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
다행스럽게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 모인 한국의 기본소득론자들은 대체로 기본소득을 공유부(common wealth)에 대한 배당으로 보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들은 토지, 환경, 빅데이터 등 모든 국민이 똑같이 권리를 갖는 자원에서 생기는 소득을 공적으로 환수해 똑같이 배당하자고 주장하는데, 여기에 반대할 명분을 찾기는 어렵다. 이재명 지사는 왜 재원 정당성 문제를 불식할 수 있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공식 입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논의를 전개하지 않았을까?
둘째, 이재명 지사는 소요 재원 확보 방안으로 증세를 제안하지만, 이를 장기 과제로 삼아서 최소한 10년 동안은 시도하지 않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증세 논의와 철저하게 선을 긋는 이낙연 대표보다는 낫지만, 그것을 먼 미래의 과제로 미룬 것은 큰 실책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할 수 있는 세월 아닌가?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사람이 자기 임기 중에 하지도 못할 일을 과제로 제시한 점도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 어느 틈엔가 한국의 정치인들이 증세를 금기시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복지국가 실현과 증세를 과감하게 주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약 10년 사이에 더불어민주당의 경제정책에 큰 퇴행이 있었던 셈이다.
이 지사는 증세 대상으로 탄소세와 토지세, 그리고 로봇세, 빅데이터세를 제시했는데, 탄소세와 토지세는 각각 기후 악화를 방지하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유력한 수단이고, 로봇세와 빅데이터세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 분배체계 구상에서 중요한 대안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의 미래와 관련해 기본소득 자체보다는 이 세금들을 도입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는 이런 중대한 정책 수단들을 단지 기본소득 재원 확보용으로만 취급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대안, 변동형 기본소득제
'정당한 재원 발굴 ⟶ 예상 수입 계산 ⟶ 1/n씩 분배'의 순서를 따라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해마다 지급액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 어떤가? 이 방안은 이미 미국 알래스카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거기서는 1인당 기본소득 지급액이 고정되지 않고 영구기금의 수익률에 따라 해마다 변한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필자는 이를 '변동형 기본소득제'라 부르고 싶다.
기본소득 지급액을 미리 결정하지 않고, 일단 정당한 재원을 적절한 방법으로 확보한 후에 해마다 그 재원으로부터 나오는 수입을 모든 국민에게 1/n씩 나눠 지급하는 변동형 기본소득제는 가까운 시일 내에 바로 시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초기에 1인당 기본소득 금액이 적어질 수 있다는 문제는 생기겠지만, 기본소득으로 일거에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면 된다.
임종석 전 실장 같은 사람이 기본소득에 대해 공정과 정의의 문제를 제기하고, 적지 않은 국민이 퍼주기 아닌가 하고 느끼는 것을 방지할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방법은 우리 사회의 근본 질곡을 해소하고 미래의 진로를 바로잡는 수단과 연계될 수 있다. 그러니 변동형 기본소득제는 개혁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묘책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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