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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지질공원 비슬산에 웬 케이블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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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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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은 팔공산과 더불어 대구 지역을 대표하는 산으로 대구 달성군, 경북 청도군, 경남 창녕군을 품고 있습니다. 산 정상부 고위평탄면엔 30만 평에 달하는 참꽃 군락이 장관을 이룹니다. 이와 더불어 화산·빙하·풍화작용으로 빚어진 암괴류, 너덜겅, 토르 등이 각양각색의 경관을 연출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을 명산입니다.
비슬산은 1986년 2월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로 많은 개발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비슬산 기슭엔 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 관광호텔, 임도 등이 들어섰습니다. 이미 개발이 포화상태인데도 여전히 '대구시 1호 관광지' 타이틀을 달고 도로 확장과 위락시설 건설 등 난개발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특히 비슬산은 산 정상까지 임도가 닦여 있어서 전기차와 투어버스로 쉽게 올라갈 수가 있습니다. 차로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산이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도 대구 달성군은 이곳에 군민 혈세 310억 원을 들여 케이블카를 건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달성군이 계획하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은 '자연공원 삭도 설치 및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불가한 사업입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케이블카 건설 시 주요 봉우리를 피하고 왕복 운행을 전제로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해야 합니다.
그런데 비슬산 케이블카는 대견봉이란 주요 봉우리 부근에 위치해 자연경관과 스카이라인을 영구적으로 훼손합니다. 또한 기존 능선 탐방로와 회피가 어렵고 탐방객 이용 확대에 따른 환경 훼손이 과도해 적절한 입지가 아닌 것입니다. 대구 달성군은 이렇게 불가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해야 할 비슬산
비슬산에 천연기념물 제435호 암괴류가 있습니다. 둥글거나 각진 바위 덩어리들이 산 사면에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으로 마치 강물처럼 흘러가는 형색이라 하여 '돌강'이라고도 합니다. 길이는 2킬로미터에 면적이 99만 2979제곱미터에 달해 세계적 규모를 자랑합니다.
비슬산은 암괴류 외에도 너덜겅(애추), 토르 등 다양한 지형 및 지질자원이 분포하고 경관이 빼어나 산 전체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해도 될 만큼 학술적·자연학습적 가치가 높은 산으로 평가됩니다.
그런데 케이블카 정류장과 지주는 험준지, 절험지 등 대부분 급경사로 지반이 불안정한 곳에 들어서게 됩니다. 따라서 케이블카 공사 시 발파로 인한 산사태 위험성이 있고, 암괴류를 비롯한 지형·지질자원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처럼 천연기념물 암괴류의 안전 문제만 보더라고 케이블카는 절대 들어서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슬산에는 삵, 수달, 담비, 황조롱이, 새매, 새호리기, 독수리, 새뿔투구꽃 등 다양한 법정보호종의 서식이 확인됩니다. 케이블카 공사 및 운행으로 이들의 서식 환경이 파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또한 소음, 진동, 빛공해 등으로 생태적 교란을 끼치게 됩니다. 이처럼 생태자연도 1, 2등급 등 보전가치가 높은 권역이 포함되어 있어 우수한 생태자원 훼손이 불가피합니다.
그리고 케이블카가 들어서서 비슬산 정상부에 수용한계를 넘어 탐방객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면 물리적 통제와 안전관리에 무리가 따르고, 참꽃 군락지를 비롯한 정상부 황폐화가 가속화될 뿐입니다.
따라서 비슬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케이블카가 아니고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더 이상 비슬산이 파괴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생태조사, 자연휴식년제, 입산 통제와 같은 보존 및 복원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는 일입니다.
케이블카 같은 더 이상의 개발이 아니라 보존 및 복원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 비슬산이 지금 모습 그대로 지켜져서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비슬산 그대로! 비슬산 케이블카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