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시장 후보인 사회당 앤 이달고가 녹색당 후보와 함께 지난 2일 파리 시내 선거 캠페인 중 취재진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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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에서 지지율 30%를 확보하고, 10%를 얻은 녹색당의 다비드 벨리야르(David Belliard)와 연합하며 승기를 굳힌 이달고 시장은 '에콜로지', '연대', '건강'을 향후 6년간의 파리 시정을 결정짓는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향후 시정 플랜을 지난 16일 발표했다.
"우리를 위협하는 위기에 맞서기 위해, 사회적 정의와 환경 보호는 모든 정책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을 이유로 에콜로지(생태)에 대한 야심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 우리의 도시가 회복될수록 우리의 건강 또한 잘 지켜질 수 있다. 따라서 에콜로지는 그 어느 때보다 미래를 위한 가치의 중심에 놓일 것이다."
향후 6년간의 시정 플랜 '파리를 위한 선언(Le manifeste pour Paris)'의 포문을 열면서 이달고 시장이 한 말이다.
그린 뉴딜이 마치 시대적 당위처럼 회자되고 있으나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는 지금, 파리시장이 이번에 내놓은 플랜 중 주목할 만한 내용을 소개한다.
① 파리 전역 운행속도 30km/h 제한
사회당 출신이지만, 지난 6년간 이달고 시장은 전무후무한 녹색 시장의 이미지로 각인돼 왔다. 그는 운전자들에겐 마녀 같은 존재였다. 자동차 도로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보행자도로와 자전거전용도로를 넓히느라 도로 곳곳이 늘 공사 중이었고, 교통체증은 일상이었다. 시민들은 투덜댔지만, 차기 시장 1위 후보의 자리에서 그는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었다.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그가 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파리시가 벌여온 자동차와의 전쟁은 가속화된다. 외곽순환도로와 일부 초대형 도로를 제외한 전체 파리 시내의 주행속도는 30km/h로 제한된다. 차량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복합적이다. 차량 속도가 줄어드니 안전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시민 6천여 명이 차량 사고로 부상을 당했다. 어차피 차를 타도 빨리 갈 수 없으니,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대기 오염 축소는 당연히 이어질 테고, 공기질 향상은 시민 건강을 증진시킬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뿐 아니라 도시 소음도 줄일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이동통제 기간에 파리 시내 도시 소음은 90%나 줄어들었다. 시민들은 비로소 새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고, 더 깊고 평안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이 도시에 공존하는 동물들도 평화를 누렸을 터이다. 파리시는 속도뿐 아니라 소음 측정기까지 갖춘 기기를 통해 도시에 과도한 소음공해를 방출하는 운전자에게 벌금을 물리기로 한다. 디젤차는 2024년까지 전면 퇴출당한다.
② 3대 건설 계획 백지화, 제3의 숲 조성
언제나 첨예한 정치적 지향점들이 맞부딪히며 가장 극적인 결과가 드러날 수 있는 분야가 도시계획이다. 좌파 정치인들은 더 많은 사회임대주택의 건설을,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은 더 상업화된 도시의 면모를 드높이기 위해 대형빌딩 건설을 희망한다.
21세기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 중인 녹색당은 이 모두를 거부한다. 그들의 선택은 "더 이상의 콘크리트는 사양"이다. 안 이달고는 녹색당의 이러한 제안을 수용했다.
파리 12구의 베르시-샤랑통 지역, 10헥타르(ha) 부지에 마천루 6개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파리시는 가지고 있었으나, 이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대신 파리에 있는 불로뉴, 뱅센 숲에 이어, 세 번째 숲 조성을 제안한다. 그 밖에 11구와 18구에 계획돼 있던 건설 프로젝트도 백지화하기로 했다. 거기서 무엇을 하든, 녹색 공간을 넉넉히 확보한다는 원칙만 확인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