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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장검사의 폭행·폭언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김홍영 검사의 어머니 이기남씨와 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 양재규 회장이 2016년 7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성명서를 대검찰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부장검사의 폭행·폭언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김홍영 검사의 어머니 이기남씨와 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 양재규 회장이 2016년 7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성명서를 대검찰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 피고는 본건의 증인 채택 여부 및 방식에 대한 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습니다.
- 증인들은 본건에 대한 상세한 증인 진술서를 제출할 의사를 표시하였습니다. 
- 민사소송법 제310조 및 민사소송규칙 제84조에 따른 서면 증언 방식 채택여부를 판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고 김홍영 검사 유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그 당시 부장검사의 가혹행위를 막지 못한 관리자들(검사장과 차장검사)에 대한 증인채택여부가 결정되는 변론기일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피고 대한민국 소송대리인(정부법무공단)이 제출한 의견서에 담긴 내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제20민사부)는 16일 제3회 변론기일에서 유족들의 증인신청은 채택하되, 신문방식은 피고 요청을 받아들여 법정에 출석한 증인에게 직접 신문하는 보편적인 방식이 아니라 '서면증언방식'이라는 예외적 방식을 채택했다.

'서면증언 방식'은 2002년 민사소송법에 도입된 제도

증언에 갈음하는 서면의 제출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310조는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 때 도입되었다. 증인조사방식이 사건 유형과 증명할 사항 등에 따라 다양화된 것으로 이해되는데, 1960년 민사소송법 제정이래 40년 만에 이루어지는 전면개정이라 이 규정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정부가 발의한 민사소송법 개정의안 골자에도 이 제도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고, 국회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보고서와 심사보고서에도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이렇게 슬그머니 자리를 차지한 민사소송법 제310조는 원래 소액사건심판법 규정에 있었던 내용이었다. 1973년 제정된 소액사건심판법 제10조 제3항은 판사는 상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증인신문에 갈음하여 서면을 제출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 이전에는 증인의 출석, 증언에 갈음하여 신문사항에 대한 답변을 기재한 공정증서 정본을 제출하게 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었지만, 상대방의 동의를 전제로 한 제도였다. 
 
민사소송법 제310조 '증언에 갈음하는 서면의 제출'
① 법원은 증인과 증명할 사항의 내용 등을 고려하여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출석 증언에 갈음하여 증언할 사항을 적은 서면을 제출하게 할 수 있다
② 법원은 상대방의 이의가 있거나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제1항의 증인으로 하여금 출석 증언하게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증인의 공정증서에 의한 진술제도'와는 달리 당사자의 이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기에 사건처리 절차의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법원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증인에 대한 당사자의 신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독일과 일본의 제도와 차이점은?

서면증언제도는 독일과 일본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서면진술제도는 당사자가 동의한 때가 아니면 선서에 대신하는 보증과 함께하도록 되어 있고 보증은 법정에서의 선서와 같은 효과를 갖는 것으로 허위로 진술할 경우 출석증인과 동일하게 위증죄의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서면증언제도의 경우 선서의무가 완전히 배제되어 그 진술내용이 허위라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 

일본 민사소송법은 당사자의 이의가 없을 때만 서면증언제도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서면증언제도의 경우 당사자의 이의가 있어도 '증언하게 한다'가 아니라 '증언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에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서면증언 이후 그 출석여부가 결정된다.

유족 제기 국가배상소송에서 '서면증언제도' 활용 타당한가?

민사소송법상 법원은 당사자의 이의 여부와 상관없이 서면증언제도를 활용할 수 있기에 그 결정에 있어 당사자의 신문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유족 측 반대에도 재판부는 서면증언방식을 채택했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할 의무, 허위로 진술할 경우 허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선서의무, 일반 시민들에게 부여된 당연한 의무인데, 왜 검사들은 예외일까?

이 사건 검사장, 차장검사의 증인출석의무, 증인선서의무 면제는 타당한가?"


유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증인들을 통해 밝혀내야 하는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3개월 반이라는 기간 동안 이루어진 부장검사의 가혹행위를 제대로 감찰하지 못한 지휘부의 '감찰 실패'와 사망 이후 제대로 된 진실규명을 하지 않은 '감찰 방해'다.

증인들을 법정에 불러내어 다양한 각도로 여러 질문이 쏟아내도 '감찰 실패'와 '감찰 방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 내용일 것이다. 그렇기에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해야 하는 보편적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재판부는 서면증언을 확인한 후 유족들이 이의를 계속 제기하면 출석하여 증언하게 할지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해야 하는 보편적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서면에 의한 증언방식이라는 예외를 적용한 재판부의 이번 결정이 혹여나 출석이 부담스러운 증인들이 출석을 회피할 수 있는 꼼수를 알려주는 나쁜 선례를 남기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고 김홍영 검사의 유족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 대리인단의 일원으로 국가배상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고 김홍영 검사#서면증언제도#국가배상소송#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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