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이적설로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리오넬 메시가 결국 FC 바르셀로나 잔류를 공식 선언했다. 메시는 5일(이하 한국시간)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 시즌에도 바르셀로나에 남을 것"이라 선언하며 자신의 거취문제에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메시는 "재판으로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내가 사랑하는 클럽이기에 바르셀로나와 법정에서 맞서고 싶지 않았다"며 "바르셀로나는 내 인생의 클럽이며 우리는 서로에게 모든 것을 바쳤다. 바르셀로나를 향한 나의 사랑은 앞으로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시를 가로막은 '바이아웃' 조항

메시는 지난 8월 25일 바르셀로나 구단에 팩스로 이적 요청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스페인을 비롯하여 전세계 언론들이 이 사건을 일제히 충격적인 속보로 다루었을만큼 파장은 컸다. 메시는 몇 년전부터 조셉 마리아 바르토메우 회장을 필두로 한 구단 운영진과 팀의 방향성을 놓고 수년간 갈등을 빚어왔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2019-20시즌에는 단 한 개의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하며 무관에 그쳤고, 특히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에 2-8로 기록적인 참패를 당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가 최근 로널드 쿠만 신임 감독을 선임하며 메시와 친분이 두터운 동료 루이스 수아레스를 박대하는 등 무리한 선수단 개편 추진도 메시의 불만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와 친분이 두터운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세르히오 아게로 등이 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가 메시의 유력한 새 행선지로 거론되기도 했다.

메시의 이적 의지를 가로막은 것은 바이아웃 조항이었다. 메시가 바르셀로나와 계약을 해지하고 타 구단으로 이적하려면 무려 7억 유로(약 9863억 원)에 이르는 바이아웃 조항이 발동하게 된다. 이에 메시 측은 2019-20시즌이 끝난 후 선수가 요청만 하면 자유계약으로 팀을 떠날 수 있다는 조항을 내세웠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6월10일' 이전까지로 약속된 조항 발동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바이아웃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6월 10일은 예년같으면 시즌 일정이 정상적으로 종료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했하지만, 2019-20시즌은 코로나 사태로 잠시 중단되었다가 재개되며 8월에 시즌을 종료하게 됨에 따라 조항 해석에 문제가 발생한다.

스페인 라리가 사무국은 지난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메시의 바이아웃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며, 이를 무시한 이적 신청은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며 결국 바르셀로나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바이아웃이 발생할 경우 사실상 메시의 이적은 불가능해진다.

현실적으로 이제 메시가 꺼내들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법정 공방밖에 없었다. 하지만 메시는 고심 끝에 최후의 수단을 포기하고 바르셀로나 잔류로 입장을 선회했다. 설사 재판으로 간다고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던 구단과 법정까지 가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도 메시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골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가족들의 반응이 바르셀로나를 떠나는데 부정적이었던 것도 메시의 심경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축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메시의 이적설은 이로서 한동안 잠잠해지게 됐지만 완전한 종료라기보다는 일시적인 봉합에 가깝다. 메시와 바르셀로나 구단이 화해한 것이 아니고 계약조항 때문에 어쩔수 없이 이적이 불발된만큼 감정의 골은 오히려 더 깊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메시가 팀에 잔류한다고 해도 얼마나 동기부여가 될지는 미지수다.

신임 감독에 대한 우려

어차피 메시와의 바르셀로나의 현재 계약기간은 2020-21시즌을 끝으로 완전 종료된다. 메시는 1년뒤에 완전한 자유계약 신분이 되어 다시 이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바르셀로나 구단 입장에서는 메시의 마음을 돌릴만한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불과 1년뒤에는 이적료 한푼 챙기지 못하고 간판스타의 이적을 지켜만봐야하는 난처한 상황이 될수도 있다.

로날드 쿠만 신임 감독 체제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쿠만 감독은 바르셀로나 사령탑 취임과 함께 대대적인 리빌딩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년간 팀의 주포로 활약했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전화로 방출 통보를 하는 등 자신의 계획에 없거나 팀에 공헌한 선수들을 존중하지 않는 행보로 벌써부터 물의를 빚고 있다.

수아레스는 현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행이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반 라키티치는 세비야로 이적했다. 이밖에 아르투로 비달, 사무엘 움티티 등도 이적이 유력하다. 모두 메시와 함께 수년간 바르셀로나에 기여한 주축들이지만 쿠만 감독의 전력 구상에서는 배제된 것으로 알려진 선수들이다.

쿠만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현역 시절을 보냈고, 지도자로서도 여러 클럽과 대표팀을 거치며 명성을 쌓았지만, 지나치게 독선적인 면모 때문에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논란의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지도자로서 최대의 오점으로 거론되는 스페인 발렌시아와 잉글랜드 에버턴 시절에는, 무리한 리빌딩 추진을 빌미로 멀쩡한 선수단을 공중분해시키고 팀성적도 추락하는 최악의 결과를 남긴채 경질당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의 현재 상황도 쿠만 감독이 처음 팀을 맡았던 발렌시아나 에버턴 시절의 풍경과 흡사하다. 노쇠한 바르셀로나에 팀 개편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맞지만, 완전히 팀을 새로 창단하는 것이 아닌 이상 변화에도 순서와 단계가 있다. 주축급 선수들을 마땅한 대안도 없이 대거 떠나보내고 충분한 이적료를 챙긴 것도 아니며, 심지어 팀의 상징인 메시와도 시작도 하기전에 등을 돌리게된 상태에서 쿠만 감독의 선수단 장악이 과연 순조롭게 이뤄질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과 유럽축구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문이었지만, 특히 메시의 입단 이후로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팀으로 부상하며 최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은 끝에 이제는 간판스타인 메시마저도 공개적으로 팀을 떠나고 싶어할만큼 최악의 내부 상황임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말았다. 일단 억지로 동행이 1년 연장되기는 했지만 메시와 바르셀로나의 관계가 앞으로도 순탄해보이지는 않는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FC바르셀로나 리오넬메시 로날드쿠만 바이아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