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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 31일 오후 서울시청 시장실을 나와 승강기에 탑승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 31일 오후 서울시청 시장실을 나와 승강기에 탑승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대가 바뀌었다. 자유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된다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절대적 믿음도 줄어들었고, 국가가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질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한편으로 공공과 민간 협업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가끔, 세상의 당연한 변화를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특히 정치의 영역에서.

공동체 구성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토론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거늘, 오늘의 정치인들은 대체로 과거에만 집착한다. 국민의 삶을 살펴보기보다는 과거 상대방이 했던 언행을 비방하고 깎아내리는 정쟁에만 집중한다. 공공과 민간, 시민과 정부 사이에서 협업을 유도하기보다는 갈등을 부추기고 프레임에 가두는 행위에 집착한다.

결국 국민들의 일상이 개선되는 정책이 개발되기보다는, 새로운 것이 생겼다가 사라지기 급급하다. 2021년 서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오세훈TV의 도 넘은 왜곡 방송
 
 유튜브 '서울시장 오세훈 TV' '나랏돈으로 분탕질 쳐놓고 스~을적 넘어가시려고?' 캡처
유튜브 '서울시장 오세훈 TV' '나랏돈으로 분탕질 쳐놓고 스~을적 넘어가시려고?' 캡처 ⓒ 유튜브 캡처

지난 8월 26일, <오세훈 TV>에 '나랏돈으로 분탕질 쳐놓고 스~을쩍 넘어가시려고?'라는 제목의 자극적인 영상물이 업로드되었다. 주요한 내용은 박원순 전 시장 때 운영되던 사회주택 정책이 대부분 부실하게 운영됐다는 것이다. 사회주택 때문에 정책 예산 2014억 원이 낭비되었다고 시작하며, 임대료 규정, 입주자 모집 규정 미준수 및 정책 사유화 등을 이유로 사회주택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그러면서 사회주택 정책을 공기업인 SH이 다시 회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관계도 문제가 있지만, 형식적인 지점부터 문제가 컸다. 자극적인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유튜브 시장의 개인채널 운영자도 아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의 대표가, 공식적인 행정력을 통해 정보를 확보한 뒤 오세훈TV라는 유튜브 채널로 정보의 유통을 넘겼다. 

정보에 대한 왜곡 문제도 심각했다. 47%의 사회주택에서 임대료 규정(시세 80% 이하)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한국사회주택협회가 진행한 전수조사 결과 딱 2개 동의 위반 사례가 발견되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서울시와 함께 정한 임대료를 받아야 하고 인상률의 제한이 있어서 함부로 올리지도 못하기 때문에, 임대료 규정을 47%나 위반했다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회주택 특혜 선정을 하거나 정책 사유화를 했다는 <오세훈TV>의 주장도 사실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사회주택 예산이 2014억 원 낭비됐다는 오세훈TV의 주장은, 서울시 예산으로 매입한 토지 가치가 59% 상승한 것으로 반박이 가능하다.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에 대한 비판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대안과 비전 없이 그저 비난 일색으로만 특정 정책을 매도하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라고는 볼 수 없다. 특히 정치 평론가나 논객이 아니라 서울특별시의 정책을 총괄하는 시장이라면 말이다. 

사회주택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은 멈춰야

LH 투기 사태가 발생한 것이 불과 반년 전의 일이다. 공기업이 공급 및 운영하는 임대주택이 한계가 크다는 사실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지적되어온 내용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되고 있는 정책이 바로 사회주택이다. LH/SH 등의 공기업이 아닌, 비영리/사회적경제 주체의 전문적 역량을 활용하여, 예산을 절감하고 운영/관리의 효과를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정책이다. 

해외에서는 공공과 민간의 비율이 비슷하게 유지되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의 장단점을 채워나가고 있는 사례가 너무나도 많다. 특정 정치인이 독점한 정책이 아니라 주거복지 영역에서 다뤄지는 주요 정책 중 하나이다. 사회주택 정책의 재구조화를 천명하며 오세훈 시장이 내놓은 해법은 결국 사회주택에 대한 정책의 개선도 미래를 위한 적절한 비전도 아닌, SH의 직접 운영, 즉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선언뿐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1인가구와 청년의 삶을 강조했다. '준비된 시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국내외 주택정책에 대한 이해도, 사회적 경제에 대한 기본도, 오늘의 서울시민의 일상도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전임시장에 대한 맹목적인 공격을 통한 정치적 이익을 누리고자 함이 아니라면, 사회주택에 대해 이러한 방식으로 비난할 이유가 없다. 
 

서울시민 중 절반 이상이 주거 문제 해결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답하는 오늘, 정치인이라면 정쟁을 떠나서 진심으로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접근해야 한다. 공공과 민간을 넘나들며 각자의 역량을 십분 발휘해서, 누구도 풀기 어려운 주택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게 서울시장의 역할이다.

짧은 임기 동안 성과에 대한 압박 때문에 조급했을 수도 있다. 그럴수록 갈등보다는 대화가 우선이다. 욕망이 아닌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사회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의 일상을 바라보는 정치가 필요하다. 10년 전과 달라졌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시간이 아직은 남아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한솔 시민기자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입니다.


#사회주택#임대주택#SH#오세훈#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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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1인가구, 비전형노동의 한복판에 있는 청년이자, 사회주택을 짓고 운영하고 살기도 하는 주거 덕후이다. 세상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라며, 시민의 힘을 키우는데 관심을 가지고 산다. 현재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등 청년, 주거, 노동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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