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게이트 진상조사 TF'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성남시 대장동 주택개발사업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치열하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이 정치적 공방에 짜증이 난다. 본질을 회피한 채, 엉뚱한 문제만 부각하기 때문이다. 사실관계는 너무 단순하다.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시 대장동이라는 동네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개발했다. 민간과 성남시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이 개발사업으로 엄청난 이익이 났다. 이 이익을 성남시와 민간 참여자들이 나눠 가졌지만, 민간 사업자의 이익이 천문학적이었다.
이 이슈를 부각하는 정치권과 보수 언론은 '왜 부동산 개발 이익을 소수 민간 개발업자가 가져갔나'라고 문제 삼고 있다. 이 의혹 제기가 '이재명이 뒷배였는가'란 뉘앙스로 전파되고 있지만, 문제 제기 자체는 매우 정당하다. 나는 이 사례를 통해 주택개발을 민간에 맡기면 '엄청난' 이익이 남는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주택개발을 민간에 맡기면 벌어지는 필연
성남시 대장동에는 5천900채 아파트가 들어선다. 총개발비로 약 1조5천억원이 든다는데, 약 1조원의 이익(약 67% 수익률)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부동산 개발 이익 1조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모두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지불한다. 개발 이익 1조원을 5천900세대가 똑같이 나누면 약 1억6천949만원인데, 이것이 한 가구당 개발업자에게 이익으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다. 성남시 대장동 주택개발사업 논란에서 분노해야 할 이유가 이것이다.
달팽이는 껍질 안에서, 야생 동물은 견고한 털가죽으로 추위와 비바람을 견딜 수 있다. 인간은 집을 지어 그렇게 한다. 동물의 털가죽을 벗기면 곧 죽는 것처럼, 집이 없으면 인간의 삶도 위태로워진다. 집은 야생 동물의 털가죽만큼 인간 생존의 필수재란 말이다. 인간의 생존 수단인 집이 지금보다 쌀 수는 없을까? 있다. 주택을 수도나 전기처럼 공공재로 인정하고, 정부가 공급하면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책무라면, 집을 공급하는 일은 분명 국가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집은 인간-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파는 원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이니, 집도 무상으로 줄 수는 없다는 점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선다면, 집값은 지금처럼 말도 안 되게 비쌀 이유가 없어 보인다. 정부가 땅 사고 집 지어,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정부가 이런저런 핑계로 나서지 않을 뿐이다. 그 핑계 중 가장 흔한 것이 '재정 건전성'이다.
이 핑계가 합당한지 따져보자. 정부가 직접 토지를 사들이고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이하 설명이 좀 복잡해 보일지 모르지만, 느긋하게 맘먹고 차분히 따져보자고 제안한다). 우선, 집을 지으려면 땅이 필요하다. 지금도 정부는 LH공사란 공기업을 통해 거대한 땅을 사들여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개발한 땅 대부분을 민간 건설사에 팔아넘긴다. 건설사는 여기에 주택을 짓고, 땅값, 건설비, 그리고 이윤까지 붙여 주택 구매자에게 판다. 아파트 형태 공동주택에서 개별 주택에게 땅의 가치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각 아파트 등기부등본에 조그만 땅(전체 토지를 아파트 세대수로 나눈 몫)에 대한 소유권이 표시돼 있지만,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땅이기 때문이다.
만약, 개인이 처분할 수도 없는 이 땅을 정부가 소유하고, 건물만 살 수 있다면, 아파트 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대개 주택개발 원가에서 땅값 비중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려면, LH공사가 매입하고 개발한 땅을 민간 건설업자에 팔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 LH공사와 정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성남시 대장동의 경우를 예로 설명하기 위해 땅값(택지 개발비 포함)이 1조원이라고 가정하자(이는 편의에 따른 가정이지만, 대개 토지비가 건축비보다 훨씬 크다). 이 땅을 LH공사가 계속 보유하면, 그 1조원은 땅에 묶이게 되고, 또 다른 택지개발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대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