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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민의힘 최고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검찰 수사 기소권 분리 법안 이른바 '검찰 선진화법'에 대해 재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합의하고 사흘 만에 사실상 합의안 파기를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대해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할 경우 "즉시 검찰개혁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갑작스러운 재논의에 들어간 것은 24일 윤석열 당선자가 합의안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되고 조정이 필요하다. 법안 심사 때 재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합의안 수용을 거부한 김오수 검찰총장 또한 "당선인은 전임 검찰총장이었으므로 검찰에 애정이 있으니 충분히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윤석열 당선자에게 사실상 '지원 요청'을 했다. 김오수 검찰총장과 윤석열 당선자가 모두 검찰총장 취임 이전에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찬성했던 입장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이상한 일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법무부 차관이었던 2019년 10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라고 발언한 바 있으며 윤석열 당선자 또한 검찰총장에 취임하기 전 2019년 7월 인사청문회에서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들은 실제로 검찰 수사 기소권 분리 법안인 검찰 선진화법이 발의되자 강력히 반발하였다.

검찰 선진화법에 대해 검찰은 두 검찰총장을 필두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구호까지 만들어가며 강하게 반발하였다. 하지만 검찰이 만들어낸 검수완박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것은 결국 언론이었다. 검찰 선진화법은 사라지고 검수완박이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메인을 채웠다. 검찰 지도부의 사퇴에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검수완박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검찰의 주장으로 언론사 메인을 도배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 검수완박으로 6시간 이내의 기사를 검색해보았다. 다양한 시간의 다양한 기사가 우르르 뜬다. 그러나 6시간 이내의 기사를 검찰 선진화법으로 검색해보니 기사는 4개뿐이었다. 검찰이 검찰 선진화법에 반발하며 만들어낸 구호가 검찰 선진화법 자체보다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쓰이는 것이다.

사실 검수완박이라는 검찰의 구호는 틀렸다. 검찰 선진화법은 단순히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 선진화법의 목적은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하여 수사권의 주체와 기소권의 주체를 분리하는 것에 있다.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이 모두 있을 때는 한 사건의 수사 지휘와 기소를 검찰이 모두 담당했다. 그렇기에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있었다.

수사권의 일부만 가진 경찰과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 선진화법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로 분리하여 검찰과 경찰을 명령하고 따르는 수직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수평관계로 만들기 위한 법안인 것이다.

또한 '검수완박'과 '위헌'이라는 키워드가 모두 기사 제목에 노출되어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목들 또한 검찰의 수사 기소권 분리가 위헌이라는 검찰의 잘못된 주장에서 왔기 때문에 틀렸다. 검찰의 주장은 헌법 12조 3항과 16조가 규정하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이 수사권을 전제한 것이라는 주장인데 이 조항들이 보장하는 영장 청구권은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함부로 영장을 청구하지 못하게 한 조항이며 검찰의 수사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실제로 2021년 1월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은 수사나 공소제기의 주체, 방법, 절차 등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입법자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등을 고려하여 수사 및 공소제기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어떠한 절차나 형식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검찰 선진화법에 대해 검찰이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다. 검찰 선진화법 자체가 지나친 권한을 가진 검찰을 개혁하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혁의 대상이 반발한다고 하여 개혁이 잘못되었다는 논리는 성립해서는 아니 되며, 성립할 수도 없다. 또한 개혁 대상의 말을 듣고 개혁을 멈추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언론은 일방적으로 검찰의 주장과 구호를 내보내기 전에 왜 검찰개혁이 시작되었는지를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이다.

#검찰 선진화법#검수완박#검찰개혁#언론#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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