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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현 씀 '나의 팬데믹 일기' 표지
박상현 씀 '나의 팬데믹 일기' 표지 ⓒ 남해의봄날
 
"제가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5년, 10년 뒤에도 책 내용의 유통기한이 이어지고 있을까, 나한테 유의미한 책일까입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탓도 있고요."

 "그럼 박상현 칼럼니스트의 페이스북 글을 기반으로 엮어낸 책 '나의 팬데믹일기'는 해당되지 않으려나요?"

 "아니요, 그야말로 시대적인 책이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읽어낸 글이기 때문에, 내가 미처 몰랐던 시각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습니다."


누군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또는 포스팅을 기반으로 책을 엮어낸다는 기획은 꽤 조심스러운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페이스북 글의 휘발성과 즉자성 때문일 수도 있고, 자칫 게으른 기획이 될 위험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글쓴이가 최근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칼럼니스트 '페이스북의 빌 브라이슨' 박상현이라면 어떨까? 늘 참신한 기획으로 독자를 설레게 하는 출판사 남해의봄날이라면 어떨까? 그러고보면 박상현이라는 이름은 귀에 익다. 기자가 남해의봄날 출판사의 책 중 특히 좋아하는 <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의 번역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상현은 미디어오늘 서울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국내 주요 매체의 칼럼니스트로서도 눈에 익은 이름이다. "아 그때 그 칼럼"이라고 무릎을 탁! 치는 글이 한둘이 아니다. 

'박상현 칼럼'이라는 키워드로 네이버 또는 구글에서 검색하면, 박상현이라는 이름이 꽤 흔한 이름이구나 싶다. 그 많은 박상현들 중에서 이 박상현 칼럼니스트의 남다름은 정치와 문화예술부터 IT기술까지 "르네상스인"이라 할만한 그의 지적인 넓이다.

게다가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필자 박상현의 지정학적 위치도 우리가 미처 몰랐던 시각을 제공한다.

유학 생활 이후 미국에서 스무 해 넘게 살며 현재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그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지난 몇 년간 뉴미디어에 투자하는 일을 했고 현재는 한국의 여러 매체에 테크와 미디어, 문화를 이야기하는 칼럼을 연재하며 온라인 매체 오터레터(otterletter.com)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박상현의 글을 통해 우리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관통하는 미국사회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팬데믹 시대 미국에서 바라본 한국사회, 한국에서 바라본 미국사회까지 박상현과 함께 되짚어볼 수 있다. 

때로는 자녀교육 등의 일상 이야기, 때로는 정치와 문화평론을 오가며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현미경 같은 그의 글이 늘 놓치지 않는 부분은 보편적 휴머니즘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화두이다. 
 
"평등과 인권에 대한 요구는 항상 '지금 당장'이어야 한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말, 다음 세대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 거라는 말은 지금 이 순간을 살고 떠나는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 없는 이야기이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영원히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공허한 약속에 불과하다. 우리는 모두 한 번만 살기 때문이다." (128페이지) 
"스탠퍼드 대학 병원 의료진이 시위를 하고 있다. 이 병원에 코로나19 백신이 5천 개 배정되었는데, 그중 코로나19를 검사하기 위해 환자를 직접 만나야 하는 레지던트들에게는 달랑 7개가 돌아갔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은 의료진, 즉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를 만나는 의료진, 고위직 의사, 그리고 환자를 만날 이유가 없이 재택근무를 하는 관리직에게 배정되었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자 스탠퍼드 병원 측은 '알고리듬에 의해 선정된 것'이라는 변명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리듬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편견을 반영하는 것일 뿐 가치중립적이지 않고, 핑계가 될 수도 없다." (311페이지)

페이스북에 남았다가 얼핏 지나쳐버리기에는 아까운 통찰과 직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우리가 자칫 놓쳐버리는 중요한 지점들을 드러내는 글이 남해의봄날 출판사의 가독성 좋은 편집으로 책으로 엮어 나왔다.

페이스북에 매일 실시간 보도를 해온 저자의 2020 뉴스 클리핑과 함께 민주주의, 페미니즘, 기후위기, 인종차별, 뉴미디어 이슈에 대한 깊이있는 칼럼까지 더해 책이 단단해졌다. 

그렇게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에서 시작한 글쓰기의 방식과 내용부터, 책이 엮어진 과정과 결과물까지. 박상현의 책 '나의 팬데믹 일기'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맞닥뜨린 세계의 단면을 보여주며 "시대적인 책 또는 우리 시대의 기록"으로 불러주어도 손색이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마당에도 실립니다.


나의 팬데믹 일기 -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2020년의 기록

박상현 (지은이), 남해의봄날(2021)


#나의팬데믹일기#박상현#남해의봄날#문화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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