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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4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진행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4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진행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염수정 추기경님, 지면을 통해 인사드리게 됩니다. 저는 최근 자녀가 아빠 성을 우선적으로 따르게 한 '부성우선주의' 원칙이 부당하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한, 청년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의 공동대표 이설아라고 합니다.

염수정 추기경님이 지난 21일 말씀하신 "젠더 이데올로기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다르게 창조하고 서로 협력하며 조화를 이루게 한 창조주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발언에 따르면, 저는 '젠더 이데올로기'에 심취해 창조주의 섭리를 거스르고 있는 사람이 되겠네요.

그런데 알고 계신가요? 지난 2월 24일에 퀴어 운동가인 트랜스젠더 김기홍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3월 3일에는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전역 처분을 당한 변희수 하사가 유명을 달리 했습니다. 그 밖에도 제가 아는 수많은 성소수자가 우리 사회의 배척에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저는 제 친구들이 '젠더 이데올로기'가 없는 세상에서 언제 또 사라질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창조주의 섭리는, 이러한 제 친구들이 사라지는 것을 부추기는 것입니까?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 pixabay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염수정 추기경님과 같은 분의 말씀이, 누군가에게는 비수가 되어 꽂히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추기경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나라는 '정교분리' 국가라는 점입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추기경님께 역시 말씀드렸듯, 우리 헌법 제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결혼제도는 세속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가이사르의 것은 가이사르에게"라고 말씀하셨죠. 여성 신도에게만 미사보를 강요하며 여성은 사제조차 될 수 없는, 가톨릭의 차별적인 교리에 대한민국이 어떠한 반응을 하고 있지 않듯, 가톨릭이 대한민국의 법률에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노력은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추기경님의 발언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젠더 이데올로기'에 심취한 저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여성이, 또 동성애자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나라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감히 추기경님께 말씀드립니다.

모든 시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 수 있게 한 하나님과 헌법의 가치를 따르시겠습니까, 아니면 세속에 관여코자 멋대로 하나님의 뜻을 정의 내린 '당신'만의 법을 따르시겠습니까?

#정교분리#세속주의#염수정#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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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세계시민선언'의 공동대표입니다. 보통시민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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