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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노트'는 <오마이뉴스> 청년기획단 시민기자들이 쓴 기사를 소개하고, 편집기자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글을 쓸 때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주린이'라는 말, 요즘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면서 이른바 '동학 개미'라고 통칭되는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몰려들었습니다.

최근엔 코스피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이달 들어서 새롭게 개설된 주식 계좌수만 따져도 90만여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15만 개의 계좌가 생겨나는 셈이니, 아무리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여전히 '주식 열풍'의 불씨는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9일 기준, 금융투자협회). 

'주린이'는 바로 이렇게 새롭게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초보'들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쉽게 유추할 수 있듯, 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이지요. 사실, 처음 이 단어를 마주했을 땐 그저 '신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식 초보라고 하면 어쩐지 딱딱한 인상인데 좀 귀여운 느낌도 들고요. 

이런 신조어를 마주할 때면, 다음에 관련 기사를 편집할 때 꼭 써먹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독자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해 기사를 '클릭'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고, 왠지 센스 있어(?) 보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몇 번 주식 관련 사는이야기를 편집하면서 이 단어를 제목에 쓰거나, 본문에 녹여내기도 했습니다.

'아차' 싶었던 건 한 트윗을 보고 난 뒤입니다. 증권앱 '토스'의 한 에디터는 지난 2월 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토스 및 토스증권에서는 '주린이'라는 단어를 더 이상 쓰지 않고 있다"며 "이 트윗을 접하는 기자분들께, 가급적 '투자 입문자'나 '초보 투자자'라는 말로 대신 사용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당부의 글을 올렸습니다. 

'주린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미숙하다'는 인식을 담고 있기에, 차별과 편견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고, 그 다음 날 나간 기사 중에 '주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부랴부랴 '주식 초보'로 수정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쓰는 단어나 신조어를 두 번, 세 번 꼼꼼히 뜯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입니다.

서포자, 서울을 '포기'한다는 그 말 
 
 '서포자'는 서울 중심적인 한국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서포자'는 서울 중심적인 한국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 elements.envato
 
그런가 하면 최근엔 '서포자'(서울 포기자)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서울 집값에 치여, 혹은 더 좋은 주거 여건을 찾아 서울을 탈출해 집을 구한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이 표현도 곱씹을수록 좀 묘했습니다. '서포자'라는 단어 속에는, 왠지 서울에 사는 건 당연하고 그 외의 지역에서 사는 건 예외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는 것만 같았거든요.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수많은 사람들은 왜 '지포자(지역포기자)' 혹은 '인포자(인천포기자)'나 '부포자(부산포기자)' 등으로 불리지 않는 걸까요? 애초에 지역을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걸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서포자'는 서울 중심적인 한국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30 청년기획단 시민기자들에게 두 번째 글감으로 '서울 중심 사회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를 제안한 이유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고향 땅에 남아, 이른바 '김포의 딸'로 불리고 있다는 정누리 시민기자는 "딱히 '서울살이'를 원치 않으면서도 출퇴근 시간 등의 이유로 이 지역을 떠나야만 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얼마 전부터 나의 자취방에 대한 특이한 소문이 퍼졌다. 우리 집이 '뷰 맛집'이라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우리 집에 놀러 와 창문 너머의 탁 트여 있는 경치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곳의 월세를 궁금해했다. 넌지시 말해줬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싸도 너무 싸서.
- 관련 기사 '서울러'가 '김포러' 부러워하는 이유, 참 씁쓸합니다에서 

그런가 하면 이은지 시민기자는 1평 남짓한 노량진 고시원 방에서 시작한, 자신의 서울살이 7년차 경험을 되짚었습니다.
 
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이 아니었다. 지방의 작은 소도시, 그곳이 나의 고향이었다. 큰 가방을 등에 메고 양 손 가득 짐을 든 채 노량진 다리를 건널 때 처음으로 억울했다. 왜 난 서울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 관련기사 노량진 고시원에서 시작한 서울살이 7년차입니다 에서

정누리 시민기자와 이은지 시민기자의 이야기는 언론에서 흔히 그리는 '청년'의 모습과 좀 다릅니다. 

정 기자가 담아낸 친구들의 사례는 가능하다면 지역에 정착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서울에 '살 수밖에 없는' 경우에 가깝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일자리가 없어서, 교통이 불편해서, 문화 인프라가 부족해서 등. 그는 '서포자'라는 현상에 앞서, 왜 청년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서울로 올라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지 그 이유를 짚어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 기자는 기사를 통해 '집', '터전'에 대한 고민을 풀어냈습니다. 이 고민은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것(living)으로서의 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글에서 "나의 집은 도대체 어디일까. 서울의 7평 남짓한 원룸일까, 부모님이 계신 고향집일까"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결국 이렇게 결론 내립니다. 
 
1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불투명한 미래 앞에 불안에 떨고 있던 그곳이 나의 집이었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출근하고 힘 빠져 오르는 언덕길이 나의 집이고, 겨우 7평짜리 원룸이지만 구석구석 나의 취향을 채워놓은 이곳이 나의 집이다. 결국엔 내가 있는 곳이, 나 자신이 나의 집이었다. 이렇게 답을 내리고 보니 어느 곳에서도 나는 이방인이 아니었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2030 청년이라고 해서, 모두 부를 얻기 위해 서울살이에 목을 매거나,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듯 두 사람의 글은 기성 언론이 그리지 않는 또 다른 청년들의 현실, 고민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서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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