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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편집자말]
수요일과 일요일은 아기와 우리 가정에 특별한 날이다. 아기가 정기적으로 만나는 혈육인 할머니께서 오시는 날이기 때문이다. 할머니께서는 육아 중인 아기 엄마를 돕고자 시간을 쪼개어 아기의 출산 이후부터 꾸준히 오셨다.

처음 할머니가 오셔서 지금까지를 돌이켜 보았다. 처음 할머니를 만나던 날, 아기는 너무 어렸었다. 태어난 지 5주 정도 되었을까? 그때부터 지금까지 천재지변이 없는 경우라면 할머니께서는 아기를 찾았다.

유일하게 아기가 자주 만나는 마스크 없는 얼굴이었다. 이제 9개월에 접어든 아기는 할머니의 등장에 웃음으로 반기고 할머니의 품에서 곧잘 놀곤 한다. 그 의미가 궁금하지만 본인만이 알리라.

아무튼 반갑다는 표현으로 할머니가 받아들이시니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제는 가족이라고 확실히 인식을 한 것인지 할머니에게도 감정 표현을 하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2주간의 일이다. 번갈아 처제와 처남 커플 그리고 동생 내외가 집을 찾았다. 다들 저마다의 이유로 아기를 직접 보는 순간이 적었던 터라 마음 먹고 방문을 한 것이었다. 어라, 그런데 하루 종일 짜증이던 아이가 일명 '순한 맛'인 아기로 돌변했다. 짜증과 칭얼대는 것이 평소와는 확연히 달랐다.
 
아기와 삼촌 필자의 아기를 안고 있는 아기의 삼촌이자 본인의 동생의 모습
아기와 삼촌필자의 아기를 안고 있는 아기의 삼촌이자 본인의 동생의 모습 ⓒ 최원석
 
많이 웃어 주지는 않아도 방긋 웃기도 했고 비록 두어 번 만난 사이라 많이 낯설텐데도 젖병을 물려주는 손길에 무심한 듯 잘 적응하며 먹었다. 서툰 육아 초보들의 돌봄에도 무난하게 잘 놀고 시간을 보냈다. 바야흐로 부부에게 짧게나마 휴가가 주어진 거나 다름없을 정도였다.

뭔가 잘 못 되고 있음을 인지하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들이 다녀 가고 나서부터 시작되었다. 잠시 멈춰 있던 짜증과 칭얼거림이 폭발했다. 아기는 무언가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한참을 그 이후로도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아뿔싸. 아기는 낯선 사람에게서 나름 집중하며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며 즐겼나 보다. 필자의 동생 내외이니 삼촌 그리고 숙모 그리고 처남과 처제는 외삼촌이고 이모가 되는데, 코로나로 이렇게 대면한 것이 세 손가락 안에 들어 많이 어색했을 텐데도 말이다.

부부가 방역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마스크를 벗길 권해도 '요새 다시 코로나가 말썽이고 혹시나...'이라며 마스크를 고쳐 써서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도 말이다. 아기가 본 삼촌 이모의 얼굴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근데 그 모습이라도 아기는 좋았나 보다. 궁금해서 더 집중했나 보다.
 
공기방울 놀이 아기가 나가자고 칭얼댈 때마다 자주 하는 공기방울 놀이
공기방울 놀이아기가 나가자고 칭얼댈 때마다 자주 하는 공기방울 놀이 ⓒ 최원석
 
아빠와 엄마가 아닌 사람들과 두세 시간을 같이 있는 경험이 아기에게는 없었다. 이 순간을 아기는 즐겼던 거였다. 그랬다. 필자는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얼마 전, 증조모의 장례식장에 다녀와서도 비슷한 행동을 보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기를 안아보는 것은 가까운 친척이라도 이제 '부모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금기에 가까운 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장례식장의 특성상 아기를 부부가 항상 볼 수 없으니 잠시 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아기의 종고모들이 번갈아서 아기를 안았다. 걱정을 했던 부부의 생각과는 달리 아기는 천연덕스럽게도 가만히 안겨서 고모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머리칼을 쥐는 등의 장난도 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 보는 여러 사람 품에서 잘 놀던 그때가 기억이 났다. 그리고 돌아온 집, 옹알거리는 수준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행동은 어떠한 불만을 표출하는 행동임에 틀림없었다.

평소에는 이웃들과 '너무 조용해서 아기가 집에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대화를 나눌 정도였다. 이 평화가 깨진 건 아기가 소리를 본격적으로 지르기 시작한 딱 이 시기부터였다. 아기는 무언가가 그리 맘에 들지 않는지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엄마들끼리 주고받는 단어인 '원더믹스'(아기의 정서적 적응의 혼돈기)일까 생각하고 넘겨보기도 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는 이가 나는 시기니 '이 앓이'인가 싶어 지나가기도 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한가 고민해서 새 장난감을 수혈해 본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부부에게 돌아온 건 개월 수만큼 짜증이 늘어가는 아기였다.

그러다가 아기가 표현을 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서 던지기를 하더니 이내 장난감을 때리고 분풀이를 하는 행동을 자주 하기 시작했다.

아기에게 매우 중요한 분유를 먹을 때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집중하지 않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마저도 휙 던지기를 반복하고 자꾸 엄마에게 업히려고 해서 아기 엄마가 수시로 아기를 업는 시간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다 집을 방문하는 외부인들에게 아기가 반응하는 것을 보고 부부가 비로소 각성을 한 것이었다.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아기 엄마가 혼자 아기를 육아할 때가 많은 것은 더 큰 걱정이었다. 아기가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지는 못해도 외출이라도 하자고 졸라대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늘어가는 아기의 짜증을 엄마가 혼자 견뎌야 한다니 앞이 깜깜했다.

이 시기에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기적으로 아이와 병원에 다니는 동료에게 우리 아기의 자세한 사정을 얘기하고 주치의에게 의견을 부탁했다. 동료는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며 답을 전달해 주셨다.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이런 유의 문의나 진료 요청이 많다. 비단 이 아기와의 문제가 아니다. 아기들이 사회성을 기르는 데 있어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아기들이 이른바 '재난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짜증이 더 많아진 것일 수 있다.'

'8개월인 이 가정의 아기가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고집이 생기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부분은 걱정할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더 심해지고 지속된다면 상담의 필요성이 있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제한되고 집에서 양육자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 이런 때일수록, 주 양육자의 신뢰 형성이 절대적으로 우선 되어야 한다. 아기들의 행동에 반응해 주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기가 행동을 과격하게 하거나 짜증을 너무 내는 순간에 절대 부모는 당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혹 불안하더라도 그 마음을 절대 아기가 알아차리게 하면 안 된다.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아빠의 육아 참여가 중요하고 엄마는 아기와의 애착형성(안정 애착)에 더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의사가 직접 아이의 상태를 보고 진료한 건 아니라 짜증의 이유를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서글픔이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아의 짜증이 혹시 '내가 밖에서 자유롭게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라는 메시지였을까 생각하니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과 밖을 좋아하는 아기,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서 코로나 시대 한 단상을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아기와 엄마 자기 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기와 엄마
아기와 엄마자기 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기와 엄마 ⓒ 최원석
 
아기는 자라고 시간은 흐른다. 언젠가 아기에게 마음껏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알지만 현실은 많이 서글프다. 그럼에도 아기와 더불어 지금 이 시간에도 위 사진의 알록달록하고 반짝반짝한 비누방울을 닮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며 아기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고 계실 모든 이 시대의 부모님들께 감사와 응원, 존경의 인사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아기#코로나#아기 산책#아기 외출#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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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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