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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현수님은 정신과 전문의입니다[편집자말]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교민 309명을 태운 전세기가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인 가운데, 교민들을 숙소로 인솔할 경찰들이 전신방역복을 입고 대기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교민 309명을 태운 전세기가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인 가운데, 교민들을 숙소로 인솔할 경찰들이 전신방역복을 입고 대기하고 있다. ⓒ 권우성
 
언제 끝난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고 말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다만 백신의 개발만이 종식의 시점을 밝혀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백신은 적어도 1년은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때쯤 백신이 개발된다는 전제하에 앞으로 7~8개월은 이렇게 더 살아야한다는 거지요. 그것도 1년 뒤 개발된다는 전제가 지켜진다는 조건 하에서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또 지금이 대폭발 전야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스페인 독감처럼 2차, 3차 감염의 쓰나미가 있을 것이라 말하면서 백신 개발 전까지의 나날은 연일 계속되는 바이러스 침공 속에 살아가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어떤 의사분은 "집단 면역이 생겨야 끝이 난다. 60%가 감염되어야 이 바이러스의 공격이 끝난다"라고 말한 분도 있습니다.

해법은 무엇?  

착잡한 기분입니다. 현실에서 영화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일상의 변화를 못느끼는 일부 계층도 있다고 하지만, 지금 상당수 국민들은 가정과 학교에서의 일상을 잃었고, 직장도 위태하며, 미래에 대한 걱정 속에 숨죽이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형편에서 자가격리를 어긴 사람들 뉴스가 나오면 우리는 모두 혀를 끌끌 차며 그 사람의 인간성, 됨됨이 등을 욕하며 잠깐의 시간이나마 화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 예고편처럼 과거는 지나갔고, 앞으로를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페스트의 작가 까뮈는 소설 속 르외 라는 의사를 통해 말합니다. 부조리한 시대적 상황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성실하게 자신의 직분을 꿋꿋이 완수하는 거라고. 고통스럽게 극적으로 우리를 힘들게 한 사태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순한 해법을 전합니다.

"우리의 성실성이 우리를 살릴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성실성을 발휘하다 보면 우리가 가진 추한 모습 보다 아름다운 모습들을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성실성을 해치는 방해물과 싸우면서 앞으로 묵묵히 나아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성실함에 기초한 연대가 우리를 지키고 있는 것인가 봅니다. 그러나 이 성실의 연대를 파괴하고 호시탐탐 노리는 바이러스 친화적인 심리 독소들이 지금 우리 주변에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독소들을 중화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피로해진 마음을 노리고 있는 심리독성 바이러스 7가지

마음의 피로를 틈타서 콧속으로, 입속으로, 심장 속으로 퍼지고 있는 또다른 여러 심리 바이러스들. 주변에 스물스물 퍼지고 있는 7가지 심리독성 바이러스를 시민들의 발화 속에서 발견하여 소개를 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쩨 독소는 "언제까지 참아야하냐"고 외치고 있는 인내심 파괴 바이러스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잘 참아왔고 앞으로도 우리는 성실하게 함께 견뎌낼 수 있고 그래야만 합니다.

두 번째 독소는 "도대체 이게 뭔일이냐"고 하면서 곧 폭발할 것처럼 하는 울분 바이러스입니다. 안타깝게도 모두에게 일어난 불행으로 우리는 수용하고 새로운 기회를 기다려야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세 번째 독소는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라고하는 자포자기 바이러스입니다. 한 사람의 포기로 인해 모두가 다시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것입니다.

네 번째 바이러스는 아직도 "이게 누구때문이냐"고 하면서 우리를 분열시키려고 덤비는 혐오 바이러스입니다. 지금 우리가 싸우고 있는 것은 바이러스이지, 사람이 아닙니다. 바이러스의 전파와 확산을 막고 사람을 살리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다섯 번째 바이러스는 "코로나도 힘든데, 왜 난리야 저것들은" 하면서 온갖 주변의 것에 짜증을 쏟아내면서 불편을 만들어 내는 짜증 바이러스입니다. 지금은 다 같이 힘듭니다. 불편한 것을 함께 참고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기분좋게 수용하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여섯 번째 심리독성 바이러스는 "언제 하면 되냐, 지금이냐, 다음이냐"하면서 결정을 반복해서 묻는 결정 장애 바이러스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파도에 올라 타듯이 함께 오르고 내리면서 가장 현명한 결정을 해야합니다. 유연한 사람이 더 잘 견딜 수 있습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 바이러스는 "인생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라고 하면서 우울에 빠지는 우울 바이러스입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태로 인해 인생의 의미를 되찾는 질문을 많이 하신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인생의 의미를 함께 되찾는 일을 해야합니다.

당신의 마음에는 지금 어떤 독소들이 꿈틀거리고 있나요? 

지리한 싸움의 공방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인 것 같습니다. 성실성이 무너진 곳은 터지고, 성실성이 발휘되고 있는 곳은 지켜질 것이라고 소설은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지구를 파괴해서, 모두가 연결된 하나의 건강체계를 말살시키는 과정에서 생긴 위기입니다. 그렇지만 이 위기 속에서 인생을 의미있게 살아내는 일은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으며 지내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흔들림 없이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지키고, 내 할 일을 하는 것, 눈물을 흘리면서 손을 씻고 다음 환자를 보는 것, 보고싶지만 격리를 위해 참아내는 것,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묵묵히 걸어서 가족에게로 가는 것, 그리고 비록 늦었다고 하지만 지구의 위기를 덜어내기 위하여 텀블러에 커피를 담고 천으로 된 시장 바구니에 오늘 요리의 재료를 담는 것.

생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더 성실한 사람으로 거듭나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겠다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인의 마음으로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하는 것. 그저 그 일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심리방역#코로나 바이러스#위기#지구#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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