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혁명당 재건위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이동현씨
이희훈
이러한 재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동현씨의 주장과 그대로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는 보안사의 수사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동현씨는 재심 준비에 앞서 보안사의 고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건 백년, 천년이 지나도 못 잊어. 1974년 10월 3일이야. 개천절이라 쉬는 날인데 물건 인수인계할 일이 있어서 출근을 했거든. 그래서 그날을 기억해. 나와서 일을 하는데 남자들이 찾아와서 지프차에 나를 태워. 그러고는 여기저기 들렀다가는 남산 밑에 어느 건물로 가는 거야. 그러고는 지하조사실로 들어가는데 방은 하얀 벽에 무지하게 밝은 형광등이 하나 있어. 들어가니까 군복을 주면서 갈아입게 해. 그러고는 박석주 아느냐고 해서 안다고 했지. 그러자 박석주가 간첩이니까 아는 대로 말하라는 거야. 무슨 개소리냐고 했지."
박석주의 간첩 행위를 부인하는 순간 '이 새끼'라는 욕과 함께 무수한 구타가 그의 몸에 쏟아졌다. 박석주가 한 북한 관련 발언을 써놓고는 '빨리 이야기 해' 하면서 발로 때리고, 꿇어 앉혀놓고 구둣발로 무릎을 밟았다. 무릎이 빠지는 고통을 겪으면서 버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주먹으로 얼굴을 몇 번이나 맞고, 정강이 맞고, 옆방에서는 '으악' 하는 비명이 들리고... 지옥 그 자체였다고 한다.
"수사관이 수사 기록을 작성해 와서 무인을 찍으라는 거야. 찍으면 내보내준다고. 그냥 찍었어. 물론 진술서 내용이 다 거짓인 걸 알면서도 일단 내보내 준다고 하니까 나가고 싶어서 그냥 찍었어."
그러면서 그는 박정민씨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자신이 인정한 내용 중에 박석주의 범죄 사실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제일 걱정한 건 라디오였어. 박석주가 나에게 '북한 방송 내용은 다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고 한 적이 있거든. 북한 말은 다 거짓이라는 거야. 그런데 수사관들은 그걸 다 북한을 찬양한 것으로 조작을 해버렸어. 나도 그걸 알면서 무인을 찍었고...미안하다."
이동현씨는 2018년 11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관련기사 -
44년 '간첩' 꼬리표는 한 인간을 어떻게 망가뜨렸나, http://omn.kr/1cq0g).
보안사 수사관은 내용을 조작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오랜 기간 불법 구금하고, 폭행 등의 고문을 가했다. 그리고 권한이 없는 수사를 은폐하기 위해 수사 기록을 조작하기까지 했음이 이동현씨의 재판에서 드러났다.
서울고법 재판부 어떻게 이럴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