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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오차범위 내 서열화 표현, 결과 왜곡 '원칙 무시' http://omn.kr/1x167 
성격 다른 여론조사 직접 비교가 문제인 이유 http://omn.kr/1x17f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선거 100일 전(2021년 11월 29일)부터 60일 전(2022년 1월 8일)까지 여론조사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2편에서는 1편에 이어 언론사 입맛에 맞게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는 다양한 사례를 정리했습니다. 모니터 대상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 3개 지상파와 4개 종합편성채널 저녁종합뉴스 보도 중 '여론조사'를 키워드로 추출한 결과 중 수치가 정확히 표기된 기사입니다(신문 218건‧방송 139건).

① 주목받는 2030, 여론조사 결과 부풀리기
전체 유권자 34%, 선거영향력 높은 2030

제20대 대선 보도에서 비교적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2030세대 유권자를 지칭하는 '2030', 'MZ세대', '이대남', '이대녀' 등인데요. 언론이 2030세대 유권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2020년 치러진 제21대 총선에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에 따르면 제21대 총선에서 만 18~39세 유권자는 1494만여 명으로 전체 유권자 4396만여 명의 34%를 차지했는데요. 세대별 중 4050세대 38.7% 다음으로 높은 비율입니다. 대선과 같은 전국단위 투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다른 세대와 달리 이념이나 지역이 아닌 이슈나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 2030세대 유권자에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론조사 보도에서도 2030 유권자를 언급한 보도는 적지 않았습니다. 신문에서 더욱 두드러졌는데요. 중앙일보가 전체 여론조사 기사 중 무려 61.1%에서 2030세대 유권자 보도를 냈습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도 각각 50.0%, 45.5%로 비교적 많이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KBS가 33.3%로 2030세대 유권자 보도를 가장 많이 했고, TV조선도 30.4%로 뒤를 이었습니다. 다음으로 MBN 24.0%, 채널A 23.5%순입니다.
 
 ‘2030세대 유권자’ 신문 지면·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비율(2021/11/29~2022/1/8)
‘2030세대 유권자’ 신문 지면·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비율(2021/11/29~2022/1/8) ⓒ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 '20대 탈원전 재검토 높다' 진짜일까

2030세대 유권자를 다룬 기사 중 2030세대를 억지스럽게 연결하고 해석하는 기사도 있는데요. 조선일보 <64%가 "탈원전 정책 재검토해야"…20대서 가장 높아>(2021년 12월 2일 노석조 기자)가 대표적입니다. 문재인정부 탈원전정책을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64.7%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월등히 높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그런데 조선일보는 기사제목에서 "20대서 가장 높아"라며 20대 탈원전정책 재검토 의견이 가장 높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본문에는 "18~29세가 73%, 30대 58.6%, 40대 54.6%, 50대 64.2%, 60대 이상 69.5%가 탈원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18~29세 73%가 탈원전정책 재검토 의견을 냈고, 가장 높은 수치라는 것인데요.

하지만 해당 기사는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23조를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제23조(하위표본 분석 주의)는 "여론조사 결과를 성별, 연령별, 지역별 등 하위표본으로 나누어 추가 분석한 결과를 보도할 때 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차이를 부각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조선일보가 제시한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조선일보는 "18~29세가 73%"라며 가장 높은 수치라고 주장했지만, 해당 여론조사에서 "18~29세 73%"는 "60대 이상 69.5%"와 오차범위 내 있습니다. 즉, 20대에서 탈원전정책 재검토 의견이 가장 높다고 주장할 수 없는데도 조선일보는 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차이를 부각한 것입니다.
(※ 조선일보 <64%가 "탈원전 정책 재검토해야"…20대서 가장 높아>(2021년 12월 2일 노석조 기자)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조사의뢰자: 조선일보·TV조선/ 선거여론조사기관: 칸타코리아/ 조사일시: 2021년 11월 29~30일(2일간)/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론조사, 억지스러운 2030 부각

조선일보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하기로>(2021년 11월 30일 조의준‧노석조 기자)는 "여야가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유예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2030의 표심 잡기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2030세대 여론조사 결과 40.5%가 가상자산에 투자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는데요.
 
 조선일보가 잘못 해석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여론조사 결과(2021/11/22) (출처 :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선일보가 잘못 해석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여론조사 결과(2021/11/22) (출처 : 전국경제인연합회) ⓒ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러나 전경련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조선일보 해석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여론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7%​인데요. 가상자산 투자 경험을 묻는 질문에 투자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조선일보 보도대로 40.5%입니다. 하지만 투자 경험이 없다고 답한 경우는 59.5%로 투자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경우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훨씬 많았습니다.

가상자산을 투기로 보는 경우는 43.7%, 투자 혹은 대체 결제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46.5%로 오차범위 내에서 두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2030세대가 가상자산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겁니다. 특히 해당 조사에서 2030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미래 재테크 수단은 부동산 36.1%, 주식 32.4%, 가상자산 13.1%순인데요. 가상자산은 2030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도 아니었습니다.

즉, 조선일보는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2030 표심을 잡기 위해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결정한 것이 가상자산에 대한 2030세대 관심과 투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전경련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지만, 해당 여론조사 결과는 조선일보 해석과는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여야가 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정한 데 대해 적절치 않은 근거를 제시한 것이죠. 억지스럽게 2030세대 유권자를 부각한 겁니다.
(※ 조선일보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하기로>(2021년 11월 30일 조의준‧노석조 기자)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조사의뢰자: 전국경제인연합회/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 조사일시: 2021년 11월 12일~16일(6일간)/ 그 밖의 사항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② 과도한 해석으로 '젠더갈등' 프레임화
 오차범위 수치인데 '성별 격차' 부각

2030세대에 이어 젠더갈등이 사회 이슈가 되면서 성별에 기초에 선거와 여론조사를 읽는 보도도 많았습니다. 그중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젠더갈등'이란 프레임으로 읽기 위해 과도하게 해석한 기사들이 띄었는데요.
 
 대선후보 선호도 격차에 성별 요인이 작용한다고 주장한 중앙일보(2021/11/29)
대선후보 선호도 격차에 성별 요인이 작용한다고 주장한 중앙일보(2021/11/29) ⓒ 민주언론시민연합
 
중앙일보 <부동산 실패에 돌아선 여성층, 이재명 32.9% 윤석열 40.8%>(2021년 11월 29일 심새롬 기자)는 '대선후보 선호도가 남녀로 갈렸다'며 성별 차이를 강조하는 여론조사 보도를 내놨습니다.

<중앙일보 대선 D-100 전국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남성층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9.2%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37.0%)보다 다소 앞섰"고 "여성층에선 윤 후보가 40.8%로 32.9%에 그친 이 후보와 격차를 제법 냈다"며 "두 후보의 전체 격차에 성별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성층의 경우 오차범위 밖에서 윤석열 후보 선호도가 높아 유의미하지만, 남성층의 경우 두 후보 차이는 2.2%로 오차범위 내여서 비교우위를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남녀로 갈렸다'라는 표현보다는 '여성층에서 윤석열 후보의 지지가 앞선다'고 설명하는 것이 적절할 텐데 말이죠.
(※ 중앙일보 <부동산 실패에 돌아선 여성층, 이재명 32.9% 윤석열 40.8%>(2021년 11월 29일 심새롬 기자)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조사의뢰자: 중앙일보/ 선거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일시: 2021년 11월 26일~27일(2일간)/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젠더갈등에 초점 맞추다 높은 '무당층' 비율 무시

조선일보 <만물상/홍해처럼 갈라진 이대남 이대녀>(2021년 11월 29일 강경희 논설위원)에도 비슷한 주장이 등장합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두 배 이상 높고(45% 대 18%), 20대 여성은 민주당 지지가 국민의힘보다 두 배 이상 높다(28% 대 11%)는 결과"가 있다면서 "야당은 이준석 당 대표 선출, 서울·부산 보궐 선거, 대선 후보 경선의 홍준표 예비 후보 등이 이대남에게 어필해 톡톡히 재미를 본 것이 원인일 것"이며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해 이대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한 것인데요.

조선일보가 인용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474호>(2021년 11월 4주)로 20대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남성은 18%·여성은 28%였으며,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남성은 45%·여성은 11%입니다. 수치로만 보면 조선일보 주장처럼 20대 여성은 더불어민주당을, 20대 남성은 국민의힘을 더 많이 지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지지하는 정당 없음/모름/응답거절'로 답변한 20대는 남성 31%·여성 46%로 나타났습니다. 높은 무당층 비율로 인해 20대 남성과 여성이 실제 어느 정당을 더 많이 지지하는지 판단내리긴 어렵습니다.
 
 조선일보 기사가 인용한 성·연령별 주요 정당 지지도 ⓒ한국갤럽 여론조사
조선일보 기사가 인용한 성·연령별 주요 정당 지지도 ⓒ한국갤럽 여론조사 ⓒ 민주언론시민연합
 
사흘 전 나온 조선일보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관계자는 '20대는 남녀 간 정치성향 차이가 뚜렷하지만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많다'며 "20대는 여야 어느 쪽으로도 충성도가 낮아서 언제든지 지지율이 급변할 가능성도 큰 세대"라고 설명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의 분석에도 부정확한 근거를 갖고 '이대남과 이대녀가 갈라졌다'고 주장하는 건 여론을 왜곡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물론 강경희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말미에 "20대 여성의 절반(47%) 가까이가 양당 후보 둘 다를 지지하지 않거나 기타 후보를 지지"하는 반면, "20대 남성은 지지하는 후보가 없거나 기타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25%에 불과"하다며 무당층을 언급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무당층 비율이 높아 20대 남성과 여성의 지지세를 단언할 수 없다는 해석 대신 "여야 모두 이대남 표밭이 노동력 대비 수확 효율이 더 높다고 느끼게 되는 구도"라고 설명했는데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실제 기타·무당층 수치는 여성 48%·남성 32%로 조선일보 인용 수치와 달랐으며, 기타·무당층 비율이 '수확 효율'로 연결된다는 주장도 불명확합니다. 20대 여성의 높은 무당층 비율이 '쉽게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집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거나 모르는 비율이 높은 20대 여성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더 쉽게 정당 지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조선일보 <만물상/홍해처럼 갈라진 이대남 이대녀>(2021년 11월 29일 강경희 논설위원)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자체(한국갤럽 자체조사)/선거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조사일시: 2021년 11월 23일~25일(3일간)/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 조선일보 <이대남은 국민의힘, 이대녀는 민주당…'지지율 쏠림' 대선 영향은?>(2021년 11월 26일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데이터저널리즘팀장)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①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자체(한국갤럽 자체조사)/선거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 조사일시: 2021년 11월 2일~4일(3일간)/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②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자체(한국갤럽 자체조사)/선거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조사일시: 2021년 11월 9일~11일(3일간)/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③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자체(한국갤럽 자체조사)/선거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 조사일시: 2021년 11월 16일~18일(3일간)/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④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자체(한국갤럽 자체조사)/선거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조사일시: 2021년 11월 23일~25일(3일간)/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 모니터 대상 : 2021년 11월 29일~2022년 1월 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 2021년 11월 29일~2022년 1월 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민언련#2022대선미디어감시연대#여론조사#2030#젠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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