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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글쓰기. ⓒ pixabay
 
오늘 오후에 문자 메시지와 카톡을 받았다. 수필 부문 등단과 관련하여 잠시 통화가 가능한지 묻는 내용이었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잠시 망설이고 있었는데 곧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게 되었다.

며칠 전 한 문예 계간지에 공모한 수필로 등단을 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추가 모집 공고라는 것을 보긴 했으나 며칠 전에 보낸 수필에 벌써 답이 온다는 것이 이상했다.

올 한해 글을 계속 써오고 있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후 거의 6~7년간 수필 형식의 글을 써오고 있다. 중간에 잠시 창업을 한 이년 여의 기간 외에는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편이다.

코로나가 시작된 작년 이후부터는 거의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렸었다. 모든 사적 모임이 줄어들고 주일 대면 예배도 금지된 이년 여의 기간.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도 있었고 글을 쓰는 것이 오로지 나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며 마음을 위로하고 다잡는 방법이었다.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고 한 해의 마지막에 다다를 때 마음이 우울해지고 가라앉게 되는 일들이 생겼다. 글쓰기도 주춤해지고 무언가 다시 동기를 부여하고 불을 지필 만한 일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다른 작가님들이 경험담을 보며 새로운 공모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브런치 프로젝트 공모전에도 꾸준히 지원했으나 여러 번 떨어졌다. 인터넷 검색을 하여 시와 수필 공모전에 그동안 써 둔 글을 올리고 <오마이뉴스> 기자로 가입을 하여 기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등단하지 않으면 수필가로 인정받지 못한다?

오늘 통화의 내용은 이러했다. 수필을 심사하신 분들이 두 작품 중 하나를 인상 깊게 보셨단다. 그 글의 제목은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 이었고 2005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납골당에 다녀온 후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의 기억과 여러 감상들을 더듬어 쓴 글이었다.

그 계간지의 회장님은 "신문사 편집장이셨던 아버지를 닮아 글을 매끄럽게 쓰신다.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으신 것 같다"고 심사위원분들과 대화를 나누셨다고 기분 좋은 칭찬을 해주셨다.

연이어서 등단을 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등단 비용이 50만 원 정도가 든다고 하셨다. 이 부분부터 이미 뜨악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상금을 주시는 곳도 있는데 등단 비용을 내야 한다니 무슨 말인가? (물론 상금을 받는 곳은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등단 비용에는 다른 신인 작가들과 함께 계간지에 글을 올려 출판한 후 삼십 부를 받는 것, 심사 위원들의 심사 비용, 크리스탈로 만든 상패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그 회장님은 "요즘 출판사에 기고하여 수필을 출간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 작가들은 등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필가로 인정을 받을 수는 없다"고 주장하셨다. 수필가로 명함을 가지려면 등단이 필수라는 의견이셨다.

출판사에 기고를 하는 과정도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수백 개의 출판서에 출간계획안을 제출하여 선정을 받는 과정도 만만치 않고 그 이후의 치열한 책 홍보도 쉽지가 않았다. 출판사의 선정을 받아 자기 이름으로 된 수필집을 냈는데 수필가가 아니라는 말은 수긍이 안되지 않는가?

이미 등단 비용을 듣는 순간 마음을 접어서 나머지 내용은 더 듣고 싶지 않았다. 어색하게 웃으며 "힘들 것 같다"고 했더니 "비용이 마음에 걸리세요?"라고 물어오셨다. "네 그렇기도 하고요. 좀 생각을 해봐야겠네요"라고 완곡하게 표현을 했으나 더 생각할 여지가 없다.

이런 방식의 등단이라면 내 글이 등단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도 명확하지 않다고 본다. 등단 비용을 지불하면 문학 계간지에 수록되고 수필가의 명함을 받게 되는 것 아닌가?

그리하여 앞으로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쓰는 데 더욱 집중하고자 한다. 다른 시나 수필 공모전에 간간히 응모해 보면서 글쓰기의 열정과 끈기를 계속 가지고 가려는 것이 신년의 계획이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보름 정도 되었다. 처음의 기사는 생나무에 올라갔다가 삭제되었고 두 번째 기사는 잉걸, 세 번째는 버금 등급을 받았다. 차차 올라가고 있는 등급과 빠른 피드백에 글 쓰는 재미가 점점 더해지고 있다.

아직도 기사로 올라갈 만한 글에 대한 확신이 없지만 '어떤 기사를 쓸 것인가?'를 궁리하는 것만으로 우울한 마음이 치유되고 삶의 의욕이 상승된다. 나의 띠인 '흰 소의 해'가 저물고 '검은 호랑이의 해'가 코 앞에 다가오고 있다.

검은 호랑이처럼 강한 기운으로 새해에도 가르치는 본업과 함께 착실하게 글을 쓰는 것이 목표이다. 여러분에게도 새해에는 모든 바이러스의 악몽을 떨치고 매일의 소소한 기쁨과 살아갈 힘과 의미를 더해주는 일이 꼭 생기시길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올라갑니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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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강사. 일상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솔직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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