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추밭에 곤충 한 쌍이 짝짓기에 정신이 없다. 한 녀석의 입에는 벌을 포획한 듯싶다. 녀석들, 혹시 파리매? 어디서 파리매에 대한 글을 읽은 생각이 났다.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파리매가 맞다. 수컷의 꼬리에 하얀 털이 있는 것을 보니 분명하다. 벌을 입에 물고 있는 녀석은 수컷이다.
파리매. 이름부터가 사납다. 하늘의 사냥꾼 매는 무서운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의 소유자가 아닌가! 파리매는 곤충의 사냥꾼이다. 파리매도 자신보다 힘이 세고, 잠자리와 같은 큰 곤충도 송곳 같은 빨대로 체액을 빨아먹는다. '곤충의 드라큘라'라는 별칭을 가졌다.
곤충의 세계에도 먹이사슬이 있다. 파리매는 먹이사슬 정점에 있는 종이다. 특히, 토종벌의 천적으로 녀석들이 출현하면 공포의 대상이다.
파리매의 행복한 짝짓기를 보고 있는데, 녀석들 행위가 죽은 듯 조용하다. 사진을 찍는데 성공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또 한 컷. 녀석의 얼굴을 찍으려는데, 어느새 '윙' 소리를 내고 줄행랑을 친다. 뜨거운 한낮에 낯뜨거운 곤충의 짝짓기 현장. 요묘한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