19로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여행 자제 분위기에서도 지난해 월 평균 500만 원 상당을 팔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최근에는 운림산방을 찾는 여행객들이 늘면서 더 많이 팔리고 있다. 기념품을 산 여행객의 구입 문의와 재구매도 반갑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하는 학예사
  
 진도 운림산방 내 남도전통미술관의 기념품 판매점. 김순희 학예연구사가 기념품을 직접 판매하는 곳이다.
진도 운림산방 내 남도전통미술관의 기념품 판매점. 김순희 학예연구사가 기념품을 직접 판매하는 곳이다. ⓒ 이돈삼

김순희 학예사가 아트 상품에 관심을 가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천연염색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일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남도전통미술관에서는 2011년부터 일을 해오고 있다. 

"우리는 여행을 기념하면서 인증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데 많은 기념품이, 그저 기념품으로 끝나는 게 많습니다. 저는 일상에서 쓰일 수 있는 기념품을 생각했어요. 제가 만든 스카프, 머그컵, 티셔츠, 넥타이, 병따개, 양산, 앞치마, 텀블러... 모두 우리 실생활에서 쓰이는 것들이잖아요." 

아트 상품 개발은 그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학예사 본연의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작품 전시와 기획이 중요하다. 방문객들의 발길을 오래 붙잡았던 소치 허련의 남종화에서 시작되는 '운림산방 대를 잇는 화연' 전시, 지역작가인 백포 곽남배의 '실경산수' 전시, 옥전 강지주의 '청록산수-산야를 그리다' 전시 등도 모두 그의 기획이었다.
  
 김순희 남도전통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전시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술관의 전시 기획은 김 학예사 본연의 일이다.
김순희 남도전통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전시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술관의 전시 기획은 김 학예사 본연의 일이다. ⓒ 이돈삼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전시를 위해 빌리거나 소장품을 관리하고, 소장품을 연구·보존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짬이 날 때면 앞치마를 두르고 미술관 안팎 청소도 열심히 한다. 미술관에 자주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예사인지, 청소 담당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는 얘기가 퍼질 정도다. 작은 미술관이기에 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그만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을 한다.

"진도의 특징을 살린 상품을 계속 개발하려고 합니다. 소장품을 이용한 상품, 문화시설 관련 상품, 관광지 홍보 상품도 만들어야죠. 미술관도 단순한 작품 전시 공간을 넘어서 각종 교육과 공연예술까지 유치해서 할 생각이고요. 앞으로는 예술인과, 또 예술을 필요로 하는 관람객이 만나고 미술교육과 체험까지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미술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 학예사가 할 일이고, 앞으로의 포부다. 그의 '일 욕심'이 끝이 없다. 하지만 그 욕심이 모두 채워지길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립니다.


#남도전통미술관#운림산방#김순희#김순희학예사#진도운림산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