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묘역 근처에서 참배한 뒤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유성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광주를 방문해 사과문을 낭독했다. 지난 10월 19일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5·18을 모독해 국민적 분노를 초래한 지 22일 만이다.
제13대 총선을 11일 앞둔 1988년 4월 15일 노태우 대통령도 광주를 방문해 연설문을 낭독했다. 이 일은 전년도 11월 29일 광주 유세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던 일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4월 15일자 <경향신문> 톱기사는 "광주사태에 관해 처음으로 공식 언급하는" 연설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교롭게도, 그때 노태우가 강조했던 핵심 메시지가 윤석열의 사과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물론 노태우 연설문이 훨씬 길고, 각각의 메시지가 배치된 위치도 다소 다르다. 또 노태우는 5·18 학살 당사자로서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과 윤석열은 5·18을 모독한 데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도 다르다. 차이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5·18과 광주에 대한 비슷한 인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 사과문과 노태우 연설문은 유사하다.
닮은꼴 사과문
윤석열 사과문은 국민과 광주시민에 대한 사과 표명으로 시작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제 발언으로 상처 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관련기사] [전문] 윤석열 "발언 사과, 우리 모두가 광주의 아들딸" (http://omn.kr/1vyp0)
윤석열이 지난달 21일 공식 사과를 한 상태에서 광주에 간 것처럼, 노태우도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한 상태에서 그곳에 갔다. 1988년 4월 1일자 <동아일보> 톱기사는 "정부는 1일 오전 광주사태를 '민주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지금까지 해결책이 마련되지 못한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을 표명하면서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발표했다"고 한 뒤 이렇게 보도했다.
정부 대변인 정한모 문공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발표문을 통해 '이 사태로 많은 국민이 고통과 아픔을 겪게 된 데 대해 정부는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광주사태는 나라의 정치발전이라는 큰 흐름에서 볼 때 광주 학생과 시민의 민주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그 성격을 규명했다.
국무회의를 통해 입장을 발표한 뒤 광주에 간 노태우는 4월 15일 연설에서 "정부가 8년 전의 사태에 유감을 표명하고 해결책이 이처럼 늦어져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죄송함을 밝혔읍니다"라며 유감과 죄송스러움을 다시 한 번 표명했다.
윤석열 사과문은 사과를 표명한 뒤 민주화를 위한 광주시민들의 희생을 평가하는 부분으로 이어진다. "저는 40여 년 전 5월의 광주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하신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며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되었고, 광주의 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꽃피웠습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