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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아래 예타)를 면제받은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와 세종~청주 고속도로 신설사업의 주민 설명회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람 기한이 연기되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방역당국의 방침이 강화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주민들이 모이는 설명회를 개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타를 면제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는 추진속도가 관건인데 설명회와 공람 기한이 연기되면서 사업시행인가가 늦어지게 되어 노렸던 효과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다.

총사업비 8천억 원 규모의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사업은 지난 3일 부산 강서구와 경남 김해에서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송정동~김해 불암동 간 14km를 잇는 구체적인 노선과 나들목(IC) 등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부산신항과 중앙선, 남해선 등 주변 고속도로를 10분 만에 연결해서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이지만 당분간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세종~청주 고속도로 사업도 8월 31일 세종과 청주에서 설명회를 개최하여 세종 장군면~청주 남이면 20km를 이어 세종의 접근성을 높이고, 대산~당진~영덕을 연결하는 동서4축을 완성하는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사업 시행 인가를 위해서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설명회 재추진이나 비대면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지속은 대면접촉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삶의 형태와 프로세스를 방해하거나 왜곡하면서 미시적인 개인의 일상에 불편함을 초래하고 사회적 흐름을 단절시키면서 거시적인 국가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그로 인해 일상의 불편함과 경제적 손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이나 공공건설 시장의 기술형 입찰 설계 등이 중단되거나 연기되면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증대되고, 스타벅스에서 포장구매만 해야 하면서도 그것을 위해 자신의 방문을 증명하는 QR코드 스캔을 해야 하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 자연스러운 일상의 풍경처럼 강제 채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OECD는 2019년 말,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9%로 전망하였으나 지난 3월에는 2.4%로 하향 조정하면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1.5%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IMF 또한 지난 4월에 -3.05%로 하락할 것을 전망하면서 신흥 경제국은 -1%, 선진 경제국은 -6.1%까지 떨어져 하락 폭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이러한 전망에는 골드만삭스의 분석에서 보이는 것처럼 국가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및 여행금지 등이 세계 GDP의 92%에 영향이 미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치는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는 것이 2021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지금 당장은 누구도 그러한 예측에 선뜻 동조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각국 정부는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 긴급 예산 투입과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프라 배정 예산의 25%를 코로나19 대응 예산으로 전환하였고, 60억 불 규모의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지난 4월에 재개하였으며, 말레이시아는 지난 3월에 578억 불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였다. 싱가포르는 1분기 건설부문이 전년대비 -4.3% 위축할 것으로 예상하여 484억 불의 경정예산을 확보하였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지난 3월에 각각 경제/보건 분야에 320억 불 이상의 자금지원과 민간분야 206억 불 지원 등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였다. 우리 정부 또한 지난 6월에 35조 3천억 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5년간 76조 원을 쏟아붓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등 경제위기에 맞서기 위한 방파제가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와 대응에서 보이는 특징 중의 하나는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추구하는 2016년부터 화두가 된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이 가속화되는 점이다. 자사 개발자 회의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한 것처럼 "2년 걸릴 디지털 변혁이 최근 2개월 만에 일어나는 것을" 우리 모두가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와 일상의 비대면화가 강조되면서 온라인 쇼핑과 배달 서비스로 오프라인 소비를 대체하고 스마트워크와 재택근무 사이버 교육 등 사회 경제 전 분야에서 그동안 인간의 추진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했던 것을 단번에 관철시켰다. 특히 전체 대학이 한 학기 전체를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한 것은 혁명적인 사건이다. 그동안 교육의 온라인화와 디지털화로 인한 교육의 패러다임 변환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와 진행이 되어 왔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이러한 경험은 학교의 정체성과 위상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까지 느끼게 하고 있다. 비대면 원격의료 체제나 전 국민고용보험 등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수면 위로 부상하지 못할 정책들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인류가 겪고 있는 큰 시련 속에 문명이 진화하는 역설을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1일에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판 뉴딜을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국비 114조 1천억 원 수준의 재원을 순차적으로 투입하여 신시장 창출과 민간 수요를 견인하는 마중물 역할 수행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판 뉴딜의 디지털 뉴딜 사업에는 2025년까지 58조 2천억 원(국비 44조 8천억 원)이 투자되는데 D.N.A.(Data, Network, AI) 생태계 조성에 국비 31조 9천억 원, 비대면 산업 육성에 국비 21조, SOC 디지털화에 국비 10조를 투자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속도가 국가의 산업과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정부의 의지대로 일자리 90만 3천 개가 창출이 될 수 있을지 조급증에 급조된 재정에 중독된 고용처방이라는 일부의 평가처럼 다음 정부에서 동력을 상실할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위기가 강타한 한국 사회와 세계 곳곳에서 역설에 대한 기대 또한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뤄온 산적한 과제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여 사회 경제 전반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는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큰 고통을 수반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의 주요국의 디지털 투자 확대가 역설의 혁명이 코로나19의 위기극복과 희망찬 미래의 변곡점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디지털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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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대학교 교육학 석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경영학박사 한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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