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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브랜드 인플레이션 시대에 도시브랜드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도시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자 <오마이시티, 오마이브랜드> 기획을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인천광역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도시브랜딩 활동의 기획·진행·평가 등을 짚어보면서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연재는 인천시 브랜드전략팀장이었던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와 이한기 <오마이뉴스> 기획취재 선임기자가 함께 진행한다.[편집자말]
 근대의 산업구조는 생존경쟁, 자연도태, 적자생존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된다. 그러나 현재는 포괄적인 네트워크 가치를 바탕으로 쌍방향으로 진화하고 선순환하는 이타적 공진화, 경쟁적 공진화, 착취적 공진화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근대의 산업구조는 생존경쟁, 자연도태, 적자생존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된다. 그러나 현재는 포괄적인 네트워크 가치를 바탕으로 쌍방향으로 진화하고 선순환하는 이타적 공진화, 경쟁적 공진화, 착취적 공진화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 박상희
 
도시는 다양한 목적과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으면서도 공공성을 추구한다. 도시는 저마다 다른 목적성을 갖고 지어진 인공적인 공간과 더불어 다양한 시간의 지층을 품은 자연적 공간이 존재한다.

처음부터 그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과 교육·경제·문화 등 다양한 목적을 갖고 이 도시로 이주한 사람이 존재한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문화와 도시가 목적의식을 갖고 만든 문화가 공존한다. 이처럼 도시는 사람, 공간, 시간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태계다.

도시의 사람들은 다양하다. 경제적 활동을 위해 일정시간만 도시에 머무르기도 하고, 하루의 전부를 도시에서 보내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밤에 도시로 돌아오기도 한다.

도시인은 서로 다른 목적성을 갖고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도시의 일원으로서 도시를 작동하게 만든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 연결된 도시 내부의, 도시 간의, 국가 간의 복잡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우리는 '상생'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쓴 '상생(相生)'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화생물학의 개념인 '공진화(coevolution)'의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진화(共進化)'는 생물 집단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생물 집단이 진화하면 다른 생물 집단에 영향을 미쳐 상호관계를 통해 함께 진화한다는 뜻이다.

공진화는 이타적 공진화(Cooperative Coevolution), 경쟁적 공진화(Competitive Coevolution), 그리고 착취적 공진화(Exploitative Coevolution)로 나뉜다.

'브랜드 4.0'의 시대가 왔다
 1차 산업혁명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마켓(시장), 브랜드도 각각에 영향을 미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브랜드 4.0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1차 산업혁명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마켓(시장), 브랜드도 각각에 영향을 미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브랜드 4.0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 박상희

근대의 산업구조는 생존경쟁, 자연도태, 적자생존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된다. 기술이 산업을 이끌고 사람은 이에 적응해가는 일방향적 피라미드식 가치사슬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포괄적인 네트워크 가치를 바탕으로 쌍방향으로 진화하고 선순환하는 이타적 공진화, 경쟁적 공진화, 착취적 공진화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즉, 사회과학적 의미의 공진화는 사람과 사람이 속한 기업, 기업과 산업, 경제, 정책, 도시시스템이 함께 진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브랜드에도 적용된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기에는 브랜드가 현재보다는 덜 중요했다. 그러나 산업과 기술의 발달에 따른 공급 과잉은 소비자에게 선택이라는 권리를 가져다 주었다. 산업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광고·홍보·마케팅도 발전했다. 

다양한 브랜드가 쏟아져 나왔고, 브랜드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써뿐만 아니라 실질적 가치와 인식의 제고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차 산업혁명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마켓(시장), 브랜드도 각각에 영향을 미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브랜드 4.0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도시 공간은 영구적으로 존재한다. 도시 공간에 시간이 쌓이고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생활환경이 만들어졌고, 사회·문화 활동이 축적되면서 공간에 장소성이 발현됐다. 공간의 지리적 특징은 변함 없지만, 생활·문화·환경을 포함한 공간의 장소성은 변화한다. 산업구조의 재편과 도시 안팎의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도시는 번영과 쇠락을 반복하게 된다.

도시 문제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제조업 기반의 도시에 기존 산업기능이 멈추면서 발생한 산업유휴지, 공공임대주택이 집중된 주거지와 공동체, 침체된 대도시의 중심상업지구, 유통물류의 변화로 쇠락한 항만시설 등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흔히 얘기하는 '원도심'이다.

도시 시설의 노후화, 중산층의 이탈, 약화된 사회안전망, 도심공동화 현상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 문제를 도시재생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영국과 독일 등을 필두로 물리·경제·사회·문화·환경적 차원의 다양한 접근 방법이 시도됐다.

영국 노스무어의 도시재생 3단계 플랜
 
 영국 맨체스터 남동부에 위치한 노스무어(Northmoor)의 도시재생 사업은 영국 정부가 진행해온 '홈존(Home Zone)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시범사업으로, 주거지 가로 열을 지역주민을 위한 사회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영국 맨체스터 남동부에 위치한 노스무어(Northmoor)의 도시재생 사업은 영국 정부가 진행해온 '홈존(Home Zone)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시범사업으로, 주거지 가로 열을 지역주민을 위한 사회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 자료사진

영국 맨체스터 남동부에 위치한 노스무어(Northmoor)는 지난 20여 년 동안 인구 감소와 실업률 증가에 따라 경제·안전·환경 등 다양한 도시 문제가 발생하며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노스무어는 임대주택의 환경개선, 마을 공공공간 개선사업, 마을 비즈니스를 위한 중심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 조성, 커뮤니티 참여 활동, 교통 도로체계 개선 등 6개 분야에 걸친 3단계 플랜(Regeneration Concept Plan)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동 출자로 도시재생을 진행했다.

노스무어 도시재생 사업은 영국 정부가 진행해온 '홈존(Home Zone)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시범사업으로, 주거지 가로 열을 지역주민을 위한 사회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자동차 중심이었던 주거지 안의 도로가 커뮤니티와 아이들 중심 공간으로 바뀌었다. 공공미술 작품이 들어섰고, 녹지가 조성됐다. 더불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홈존 프로그램은 쇠퇴한 노스무어의 이미지를 활기차게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스무어 도시재생의 특징은 사업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침체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과 지자체, 주택연합, 디자인팀이 매달 정기모임을 통해 사업진행 과정을 공유했다. 

이와 함께 커뮤니티센터 포럼이 열렸고, 지역 주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도시재생사업 진행 과정을 그래픽·모형·스케치 등으로 만들어 설명해줌으로써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공공미팅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시의 주체로서 지역 주민들의 정체성이 만들어졌고, 이들은 도시에 대한 소속감과 유대감을 키워나갔다.

도시를 탈바꿈시킨 '프리쉬 라 벨 드 메'의 변신
 
 벨 드 메(Belle de Mai)는 마르세유가 2013년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문화공간 '프리쉬 라 벨 드 메(Friche la Belle de Mai)'가 자리한 동네다.
벨 드 메(Belle de Mai)는 마르세유가 2013년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문화공간 '프리쉬 라 벨 드 메(Friche la Belle de Mai)'가 자리한 동네다. ⓒ 자료사진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오래된 도시이자 제1의 항구도시인 마르세유(Marseille)는 지방정부, 지방의회, 지역공동체가 도시재생을 함께 추진했다.

마르세유는 1970년대 이후 경제 침체와 산업 쇠퇴로 방치된 도심의 이미지를 혁신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1995년부터 지중해의 항구도시라는 자연조건과 문화유산을 연결해 도시를 정비하는 '유로메디테라네' 사업을 추진했다.

벨 드 메(Belle de Mai)는 마르세유가 2013년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문화공간 '프리쉬 라 벨 드 메(Friche la Belle de Mai)'가 자리한 동네다.

프리쉬 라 벨 드 메는 19세기 마르세유가 지중해의 거점 항구도시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 세워진 12만㎡(3만6000평)에 달하는 대규모 담배공장이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탈바꿈함에 따라 1990년 담배공장이 문을 닫자 실업률이 증가하고, 범죄율도 높아졌다.

새롭게 변화한 프리쉬 라 벨 드 메에 정착한 건 가난한 예술가들이었다. 마르세유 시는 담배공장 부지를 사들였고, 싼값에 예술가들에게 임대했다. 현재 이곳은 1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작업실, 70여 개의 예술단체, 공연장과 전시장 등이 들어섰다. 연간 120만 명 가량이 방문한다.

2000년대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지만, 마르세유 시는 예술가, 예술단체와 함께 고민한 끝에 프리쉬 라 벨 드 메를 매각하는 대신 사회적기업 형태로 전환해 유지하고 있다.

프리쉬 라 벨 드 메의 성공 요인은 첫째, 예술 장르 간의 자유로운 교류에 있다. 예술가뿐만 아니라 지역과 도시, 청년과 대중 모두가 주체가 돼 창작과 교류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둘째, 새로운 예술과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이다. 셋째, 다양한 파트너십과 40여 개 국가들이 연계된 프로젝트 등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도시재생의 중심에는 시민이 있어야 한다
 
 프리쉬 라 벨 드 메는 쇠퇴한 도시를 재생하기 위해 예술인들을 위한 종합 창작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내부적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외부적으로는 관광산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다.
프리쉬 라 벨 드 메는 쇠퇴한 도시를 재생하기 위해 예술인들을 위한 종합 창작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내부적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외부적으로는 관광산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다. ⓒ 자료사진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지역 주민들이 예술가들과 함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수준높은 예술 체험을 통해 삶과 일상 속에 문화예술을 자연스럽게 뿌리내렸다는 것이다. 프리쉬 라 벨 드 메는 공공제도에 의해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주도적으로 이뤄낸 커뮤니티 성격의 문화공간이었다.

프리쉬 라 벨 드 메는 쇠퇴한 도시를 재생하기 위해 예술인들을 위한 종합 창작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내부적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외부적으로는 관광산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다. 

도시-시민-문화-산업이 함께 진화하며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나간다. 이같은 도시의 공진화가 도시재생의 핵심이다. 도시 구성요소의 쌍방향 진화에 가속도를 붙이는 것은 도시의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도시의 리브랜딩이다. 

도시재생은 주거지재생, 상가재생, 노후산업단지재생, 역사문화자원재생 등 다양하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이건 간에 도시재생사업의 중심에는 시민(지역 주민)이 있어야 한다. 시민의 삶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진화해갈 수 있는 여건이 고려돼야 한다. 그리고 진행과정에서부터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업이어야 지속가능한 도시를 현실로 이끌어낼 수 있다.

#도시브랜드#오마이시티#오마이브랜드#노스무어#마르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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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도시 및 국가 등 장소브랜드 관련 글을 기고합니다.

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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