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부천시 괴안동 4층짜리 상가건물 명도집행 현장에서 재개발 철거민들의 법률 지원과 인권보호를 위해 있던 변호사를 경찰이 방화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8시간 넘게 억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억류당하는 동안, 변호사는 2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또한 경찰이, 이를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는 한 철거민에 대한 변호(조사 입회)마저 가로막고 있어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방화범으로 몰려 조사를 받은 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김광민 변호사(사람사이 법률사무소)다. 김 변호사는 경찰과 재개발 조합이 결탁해 변론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6일 <오마이뉴스>와 한 서면·전화 인터뷰에서 "명도집행관 측 용역이 나를 방화범으로 지목했다는 데, 이것만으로 변호사를 긴급체포하고 변론을 금지한 것은 경찰이 조합과 결탁하였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며 "이 사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철거민들과 가장 많은 신뢰 관계가 형성된 저의 변론을 계획적으로 방해하기 위해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실제 불을 놓은 이가, 그 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경찰에 출석하여 사실대로 진술하겠다고, 내가 경찰에 전달했는데도, 경찰은 그를 소환조차 하지 않고 있다"라며 '경찰의 목적이 변론 방해'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김 변호사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명도 집행관 측 경비원(용역)이 김 변호사를 방화범으로 지목해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김 변호사가 조사 증거물인 현장 CCTV를 가지고 간 일도 있어서 조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경찰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철거민 측과 연관돼 있다는 판단으로 (철거민에 대한) 입회 조사를 거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경찰 관계자는 '실제 방화를 한 철거민에 대한 소환 조사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전체적인 상황을 현재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현장을 빠져나올 때 증거 확보를 위해 CCTV 본체를 가지고 나왔다. 철거민들이 설치한 것이니 절도가 아니다. 임의제출하려 하였으나 강력1팀이 압수했다"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 등에 따르면 방화 사건은, 지난 4일 낮 11시께 경기 부천시 괴안동의 4층짜리 상가건물을 명도집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명도집행관 측 용역들이 사다리차를 통해 옥상으로 진입한 후 건물 내로 진입하려 하자 한 철거민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우레탄폼에 불을 붙인 것. 하지만 불은 쉽사리 붙지 않았고, 나중에 불이 붙자 소화기를 이용해 그가 스스로 불을 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던 소방관들은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철거민들이 소방관 진입을 위해 철문을 개방하자 그 틈을 타 용역들이 건물로 진입했고, 건물 전체가 용역들에게 점거 당하자 철거민들은 자진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명도집행을 막기 위해 건물에 있던 철거민 총 4명 중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에 김 변호사가 경찰서로 찾아가 변호 의사를 밝히자 경찰이 그를 방화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그 뒤 김 변호사는 8시간 뒤인 오후 9시 30께 석방됐다. 하지만 철거민은 풀려나지 못했다.
다음 날인 5일 김 변호사가 다시 '조사 입회'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변호인의 참여로 증거를 인멸ㆍ은닉ㆍ조작할 위험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나, 신문 방해, 수사기밀 누설 등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피의자신문 중이라도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경찰수사규칙 제13조'를 내세우며 조사 입회를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