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전혀 고려한 바가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자진 사퇴'는 없다고 다시 한 번 못을 박았다. 당 안팎으로 거세지는 사퇴 요구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재차 선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는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해촉하기로 했고, 이에 김종인 위원장은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이라며, 개편안 발표 전에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선대위 전면 개편을 요구했던 이준석 대표도 결국 배제되는 모양새라,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를 어떻게 개편하더라도 당분간 당내 분란은 수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이 꼴 만든 건 이준석!" 봇물 터진 '대표 사퇴론' http://omn.kr/1wpoo
윤석열, 결국 김종인과 결별... 5일 11시 전면 개편안 발표 http://omn.kr/1wpvl
"의원 모임, 결의권 없다... 비대위? 이준석이 지명한다"
이준석 대표는 5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 의원들이 자신의 사퇴를 결의할 것으로 보이는 데 대해 "결의권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결의를 한다고 한들, 실제 사퇴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취지이다. 이 대표는 연서명이 들어간 결의안이 나온다고 한다면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고 거기서 제 입장을 내겠다"라고 거리를 뒀다.
특히, 이 대표는 이런 의원총회에 대해 "저희 당에도 100분이 넘는 분이 계시지만, 보통은 그냥 의총의 주제 자체가 싫으면 안 가시는 분이 태반"이라며 "그 안에 가신 분들은 목적을 갖고 소집했으니까 그 분들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선 모임이나 이런 것도, 저희 당에 초선 의원이 60분 이렇게 계실 텐데 한 10분, 20분 가시는 것"이라며 "그 중에서 몇 분이 세게 말하시면 '대부분의 의원들의 의견이 이렇다' (이렇게 보도되는 것)"이라며 일부 의견이 과대대표 되고 있기 때문에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당대표 소환을 추진하는 경우에 대해선 "당원들 20%의 서명을 모으고, 그것도 시도별로 10%씩 맞춰서 모아야 된다"라며 "사실 그 정도 노력에, 그 정도 조직력이면 차라리 우리 후보 당선시키고 말지 또 이준석 대책위원회도 아니고 그걸 왜 하고 있느냐?"라고 비꼬았다. "초선을 (소환)하려고 두 달째 하는 분도 계시다"라며 현실성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이 대표 자신이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세우는 경우에 대해서도 "그 비상대책위원회의 지명권은 이준석에게 있다"라며 "당대표가 나가면서 지명하는 거다. 그 정도 상황이 되면, 내가 모든 사람을 지명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당헌당규상으로는 이준석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들이 '반이준석' 비대위를 들일 수는 없다는 취지이다.
그는 "지금 이 선거 앞두고 지지율 올릴 고민보다는 '이준석 대책위원회'가 돼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것 같은데, 그 정도 진지함과 그 정도의 연구 능력, 그걸로 지지율 올릴 방법을 고민하셨으면 애초에 이 사태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라고도 힐난했다.
다만 "대선에 지면 당대표는 책임진다"라며, 정권교체에 실패할 경우 자신도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나는 대선에 있어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여러 제언을 하는 것"이라며 "거꾸로 내가 면피하는 당대표가 되려고 하면, 애초에 지금 배낭 하나 메고 호남 돌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하고 열심히 하는 척 하면서 면피할 방법 되게 많다"라고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상황에 대해 "나는 당무만 하게 가만히 놔두고, 선대위 활동 열심히 하시고, 선거 활동 열심히 하셔서, 우리 후보를 당선시키게 최대한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다"라며 "선대위 할 때는 일 못 하게 하다가, 지금 와서 그만 둔다니까 '왜 안 들어오느냐'고 난리고, 그리고 또 그다음에 '안 들어올 거면 사퇴해라', 사람들이 듣기에 이게 논리적인 개연성이 없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인 '끌어냈다' 생각하는 분들, 결과적으로 잘 되지 않아"
이날 이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 사퇴를 우려하기도 했다. "(김종인) 그분을 모시려는 분들은 상당히 낮은 자세로 가는 게 맞다"라며 "형식을 해촉으로 하든지, 자진사퇴로 하든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분의 조력을 받느냐, 아니냐. 받을 준비가 되어 있냐, 아니냐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좀 우려가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위 윤석열 후보 측의 핵심 관계자로 불리는 이들이 김종인 위원장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데 대해서도 "이분들은 익명 인터뷰는 좀 그만 하시라.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라며 " (윤석열 후보가) 입당할 때 당대표 패싱한 거는 괜찮고, 지금 이제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개편에서 전권을 가지고 뭔가 하는 데 있어서 상의가 부족했다고 할 것 같으면 '왜 패싱 당했냐' 이거 아닌가?"라며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고 꼬집었다.
"입당하는 당원이 당대표 패싱하는 거는 괜찮고, 지금 와서는 또 후보가 패싱되었다고 기분 나빠하는 건가"라며 "예전에 조수진 의원이 당대표의 말을 듣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고 했을 때는 '이것이 민주주의다' 그랬잖느냐. 한 가지 장단에 춤을 춰야 되는데 그렇게 따지면 조수진은 얼마나 큰 사고를 친 건가? 그때는 누가 입 '벙긋'이라도 했느냐?"라는 지적이었다.
김종인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선대위 전면 개편을 발표한 것을 '쿠데타'로 표현하는 데 대해서도 "그 발언은 후보가 했다고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평가할 생각은 없지만"이라면서도 "기분 나쁘면 공통으로 기분 나빠야 한다. 당대표는 얼마나 기분 나빴겠느냐?"라고 되물었다.
김종인 "'쿠데타' 이딴 소리하는데 뭣 때문에 내가..."
한편,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택을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뜻이 안 맞으면 서로 헤어지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 당선을 위해서 내가 했던 일인데, 그렇게 다 그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쿠데타'니 뭐니 이딴 소리 하는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내가 뭣 때문에 거기 가서 대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으로 예정된 윤석열 후보의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도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른다"라며 "나는 후보하고 이야기 한 적이 없다"라고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