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 시인은 고 백기완 선생을 추모하며 쓴 시를 통해 "노나서 거두자던 선생님의 길 잊지 않습니다 / 지금 여기서 노나서 일하며 / 노나메기로 통일의 길을 열겠습니다"라고 했다.
김유철 시인은 인문공간 '삶예술연구소' 대표로 있고, 경남도문화상, 경남민족예술인상 등을 받았으며,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등이 있다.
다음은 김유철 시인이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추모시 전문이다.
'노나메기' 백기완 선생님 영전에
김유철 시인
길이 막힌 듯합니다
텅 빈 들에 울리던 한줄기 목소리
검은 절벽을 비추던 횃불의 모습
온화한 폭풍사람이 사라진 이곳
선생님, 길이 막힌 듯합니다
황해도 구월산 고향집을 들렸다 가시나요
반쪽짜리 해방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끝내 조국통일을 보지 못한 채
이렇게 가시나요
농민들에게는 들사람으로
노동자들에게는 망치손잡이로
빈민들에게는 바람막이로
쫓겨나고, 매 맞고, 부서진 자들에게는 어버이로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된 선생님
이렇게 가시나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섰지만
목마른 민중의 유일한 대표였으며
북녘에서 태어나 남녘에서 살았지만
남북과 북남을 한 몸으로 품은 통일의 꿈
착하고 어질고 깨끗하고
올바르게 잘 사는 세상을 향해
그 꿈마저
그 아픔마저
그 먹이마저
노나메기 하자던 우리 선생님
노나서 -함께- 씨를 뿌리고
노나서 거두자던 선생님의 길 잊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서 노나서 일하며
노나메기로 통일의 길을 열겠습니다
막힌 듯한 길을 거침없이
성큼성큼 앞서가던 선생님
부디 평안히 가십시오
* '노나메기'는 '함께 땀 흘리며 일하고 함께 잘 살자'는 뜻의 순우리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