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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가 이른바 '삼성 불법승계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가 이른바 '삼성 불법승계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최소 비용 승계를 위한 회계 부정 의혹을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일 검찰에 기소됐다. 시작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과정에 총수 일가를 위한 '불법'이 있다고 의심한 시민단체 참여연대 등의 2016년 첫 고발이었다.

"귀하께서 고소한 사건 처분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2017년 입사부터 현재까지 쭉 동료들과 함께 이 사건에 매달려온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지난 2일 오전 11시께 검찰청으로부터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구공판. 이 부회장의 기소를 알리는 통지였다.

이 간사는 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연히 됐어야 하는 일이라 좋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또 험난한 길이 열리겠구나 싶다"고 말했다.  
 이지우 간사를 포함한 삼성 총수 일가 회계 부정 의혹 관련 수사 관련 고발인들이 2일 검찰로부터 전달 받은 통보 문자.
이지우 간사를 포함한 삼성 총수 일가 회계 부정 의혹 관련 수사 관련 고발인들이 2일 검찰로부터 전달 받은 통보 문자. ⓒ 이지우 참여연대 간사 제공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구속영장이 2번 기각됐을 때나, 이 부회장 변호인단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으로 기소유예 예상보도가 나왔을 때 등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도 떠올렸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덩달아 미뤄진 이재용 수사 상황에서도 "목이 탔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앞으로 관련 사건의 공소장 열람을 요청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이 간사는 검찰 발표 중 이 부회장을 비롯한 미래전략실 소속 피의자들이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자사주를 매입해 삼성물산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했다는 정황에 주목했다. "PB들을 동원해 자기들끼리 사고팔았다면, 다른 혐의보다도 더 직접적인 잘못"이라는 의심이었다.

이 간사는 중견 기업들의 '이재용 사건 닮은꼴' 합병 작업을 목록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 배임, 횡령한 사람들이 이사로 있거나, 조그마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다. 마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처럼 승계하는 작업을 똑같이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재판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에 단죄가 안 되면 다른 기업들에게 나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재용이 미워서가 아니라, 한국 경제가 깨끗해지려면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당부였다.

아래는 이 간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대국민 사과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대국민 사과하는 이재용 부회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공소장 열람 신청부터, 아직 갈 길이 멀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됐다. 시작은 참여연대의 고발이었다. 실무자로 참여해왔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검찰의 '불구속 구공판' 통지 문자를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정신없이 돌아갔다. 2017년 3월 입사했는데, 센터는 이미 2017년 2월에 금융감독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특별 감리를 요청하고 있었다. 김경률 회계사, 홍순탁 회계사, 이종성 회계사,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 등이 함께 열심히 했던 일이다. 국정농단 재판까지 맞물려 있어 센터 역량 60% 이상은 여기에 집중됐다고 보면 된다."

- 일단 한시름은 놓게 된 건가.

"당연히 됐어야 하는 거다. 좋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쪽(삼성)이 훨씬 자원이 많으니 수사심의위 결론을 따라야 한다거나, '몇 년째 끌고 있느냐'라거나 그런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너무 익숙해져서 이젠 무감각할 정도다. 이제 시작인 거다. 질질 끌다보면 아직도 결론 안 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처럼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앞으로 갈 길을 생각하면 또 험난한 길이 열리겠구나, 싶다."

- 참여연대는 4년 동안 총 5차례의 고발을 했다. 검찰은 에버랜드 공시지가 조작 관련 내용 외엔 대부분 혐의로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기소 방침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배임 혐의가 들어간 게 신기했다. 제일 처음 참여연대에서 고발한 내용이기도 하다. 어쨌든 고발인이니까, 공소장 열람도 신청할 계획이다. 또 (제일모직 2대 주주인) KCC에 '경제 이익을 약속했다'는 부분은 우리도 몰랐던 건데, 결국 KCC가 (삼성물산과의 합병과정에서) 백기사 역할을 해준 거다. 그게 사실이라면 진짜 '빼박(빼도 박도 못한)'이다.

또 삼성증권을 통해서 제일모직 자사주를 매입해 삼성물산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했다면 정말 1차원적인 시세조작인 거다. 제가 삼성증권 출신이다. PB들을 동원해 자기들끼리 사고팔았다면, 이건 다른 혐의보다도 더 직접적인 잘못이라고 본다. (합병 과정 중) 증권사 리포트에 개입하거나 언론 기고문을 대신 작성해줬다는 것도 사실이라면, 정말 온갖 수를 다 썼다고 봐야 한다."

- 검찰 수사 내용을 어떻게 확인할 생각인가.

"공소장을 비공개한 법무부의 행동도 이해가 안 된다. 올 초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 건이 기소돼도,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인터넷에 치면 공소장이나 판결문이 나온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데도) 비밀주의가 너무 강하다. 어떻게든 받아내는 게 일단 목표다."

-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업무상 배임죄를 추가한 데 대해 '피의자 방어권을 침해'한 결론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찔리는 점이 있다는 것 아니겠나. 영장을 신청할 땐 없던 혐의가 들어갔다는 건가? 그 주장이 잘 이해가 안 된다."

- 지난 달 초만 해도 기소유예 예상 보도가 있었는데. 수사심의위의 기소 중지, 수사 중단 권고 등 기소까지 오는데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장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있다면?

"두 가지다. 하나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대표, 이 분은 2012년 삼바를 설립할 때부터 이사였는데, 구속 영장을 2번 털어낸 분이다. 그런데도 아직 이사다. 올해도 선임됐다. 이 분이 구속 수사가 돼야 이 부회장으로 (수사가) 바로 갈 수 있다고 봤기에, 안 될 때마다 두근두근했다.

하... 또 갑자기 수사심의위가 무소불위의 무엇처럼 나왔을 때. 불기소 권고만 나오면 다 용서해야 하는 것처럼 비춰질 때. 이 사건은 시민단체가 의혹을 제기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금융위의 고발로 시작된 사안이다. 논쟁이 있을 수 없는 내용인데..."

- 수사 결론 발표가 늘어진 것도 불안 요소였을 것 같다.

"막판에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등의 갈등 때문에 매주 수사 보고가 미뤄지면서 '이번 주인가? 아닌가?' 하고 목이 탔던 것 같다. 기소되어 잘됐다! 보다도, 기소가 안 되면 거리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일상에서 일 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 누가 들으면 유죄 판결이라도 난 것처럼, 민망한 일이다. 너무 지난한 과정이었다."

"최소 비용 승계 똑같이 따라하는 기업들... 한국 경제 위해서라도 단죄 돼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재용 처벌 촉구 기자회견  지난 6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사무실에서 민변·참여연대 등 2개 단체 회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에서 가장 왼쪽에 앉은 이지우 참여연대 간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재용 처벌 촉구 기자회견 지난 6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사무실에서 민변·참여연대 등 2개 단체 회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에서 가장 왼쪽에 앉은 이지우 참여연대 간사. ⓒ 연합뉴스
 
 - 관련 기사들의 일부 반응을 보면, 이 부회장의 위기를 곧 삼성의 위기로 인식, 오너리스크가 아닌 '사법리스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삼성을 구멍가게로 생각하는 거다. 사장님 없다고 회사가 안 돌아간다? 이 부회장은 지금 회사 이사도 아니다. 그런 우려는 제왕적 총수를 걱정하는 거다. 기업은 총수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느 나라에 그런 총수가 있나. 한국처럼 승계에 집착하는 대기업 총수도 없다."
 
- 이번 재판을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요즘 리스트 작업을 하고 있는데, 10조 원 이상의 기업들은 오히려 좀 깨끗해졌다. 5조 원 이상의 공시대상, 상호출자 기업들이 옛날에 (주요 기업들이) 했던 걸 똑같이 따라한다. 배임 횡령 한 분들이 이사로 계시고, 조그마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가치를 띄운다. 마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처럼 작은 회사 주식이 비싸고 주요 회사 주식이 쌀 때 합병해 승계하는 작업을 똑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재판이 중요하다. 이번에 단죄가 안 되면 다른 작은 기업들에게 나쁜 시그널을 준다. 이재용이 미워서가 아니라, 한국경제가 깨끗해지려면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 일각에선 이번 기소 발표에서 이 부회장의 직접적인 혐의를 입증하는 '스모킹건'은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보도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녹취파일이 있다고 들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거나. 스모킹 건이 없다고 주장하는 쪽은, 있어도 없다고 할 거다. 수사기록이 20만 쪽이다. 그걸 아직 보지도 못했다."

- 이제 본격적으로 이 부회장의 회계 부정 혐의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들에게 주목해야할 키포인트를 알려준다면?

"이 부회장이 직접 지시를 했냐, 안했냐가 가장 중요하다. 알았나, 몰랐나. 그 여부를 가리는 증거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봤으면 좋겠다. 검찰 발표에서 언급한 'G프로젝트' 문건은 이 부회장이 알고 있었다는 걸 가리키는 것이다. 그 과정에 이 부회장의 지시 여부가 있었는지를 주목해 보시길 바란다."
 

#이재용#기소#불구속구공판#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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